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15094430-muse_showbizMuse – Showbiz – Warner Bros., 1999

 

 

아직 꽃피우지 못한 개성, 하지만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뮤즈(Muse)의 데뷔 앨범 [Showbiz]는 한국에서 팝 앨범 판매 차트 1위를 한 적이 있다(솔직히 믿을 수는 없지만). 다행히 리알토(Rialto)와 같은 기현상이 벌어진 것은 아니라서 – 영국에서도 차트 1위에 오른 모양이다 – 어느 정도 안심은 된다. 아울러 새삼 대한민국의 팝 음악 듣는 수준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뮤즈는 타인마우스(Teignmouth) 출신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 동네가 어딘가 했더니 영국 지도에서 가장 도시가 적은 남서 지역, 즉 런던의 반대편에 있는 휴양지 겸 항구로 보인다(한국으로 따지면 ‘강원도 고성군’쯤 될 것 같다). 프랑스보다는 스페인하고 더 가까워 보인다.

이 앨범의 프로듀서 존 레키(John Leckie)가 라디오헤드의 앨범 [Bends]의 프로듀서였음은 어느 리뷰에서나 지적하고 있고 또한 (초기) 라디오헤드와 비교된다고들 하지만, 목소리 빼고 그렇게 똑같지는 않다(정확히는 라디오헤드에 필적하지 못한다). 라디오헤드의 아우라(aura)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신인 밴드에게 너무 지나친 것일까? 앨범을 시작하는 “Sunburn”은 기타 톤이 라디오헤드 비슷하다고 우길 수는 있겠지만 피아노 연주라든지 곡의 구성에서 아직은 데뷔작의 티가 난다. 세련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만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다.

뮤즈다운 개성이 나타나는 것은 두 번째 곡 “Muscle Museum”이다. 약간은 스페인의 민속 음악 비슷하기도 하고 또 옛날옛적의 ‘한국적 정서’에 걸맞은 인트로는 오히려 인상적이어서 간혹 눈에 띄는 투박함이나 지루함을 상쇄시켜 준다. 이와 같은 특징은 여덟 번째 곡 “Uno”의 베이스 기타 진행에서도 잠깐 나온다. 현 시대의 록음악이 극단적이다 못해 기형적으로 세련화된 1970년대 아트 록의 길을 가지 않는다면 약간은 유치하더라도 개성적인 음색이나 멜로디가 결국 승부처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소 처지는 중반부를 지나 “Cave”나 “Showbiz” 같은 곡이 눈에 띄지만 좀 비슷비슷하고 곧 식상하게 된다. 최근에 ‘쿨’한 것으로 여겨지는 모호한 코드 구성, 극단적인 늘어짐이나 높낮이가 크지 않은 멜로디 라인과 같은 것과는 반대로 이들은 (누가 영국 밴드 아니랄까봐) 음 하나 하나가 비교적 기본 화음에 걸쳐 있고 멜로디도 뚜렷해서 오아시스(Oasis)의 노래를 모두 단조로 바꾼 듯한 느낌도 준다. 비애(悲哀)감이 느껴지지만 비장(悲壯)하지는 않아서 또 한동안 심심한데, 열 한 번째 트랙 “Overdue”에서 미국적인 하드 록이 나와 재미를 준다.

뮤즈의 [Showbiz]는 분명한 개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앨범 전체에 걸쳐 나타내지 못하다는 점에서 불만족스러운 음악이다. 그런데 오히려 이 점이 다음 앨범을 기대하게 한다. 이들의 개성은 라디오헤드적인 것이 아니라 몇몇 곡에 숨어있는 ‘민속음악적’ 성격이다([NME]의 경우 지나가는 말로 ‘플라멩고’라고 언급했다). 앞서 말했듯 “Muscle Museum”의 도입 부분과 “Uno”의 베이스 기타 진행에서 보여준 개성과 재미를 좀더 확대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이들이 ‘쇼 비즈니스’를 원했기 때문에 그냥 평범하게, 이왕이면 위험성이 적은 라디오헤드라는 ‘전례’를 따른 것일까. 물론 다음 앨범에서 캠퍼 반 베토벤(Camper Van Beethoven)이나 포그스(The Pogues) 같은 심한 수준 – 거의 토속 음악적인 – 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고 영국적인 모던 록 분위기에 약간의 양념 정도로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다(물론 이런 말이 별 소용은 없겠지만). 20010611 | 이정엽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Sunburn
2. Muscle Museum
3. Fillip
4. Falling Down
5. Cave
6. Showbiz
7. Unintended
8. Uno
9. Sober
10. Escape
11. Overdue
12. Hate This & I’ll Love You

관련 사이트
Muse 공식 사이트
http://www.musclemuseum.com
Muse 팬 사이트
http://muza.cjb.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