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35양파 – Perfume – Sony, 2001

 

 

앳띤 소녀에서 여인으로, 한 뼘의 성장

한국에서 여자가수로 성공하기는 말 그대로 하늘의 별따기다. 아니, ‘성공하기’라기보다는 차라리 ‘살아남기’에 가깝다. 일년에도 수없이 많은 여자가수가 등장하지만 지속적으로 히트곡을 발표하면서 대중가수로서의 경력을 이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얘기다. 한국 ‘가요판’의 풍토는 가수를 단기적인 소모품 취급하기 때문이다. 댄스가요뿐만 아니라 발라드 위주의 가요의 경우도 그런 경향이 짙다. 요즘 가수들은 노래보다는 다른 ‘개인기’를 연마하는 데 치중하는데, 따지고 보면 이것도 가요계의 풍토 탓이다. 가수가 되는 이유는 가수로 성공하기보다는 차라리 다른 연예활동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 것 같다.

그렇다면 여자가수로서 언제나 신선하면서도 ‘대중적인’ 노래들을 지속적으로 성공시키면서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스물 두 살밖에 안된 젊은 여가수에 대해서 성급한 판단이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양파라는 가수의 물리적, 음악적 성장은 그런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양파는 불과 열 일곱 살에 “애송이의 사랑”이라는 노래로 등장했다. 데뷔 음반은 가능성만 인정받아도 성공인데 이 노래는 큰 히트를 기록했다. 양파는 석 장의 음반을 줄곧 성공시키며 팝적인 R&B의 느낌이 묻어나는 노래들을 잘 소화해내는 노래 잘하는 어린 여가수로 자리를 굳혔다. 그리고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한국의 가요판에서 여기저기 휘둘리면서 소모품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가수생활을 중단하고 공부하러 가는 것이라는 점은 유쾌하지는 않은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오히려 이 방법만이 가수로서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양파가 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새 음반을 들고 돌아왔다. 앳띤 소녀의 모습에서 벗어나 예쁜 여인의 모습으로. 가창력은 여전하고 창법은 더욱 세련되었다. 먼저 양파가 직접 만든 노래들이 있다. 작사한 노래가 여덟 곡이고 작곡에 참여한 노래는 세 곡이다. 이 정도로는 아직 성에 차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 중 “마이 송”은 양파의 원래 분위기를 잘 담아낸 ‘모범생’ 같은 R&B 팝이다. 여린 목소리를 위태로움에 빠지는 일없이 잘 끌고 간다. 음반의 타이틀 곡인 “Special Night” 또한 ‘리듬 앤 블루스’에서 강렬한 리듬을 빼고 끈적끈적한 블루스의 느낌을 뺀 ‘한국적’ 스타일의 R&B 팝이다. 양파가 작곡에 참여한 다른 두 곡인 “님”과 “본능” 그리고 “Drive”는 R&B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한 상큼한 ‘모던 록’ 곡으로서, 양파의 목소리에서 힘이 좀 딸리는 것처럼 들리긴 하지만 톡톡 튀는 감성과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음반을 다 들어본 느낌은 무난하지만 아쉽다는 것이다. 떨림, 아쉬움, 그리움, 안타까움, 작은 기대와 소망 같은 사랑의 여러 감정을 잘 표현했지만 “애송이의 사랑”이나 “아디오”처럼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은 없다. 모던 록을 시도한 곡도 가능성을 보여준 정도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소녀에서 여인으로.’ 그렇다면 다음 차례에서는 ‘가수에서 뮤지션으로의 변신’을 기대해보자. 20010413 | 이정엽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고백
2. Special Night
3. 그대없는 나
4. Daydreamer
5. Deepest In Your Heart
6. Drive
7. My Song
8. One Fine Day
9. 님
10. 피안화(彼岸花)
11. 본능(本能)
12. 불언(不言)

관련 사이트
양파 공식 사이트
http://yangpa.starnsta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