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501124531-remakeop1배리어스 아티스트 – Remake Op. 1 – 팀미디어/O2뮤직/BMG, 2001

 

 

리메이크도 리메이크 나름

편집 음반이 빛을 보려면 무엇보다도 기획력이 중요하다. 기획력이라는 것도 갖가지다. [연가]나 [애수] 같은 편집 음반이 ‘물량’과 표지 모델이라는 기획을 들고 나왔다. 결과적으로 상상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었다. 편집 음반은 싸게 만들 수 있는 음반이라는 기존의 룰을 뛰어 넘은 결과다. [Remake Op. 1]은 오래된 유명한 곡들의 리메이크(커버 버전)를 모아놓았다는 점에서 역시 새로운 기획이다. 헌정 앨범과는 또 다른, 어쨌거나 손쉬운 편집 음반에 비해 노력과 돈을 꽤 많이 든 음반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Remake Op. 1]은 유명한 기존곡을 재활용함으로써 위험 부담을 줄이고, 지난 세대의 호응을 얻으며, 가창력 위주의 요즘 가수들에게 새로 노래를 부르게 함으로써 요즘 세대도 노리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전략 하에 선곡된 곡들은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을 위주로 한 발라드들이다. “J에게”, “희야”, “잊혀진 계절”처럼 누구나 아는 노래부터, 제목과 가수는 몰라도 한번 들으면 ‘아, 그 노래~’라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좋다. 좋은 곡들이니까. 문제는 이렇게 너무나 유명한 곡들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잘못 건드리면 자칫 어설퍼지기 쉽다.

김홍순, 김형석 같은 유명한 작곡가들이 편곡을 맡았다. DJ DOC가 부른 “변해가네”, 김현정이 부른 “나에게로의 초대”, 이 두 곡을 제외하면 거의 R&B 풍의 편곡으로 요리했다. 가수들도 주로 그쪽에서 불러왔다. 어차피 리메이크 음반의 ‘품질’은 가창력과 편곡력에서 나온다고 보고 ‘정공법’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단연 빛나는 곡은 박화요비가 다시 부른 패티김의 노래 “이별”이다. 원곡을 많이 손보지 않고 박화요비의 가창력에 많이 의존했다. 이런 ‘감정 과잉’ 창법에 무조건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라면 귀에 잘 들어오지 않겠지만 말이다. 김현정이 부른 “나에게로의 초대”도 꽤 좋다. 원곡이 워낙 매력적이었기 때문이겠지만 김현정의 노래는 조금 아쉽지만 담백한 매력이 있다. 판에 박힌 편곡은 참을 수 없을 정도지만. “잃어버린 아픔”에서 박효신의 독특한 보컬은 원곡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유일한 외국곡 “Fly Me To The Moon”은 이은미의 노래도 좋지만 브레이크비트의 그루브감 넘치는 독특한 편곡도 괜찮다. 아참, 중간에 잠깐 나오는 기타 솔로는 정말 깬다. 어디서든 DJ DOC가 튀지 않는 데가 있으련만, 여기서도 특유의 감각으로 “변해가네”를 완전히 다른 노래로 만들어버렸다. 앞의 곡들의 전략이 ‘원곡에 대한 충실성 + 약간의 새로운 감각 + 추억에 대한 호소’라면, DJ DOC의 방식은 ‘전혀 예상치 못한 선곡 + 원곡은 단지 원재료 + 나머지는 자기 색깔과 감각’이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잘만 하면 좋은 방법이다.

나머지는 낙제를 면할 수 없는 곡들이다. “J에게”(J 노래), “잊혀진 계절”(김범수 노래), “잃어버린 우산”(조성모 노래), “희야”(이지훈 노래) 등은 힙합 비트와 샘플링, 랩으로 최신 감각을 뽐냈지만 세련됨이 아니라 진부함을 전해줄 뿐이다. “거리에서”(조관우 노래)나 “무정부르스”(김조한 노래)는 가수의 능력에 비춰볼 때 기대에 비해 실망이 크다. (동물원과 함께) 조용필의 노래는 두 곡이 커버되었는데, “친구여”(유승준 노래)는 원곡의 분위기도 유승준의 능력도 살리지 못한 곡이며, “그 겨울의 찻집”(김종서 노래)은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은 태만한 곡이다.

[Remake Op. 1]은 다섯 장, 여섯 장 짜리 편집 음반 박스 틈새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획이고, 전략도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다. ‘오퍼스 1’이라는 제목이 붙은 걸 보니 이 기획은 계속 이어질 모양이다(물론 이 음반의 성공이 전제겠지만). 그런데 옛날 곡들을 발굴하는 거야 품을 들이면 되는 일이지만, 그 노래들에 새 옷을 입히는 일이 문제다. 이런 기획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편곡자와 가수는 따지고 보면 몇 명 없다. 그런 점에서 [Remake Op. 1]은 주류 가요계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불만 하나. 이런 기획 중에 신인 가수 이름 하나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20010430 | 이정엽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Intro
2. 이별 – 박화요비 (작곡/작사 : 길옥윤, 원곡 노래 : 패티김, 편곡 : 김형석)
3. 잃어버린 아픔 – 박효신 (작곡/작사 : 김진룡, 원곡 노래 : 김동환, 편곡 : 김형석)
4. J에게 – J (작사/작곡 : 이세건, 원곡 노래 : 이선희, 편곡 : 김민수)
5. 잊혀진 계절 – 김범수 (작곡 : 이범희, 작사 : 박건호, 원곡 노래 : 이용, 편곡 : 김민수)
6. 잃어버린 우산 – 조성모 (작곡 : 오주연, 작사 : 오주은, 원곡 노래 : 우순실, 편곡 : 김홍순)
7. 희야 – 이지훈 (작곡/작사 : 양홍섭, 원곡 노래 : 부활, 편곡 : 윤치웅)
8. 변해가네 – DJ DOC (작곡/작사 : 김창기, 원곡 노래 : 동물원, 편곡 김형석, DJ Murf)
9. 친구여 – 유승준 (작곡 : 이호준 , 작사 : 하지영, 원곡 노래 : 조용필, 편곡 : 김홍순, 이호준)
10. 무정부르스 – 김조한 (작곡 ; 김영광, 작사 : 박건호, 원곡 노래 : 강승모, 편곡 : 김형석)
11. 거리에서 – 조관우 (작곡/작사 : 김창기, 원곡 노래 : 동물원, 편곡 : 정연준)
12. 나에게로의 초대 – 김현정 (작곡 : 이태섭, 작사 : 김형수, 원곡 노래 : 정경화, 편곡 : 원상우)
13. 그 겨울의 찻집 – 김종서 (작곡/작사 : 이세건, 원곡 노래 : 조용필, 편곡 : 김종서)
14. Fly Me to the Moon – 이은미 (작곡/작사 : Howard Bart, 원곡 노래 : Julie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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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 붐이냐 창작력의 고갈이냐 – vol.3/no.9 [20010501]

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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