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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Amnesiac | EMI, 2001

 

포스트 ‘Kid A’ 실험 일지

라디오헤드(Radiohead)는 [OK Computer](1997)를 계기로 당대 음악 문화의 주요한 소여(所與)에 근본적으로 접근, 밴드의 음역을 유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예술적/상업적 생존 방식으로 삼아온 밴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호오양론의 대척점을 마련했던 [Kid A](2000)는 또 하나의 [OK Computer]라는 자기복제를 낳고 싶지 않았던 밴드의 절박한 염원을 담아낸 음악적 시도였고, 밴드의 잘 알려진 성장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장식했다.

이번 5집 [Amnesiac]은 [Kid A]에 뒤이은 제2의 실험 일지이다. ‘병적으로 민감한 인격을 불어넣는 것으로 비등질적인 클론을 배양’하는 음악적 시도가 한 번 더 이어진 셈이다. 더불어 이 앨범이 나오기 전에 정설처럼 떠돌던 인터넷 정보는 낭설이 되었다. 디지털적 음역을 없애고 어쿠스틱으로 돌아간, 일종의 ‘Retro-[Bends], Anti-[Kid A]’가 [Amnesiac]의 지형도가 될 거라는 정보 말이다(그것을 기대했던 팬들이라면 다음 앨범에서 응답을 얻게될지도 모른다. 최근 [Wall Of Sound]지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시스트 콜린 그린우드(Colin Greenwood)가 밝힌 내용, 즉 밴드 멤버들이 6집과 관련해서 ‘기타 록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밝힌 것을 ‘믿을 수’ 있다면 말이다).

[Kid A]에서 누락된 몇 곡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새롭게 만든 곡으로 채운 ‘정규’ 앨범인 [Amnesiac]은 [Kid A]에서 시도한 음악 형식들을 여전한 틀로 하면서 동시에 전보다 인간 친화적인(?) 기운을 불어넣은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최초의 인간 클론(‘Kid A’)보다는 기억 상실증에 걸린(‘Amnesiac’) 실존이 아무래도 더 정겹다?). 요약해 보자면 “Let down”이나 “No Surprises” 때부터 확연해진 백비트를 거세한 창법, 이제는 유구한 역사를 갖게 된 디스토피아적 실존 비감과 함께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에 젖줄을 댄 앰비언트 사운드, 금속성의 테크노 비트, 디지털 노이즈 이펙트, 전작부터 뚜렷이 감지되기 시작한 재즈 사운드 등이 [Amnesiac]의 골자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라디오헤드 네트워크에서 보내오는 팝아트 메시지? 제목부터 비감이 전해져 오는 “Packt Like Sardines In A Crushd Tin Box”는 뭉근하게 번지며 깔리는 신서사이저 음과 금속성 테크노 비트, 무기력, 무감동한 톰 요크(Thom Yorke)의 보컬이 전작의 “Everything In Is Right Place”를 기억하게 하는 유사한 구성을 가진 곡이다. 지난 해 말에 인터넷을 통해 가장 먼저 공개된 “Pyramid Song”은 [Amnesiac]의 대표 곡으로 손꼽을만한 정형성을 보여준다. 앰비언트 음향의 바다, 장중한 피아노, 불협화음과 감상적인 화음 사이를 오가는 현악이 우주선 발진장치 같은 노이즈 이펙트 및 드럼 비트와 함께 맥이 풀린 보컬 뒤로 공간을 넓혀간다.

“Kid A”와의 경쟁에서 누락되었다가 이 앨범에 실린 듯 동일한 디지털 질감이 완연한 “Pulk / Pull Revolving Doors”를 지나면, 라디오헤드 식 영가라 할만한 “You And Whose Army?”가 흘러나온다. 이 앨범 중 가장 슬픈 노래라 할만하다.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남몰래 흐느끼는 듯한 보컬이 아름답다. 선적으로 울리다가 댄서블하게 비약하는 일렉트릭 기타 인트로가 인상적인 “I Might Be Wrong”은 후기 스톤 로지즈(Stone Roses)를 연상케 하는 기타 록이다. 실연을 폭포수 속 유희를 통해 씻어내자는 톰 요크의 가성 보컬은 귀기 어린 환청 같아 섬뜩하다.

1999년 밴드의 공식 사이트에서 공개되었지만 완전히 다른 버전인 “Knives out”은 떨어지는 빗물 같은 잔잔한 기타 스트링 위로 죽은 연인을 요리해 먹어야만 자신의 전 존재를 짓누르는 그에 대한 기억을 지울 수 있다는 통렬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Morning Bell / Amnesiac”은 [Kid A]의 오리지널과는 다른 분위기의 셀프 커버 곡. 차임과 종소리와 어쿠스틱이 소년 합창단 소프라노 보컬 같은 노래와 어우러져 천상의 울림을 준다. “National Anthem”의 확장 버전이라 할만한 “Life In A Glass House”는 재즈 트럼펫 연주자 험프리 라이틀턴(Humphrey Lyttleton)을 영입하고 여기에 트럼본, 클라리넷과 같은 혼 섹션과 피아노, 스페이스 앰비언트 노이즈 등을 첨가하여 분열증적인 재즈 협연을 들려준다. 뉴올리언스 풍의 재즈 사운드와 함께 유리 집(glass house, 여기선 ‘타임 트래블러’라는 의미)을 도청과 감시, 단절의 세계 속에 놓인 현대인으로 묘사한다.

이 앨범을 ‘[Kid B]’ 식으로 보지 말아 달라는 밴드 멤버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혁신? 아니면 정체?’라는 잣대만을 들이댄다면 이것은 [Kid B]가 맞다. 그러나 첨단적 스타일로 이동해 가는 ‘공간적 진화’만을 이들에 관한 평가 기준으로 삼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그 관점에서 그들의 ‘진화’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이들의 미덕은 차라리 “Creep”의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음악적 실존의 진정성, 즉, 실존적 부조리에 대해 병적으로 민감한 페르소나를 이질적인 스타일속에서 다채롭게 변주하면서도 순도를 잃지 않는 능력에 있다. 그 맥락에서 [Amnesiac]은 여전히 유효한 매혹적인 사운드를 들려준다. | 최세희 [email protected]

 

Rating: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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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radiohead.com
Radiohead 한국 팬 사이트
http://www.radiohead.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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