untitled19竇唯(Dou Wei) – 山河水 – Rock Record, 1998

 

 

‘中國特色的電音主義’

우선 또우웨이(竇唯)의 두번째 앨범 [艶陽天(맑은 하늘)]에 대해 언급하면, 중국 전통 악기 연주와 홍콩풍 경쾌한 팝의 매끄러운 결합이었다. 세 번째 앨범인 [山河水(산하의 물)]로 와서는 전통 악기가 사라지며, 대신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전면에 깔리며 중국 ‘국악(國樂)’ 멜로디(그렇게 추측됨)를 표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우웨이는 본작을 가리켜 “중국적인 특색이 잘 살아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래서인지 그가 전작에서 보여줬던 팝적인 훅(hook)은 여기서 찾아 볼 수 없고, 대신 난해한 연주로 일관하고 있다.

과연 그가 이야기한 ‘중국적인 특색’이 여기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우선 전체적으로 마치 한시를 읖조리는 것 같은 보컬이 이어진다. 특히 “山河水”와 “出遊(여행을 떠남)”에서 에코가 잔뜩 걸린 목소리는 멜로디를 부르지 않고 알 수 없는 말(가사가 나타나 있지 않기에)을 나즈막히 반복한다. 이 반복으로 목소리는 악기의 연주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그 트랙을 넘긴 후에도 뇌리 속에 남는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다른 트랙들에서도 에코가 걸린 목소리가 계속 등장하여 주 보컬과 멜로디를 주고받기도 하며(“熔化(녹아버림)”), 때로는 곡의 진행과 상관없는 코드로 알 수 없는 말을 던진다(“三月春天(3월의 봄하늘)”). 이러한 목소리의 사용은 이 앨범을 무척 낯설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분명히 이 앨범에서 노래를 부르는 건 또우웨이지만, 그의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다.

또한 비트는 드럼으로 연주되기도 하지만, 미디(MIDI)로 찍은 트랙들도 눈에 띄인다(“三月春天”, “熔化”). 모든 트랙이 중간템포를 유지하고 있으며, 강렬한 애프터비트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각 트랙의 진행은 마치 천천히 흐르는 물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전자음의 음색은 보통 테크노에서 들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아마도 중국 전통 악기의 소리를 재현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 소리들은 피치(pitch)가 높지 않으며 단독으로 존재하기보다는 다른 음들과 비슷한 음량으로 섞여 있다. 전체적으로 각 트랙의 비트나 음색이 뚜렷하게 구별되지 않기 때문에, 이 앨범은 독립된 곡들로 구성되었다기보다는 전체를 한곡처럼 들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 앨범은 그의 전작들은 물론 다른 중국 록커들의 앨범에 비해 무척 낯설다. 중국에서는 이 앨범을 가리켜 ‘中國特色的電音主義’라고 했는데, 언뜻 들었을 때 트립합(Trip-Hop)의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앨범 전체를 통하여 넘실거리는 다양한 전자음들은 앰비언트(Ambient)와의 접속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 레이브는 ‘자연(自然)’속에서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는 것인데, 테크노의 ‘무아(無我)’는 동양의 정신적 전통과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아마 브라이언 이노의 ‘Another Green World’인 자연이 또우웨이의 이번 앨범에서 노래하는 ‘자연’ 일 수 있다. 그런데 또우웨이는 듣는 이를 ‘트랜스(trance)’상태로 몰고 가지 않고 대신 동양의 ‘풍류’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풍류는 그다지 유쾌해 보이진 않는다. 20010616 | 김도형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山河水(산하의 물)
2. 美麗的期待(아름다움을 기다림)
3. 風景(풍경)
4. 三月春天(3월의 봄 하늘)
5. 熔化(녹아버림)
6. na兒的事兒(어떤 아이의 일)
7. 坼(터짐)
8. 消失的影像(잃어버린 영상)
9. 竹葉靑(푸른 대나무 잎)
10. 出游(여행을 떠나다)
11. 晩露(늦게 내린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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