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02025651-nickcave_murderNick Cave And The Bad Seeds – Murder Ballads(국내반은 [Lovely Creature]) – Mute, 1996(국내 배급: Rock Records, 1996)

 

 

‘인간성의 어두운 면’에 대한 탐구

제목 그대로 살인이라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극단적 행동에 관한 음향적 서사시다. 닉 케이브는 허스키하고 그로테스크한 바리톤으로 음유시인처럼 노래하고 이 시를 위해 포크, 블루스, 컨트리 등 유구한 음악의 발라드 곡조를 택한다. 록의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블릭사 바르겔드(Blixa Bargeld)의 인디 록 풍의 기타 연주 정도다.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남자의 노래인 “Song Of Joy”로 시작되는 앨범의 스토리는 ‘술집(bar)에 들어선 뒤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을 살해하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9분 여에 걸쳐 노래하는 아홉 번째 트랙 “O’Malley’s Bar”에서 절정을 이룬다. 특히 “총알이 그의 가슴의 정상을 관통한다 / 그리고 그의 창자를 마루 위로 날려버린다”는 부분에서. 살인자의 모노드라마는 블루스인 “Stagger Lee”, 폴카 풍의 “The Curse Of Millhaven”, 컨트리 풍의 “The Kindness Of Strangers”에서도 계속된다.

물론 독백만 있는 것은 아니다. 셔플한 리듬 위에서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와 듀엣으로 부른 “Where The Wild Roses Grow”는 평소답지 않게 순결한 미노그의 목소리에 실린 한 처녀가 “첫 번째 남자”에 의해 강둑에서 바위에 맞아 살해된다. 반면 “Henry Lee”에서는 PJ 하비(PJ Harvey)의 목소리를 빌린 여자가 다른 여자에 눈을 돌린 헨리 리라는 남자를 칼로 찔러서 물에 빠뜨린다. “Where the Wild Roses Grow”에서는 “모든 미인은 죽어야 한다”라는 경구가, “Henry Lee”에서는 새로운 애인이 “당신이 오기를 영원히 기다릴 수 있을 거야”라는 복수의 감정이 등장한다. 앨범은 밥 딜런의 곡을 커버한 “Death Is Not The End”를 기독교의 연도(連禱: litany)처럼 여러 명이 번갈아 노래하면서 끝난다. 현세에서의 고통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세로 이월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 음반은 ‘인간성의 어두운 면’을 집중적으로 고찰한 음반이다. 왜? 그의 말을 들어보자. “이 곡들은 아주 오래 전에 작곡되었지만 너무 이상한 것이라서 합법적 레코드에 수록할 수 없었고, 따라서 그것들을 함께 모을 레코드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생겼다…. 나는 우리 사회가 너무 끔찍해서 이런 행동[살인]을 저지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살인은 정당한 정신적 추구이고, 삶에 일정한 특질과 의미를 부여하려는 방식이다. 이는 우울한 이 세상의 부산물이다. 세상에는 살인보다 더 나쁜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이 곡(“O’Malley’s Bar”)은 희극적인 노래지만 그 배후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분노, 그리고 우리 사회를 흐르는 도덕적 비겁에 대한 분노의 감각이 있다.”

그런 점에서 닉 케이브의 살인 발라드는 불가피한 이유를 들어서 살인자를 정당화시키고 이를 통해 인간적 동정을 유도하는 식은 아니다. 그건 케이브의 작품에 등장하는 남주인공이 매우 난폭하면서도 자신의 허세 어린 행동 배후의 취약한 이면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인간적 후회’를 하면서 동정을 호소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감정이 마비되어 있지도 않다. 예를 들어 “O’Malley’s Bar”의 마지막에 살인자는 거울을 바라보면서 “한 종류의 인간(a kind of man)이 서있네”고 말한다. 묘한 느낌이다. 물론 오래 전부터 케이브를 들어온 사람은 이런 묘사들이 이제 진부해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음반의 가치는 1997년 이후 그가 시도한 변모를 하기 위한 총결산으로서 충분하다. 단지 그것뿐이냐고? 아니다. 1996년 이전의 닉 케이브를 잘 몰랐던 그의 ‘번뇌의 철학’을 가장 집약적으로 알려주는 텍스트가 될 것이다. 그 무렵 한국에서 그에 대해 잘 알았던 사람이 몇 명이나 되었겠는가 20010501 | 신현준 [email protected]

7/10

* 이 글은 [얼트 문화와 록 음악 2](한나래, 1997)의 “XIII. 실낙원에 감금된 팝 로맨티스트들: 스미쓰(모리씨), 큐어, 버쓰데이 파티(닉 케이브)”의 일부를 발췌하여 수정한 것입니다.

수록곡
1. Song Of Joy
2. Stagger Lee
3. Henry Lee
4. Lovely Creature
5. Where The Wild Roses Grow
6. The Curse Of Millhaven
7. The Kindness Of Strangers
8. Crow Jane
9. O’Malley’s Bar
10. Death Is Not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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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Cave And The Bad Seeds [No More Shall We Part] 리뷰 – vol.3/no.9 [20010501]
Nick Cave And The Bad Seeds [The Boatman’s Call] 리뷰 – vol.3/no.9 [20010501]

관련 사이트
Nick Cave 공식 사이트
http://www.nickcave.co.uk
음반사 공식 웹사이트
http://www.repriserec.com/nickcave/index.shtml
http://www.mutelibtech.com/mute/cave/cave.htm
기타
http://www.nick-cave.com
http://www.bad-seed.org/caveinn/caveinn.s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