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601124900-czarsbeforeCzars – Before… But Longer – Bella Union, 2000

 

 

상처를 주는 동시에 위로해 주는…

제정 러시아 시대의 황제를 일컫는 말을 밴드명으로 한 짜르스(The Czars)는 존 그랜트(John Grant, 보컬/키보드)를 중심으로 크리스 피어슨(Chris Pearson, 베이스), 제프 린슨매이어(Jeff Linsenmaier, 드럼), 앤디 몰리(Andy Morley, 기타)로 구성된 미국 덴버 출신의 밴드이다. 짜르스의 2집 [Before… But Longer]는 콕토 트윈스(Cocteau Twins)의 사이먼 레이먼드(Simon Raymonde)와 로빈 거스리(Robin Guthrie)가 설립한 벨라 유니언(Bella Union) 레이블에서 2000년 5월 발매되었다. 앨범 발매 후 데이빗 그레이(David Gray), 16 호스파워(16 Horsepower) 등과 유럽 순회공연을 벌이고 요절한 포크 싱어 팀 버클리(Tim Buckley)의 추모 앨범 [Sing A Song For You : Tribute To Tim Buckley]에 참여해 “Song To Siren”을 연주한 정도 외에는 별다른 활동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들의 음악은 여러 음악전문지들을 통해 비교적 호의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슈게이징/드림 팝(shoegazing/dream pop) 계열에 속하는 짜르스가 꿈꾸는 세계는 통상의 슈게이징/드림 팝 밴드들처럼 상상하기 힘든 ‘거대한 우주’보다는 고요한 새벽의 적막을 깨는 풀벌레 소리와 같은 ‘고적한 평화로움’에 가깝고, 음악적 뿌리도 도회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인 사운드보다는 컨트리에 두고 있다. 이들의 근거지인 덴버가 미국 중서부 콜로라도주의 주도(州都)지만 규모는 중소도시에 불과하고 로키 산맥에 위치한 고원 도시(이자 관광 도시)라는 점, 그리고 신생 레이블에서 앨범이 제작되었다는 점은 이들의 음악과 적지 않은 개연성을 갖고 있다. 영묘함과 슬픔과 두려움을 간직한 보컬, 맑고 섬세한 울림을 주는 기타, 묵묵히 내던지는 베이스와 드럼은 한 데 어우러지기보다 독립적이다. 이 모든 것은 이들이 고요함을 소중히 여기는 ‘몽환적인 선율과 시적인 가사’라는 드림 팝의 미학을 ‘어디선가 들은 듯한 분명한 리듬/멜로디 라인’으로 해석한 듯 청자에게 이중적인 감성을 갖게 한다.

싱글로도 발매된 첫 번째 곡 “Val”은 앞서 말한 이들의 성향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있다. 불길한 베이스 연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절망 속에서도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곡이다. [NME]지에서는 이 곡을 “햇빛 찬란한 황금색 옥수수 밭 사이를 행복하게 뛰어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누군가의 시체를 발견한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음악”이란 평과 함께 ‘이 주의 싱글(Single Of The Week)’로 선정하였다. 이어지는 “Concentrate”은 앨범에서 가장 정적이면서 이들의 섬세한 감성이 잘 표현된, 기타와 피아노의 울림이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곡이다.

또한 짜르스는 비교적 흥겨운 음악을 연주할 때도 다림질 잘된 옷매무새처럼 정돈된 연주를 들려주는데, 컨트리와 팝의 감성을 반듯하게(?) 빚어낸 “Get Used To It”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꽤 어울릴 법한 “What I Can Do For You”가 그러한 곡이다. 특히 “Get Used To It”은 그룹 타네이션(Tarnation) 출신의 여성 보컬리스트 폴라 프레이저(Paula Frazer)가 백킹 보컬을 맡았는데, 그녀의 음성은 다소 무겁게 가라앉은 존 그랜트의 음성과 대비되면서 유연한 하모니를 이뤄낸다. 그밖에 “Zippermouth”는 뜻밖에도 벤 하퍼(Ben Harper: 1990년대 중반부터 블루스, 소울, 레게에 대한 즉흥적인 해석을 선보이고 있다)를 연상시키는 거친 슬라이드 기타 리프가 중심이 된 곡이고, 폴라 프레이저와 존 그랜트가 부부 듀엣처럼 다정하게 부른 “Leavin’ On Your Mind”는 1960년대 컨트리 스타인 패치 클라인(Patsy Cline)이 불러 히트시킨 컨트리의 고전이다.

[Before… But Longer] 앨범에서 짜르스는 엷은 컨트리 사운드와 여러 팝 음악을 섭렵하면서도 특유의 모던함을 잃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청자에게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단편적으로 다가간다. 비록 이러한 소리들이 이들만의 색감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여러 성향들을 한 곳에 융해시킬 때의 그 농도에는 변함이 없다. 긴장을 유지하면서 제한된 코드 속에서 할말은 다하는, 들을수록 새로움이 묻어 나는 매력을 이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이질적인 성향을 과장됨 없이 배합하고 절충하여 아름다운 선율을 이끌어 내는, 어떻게 보면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이전(Before)’의 모습들을 이후에도 좀더 성숙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렇지만 오랫동안(But Longer)’ ‘상처를 주는 동시에 위로해 주는’ 이들만의 감성이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최근 한 인터뷰에서 리더 존 그랜트는 세 번째 앨범 작업이 현재 믹싱 단계까지 끝난 상태이고 오는 7, 8월경 발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집이 피아노와 두 대의 기타가 함께 한 곡이 대부분이며, 신서사이저와 드럼 루프 같은 전자 음과 트럼펫, 트럼본 등 브라스 파트를 삽입시켜 더욱 풍성한 사운드를 담아 냈다고 말했다. 20010528 | 정건진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Val
2. Concentrate
3. Get Used To It
4. Any Younger
5. Gangrene
6. Stay
7. Dave’s Dream
8. What I Can Do For You
9. Zippermouth
10. Pressure
11. Leavin’ On Your Mind

관련 글
David Gray [White Ladder] 리뷰 – vol.2/no.23 [20001201]

관련 사이트
The Czars 공식 사이트
http://www.theczars.net
레이블 Bella Union 공식 사이트 내의 The Czars 페이지
http://www.bellaunion.com/czars.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