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315110833-snoopdoggSnoop Dogg – Tha Last Meal – Priority, 2000

 

 

훵크를 디딤돌로 변신과 부활을 꾀하는 스눕 독

서지 나이트(Suge Knight)의 데쓰 로 레코드사(Death Row Records)는 여전히 그 자체로 갱스타적 환상(혹은 악몽)이 현실로 구현되는 공간이다. 투팍(2Pac)이 죽고, 닥터 드레(Dr. Dre)가 새 살림을 차리고, 스눕 독마저 이별을 고했지만, 서지는 감옥에서까지 이들과의 악연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죽은 사람의 유작들을 끌어 모아서 끈질기게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고, 떠나간 이들이 남긴 과거의 곡들을 팔아먹는 것이야 항시 가능한 상술이니 그건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서지가 [Controversy]지와의 옥중 인터뷰에서까지 스눕에게 저주를 퍼붓고(“사기꾼에 가짜 니가(nigga)인 스눕은 흑인이면서도 게토를 마음대로 행보할 수 없을 것이다”는 식의), 4년 전쯤에 만들었다가 버려진 스눕의 곡들을 다시 모아서 [Dead Man Walking](2000)이라는 앨범으로, 그것도 [Tha Last Meal]의 발매 직전에 태연히 내놓고, 심지어 데쓰 로의 사이트에서 두 앨범 중에 어느 것이 좋은지 팬 투표까지 벌이는 행각은 치사한 동네 깡패의 그것에 다름 아니다.

서지와 데쓰 로의 집요한 방해공작이 아니더라도, 사실 스눕은 가장 불운한 갱스타 래퍼 중의 한 명이다. 허풍적, 자기만족적인 갱스타의 이미지로 자신을 효과적으로 포장하는 데 타고난 재주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Doggystyle](1993) 이후 음악적으로 뿐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생각만큼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3년여간의 지겨운 법정 투쟁을 마치고 내놓은 두 번째 앨범 [Tha Doggfather](1996)는 때를 잘못 만난 탓에 전작의 반타작에 머물렀고(이때는 서서히 갱스타 랩이 맛이 가던 시기였다), 그나마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이적한 노 리미트(No Limit)에서도 매스터 피(Master P)의 ‘더티 사우쓰’ 제국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채 지난 2년여간 범작들을 내놓는 데 그쳤고, 덕분에 지금의 그는 이미 [The Chronic](1991)과 [Doggystyle](1993)로 쌓아놓은 자신의 명성이 무색할 만큼 거의 망가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과 장애물들이 스눕에게 오히려 약으로 작용했는지, 이번 앨범 [Tha Last Meal]은 거의 ‘7년만의 금의환향’이라고 할만큼 음악적으로 진보와 변신의 흔적이 역력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보장하는 키워드는 역시 요즘 미국 힙합 씬의 화두이기도 한 ‘훵크’이다.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스눕의 영원한 동반자 닥터 드레의 깔끔한 솜씨야 기대했던 바이지만, 그의 적자이자 동시에 웨스트코스트 랩의 부활을 선도하는 젊은 프로듀서들인 배틀캣(Battlecat), 스파플라이(Soopafly), 스캇 스토치(Scott Storch), 젤리 롤(Jelly Roll) 등도 곳곳에 포진하여 닥터 드레 못지 않은 음악적 역량을 과시한다. 이들은 앨범 전체에 기본적으로 느글거리는 베이스라인과 나긋한 신쓰로 채워진 G-훵크의 비트를 여전히 제공하면서도 팔러먼트(Parliament) 식의 보다 공격적인 색깔을 가미함으로써 스눕의 기존 앨범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활력을 불어놓고 있다. 한편으로 전체 트랙의 거의 절반 가까이 참여하고 있는 웨스트코스트 래퍼, 코케인(Kokane)의 활약도 주목할 만한데, 그의 P-훵크적인 보컬은, 스눕의 느릿하면서 명료한 라이밍과 때론 조화하고 때론 대비되면서 강력한 훅을 제공한다(특히 “Hennesey N Buddah”, “Go Away”). 물론 앨범 전체에서 감지되는 훵크의 기조에서 다소 벗어나긴 하지만,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 팀바랜드(Timbaland)가 참여한 “Snoop Dogg”과 “Set It Off”도 돋보이는 트랙들이다. 그의 명성에 걸맞은 강력한 에너지와 특유의 정교한 비트는 다행스럽게도 다른 곡들과 겉돌지 않고 오히려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렇다면 노 리미트 팀이 참여한 “Back Up Off Me”의 어색한 요란스러움(아무리 예의상 어쩔 수 없이 포함시켰다 하더라도 분명 옥의 티다)을 제외한다면, 전체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도모한 사운드의 변화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러한 변신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이 [Doggystyle]을 넘어설 정도의 뛰어난 음반이라고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이러한 사운드가 그의 여전한 아니, 보다 극대화된 핌프(pimp)적 스타일과 자기 기만적 혹은 자기만족적인 갱스타의 이미지와 부딪히고 어긋나면서, 그러한 충돌과 갈등이 사운드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무감각한 듯하면서도) 자아와 세상에 대한 뚜렷한 응시가 돋보이는 “Leave Me Alone” 같은 곡을 빼면, 모든 곡들이 그저 뻐기고 멋부리고 과시하는 데만 집착하는 듯하며(특히 “Stacey Adams”), 덕분에 그의 제스처와 외양은 기본적인 훵크의 태도와 좀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사운드의 질감을 죽이고 있는 듯하다.

속이 뒤집히긴 하겠지만, 생각만큼 독하지 않은 스눕이 서지의 끊임없는 방해공작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제대로 된 음악으로 그와 데쓰 로를 제압하는 것 밖에 없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적으나마 그러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에게나 힙합 팬들에게나 상당히 반가운 음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의 음악과 사회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한, 모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호언장담한 것처럼 “이번이 그 ‘개자식들’이 나를 망가뜨리는 마지막”이 될 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마찬가지로 이 앨범만으로 웨스트코스트 랩의 새로운 부활을 낙관하는 것도 아직은 이르지 않은가 싶다. 20010310 | 양재영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Intro
2. Hennesey N Buddah (feat. Kokane)
3. Snoop Dogg (What’s My Name Pt. 2)
4. True Lies (feat. Kokane)
5. Wrong Idea (feat. Bad Azz, Kokane & Lil HD)
6. Go Away (feat. Kokane)
7. Set It Off (feat. MC Ren, The Lady Of Rage, Nate Dogg & Ice Cube)
8. Stacey Adams (feat. Kokane)
9. Lay Low (feat. Master P, Nate Dogg, Butch Cassidy & Tha Eastsidaz)
10. Bring It On (feat. Suga Free & Kokane)
11. Game Court (Skit) (feat. Mac Minista)
12. Issues
13. Brake Fluid (Biiittch Pump Yo Brakes) (feat. Kokane)
14. Ready 2 Ryde (feat. Eve)
15. Loosen’ Control (feat. Butch Cassidy)
16. I Can’t Swim
17. Leave Me Alone
18. Back Up Off Me (feat. Master P & Mr. Magic)
19. Y’all Gone Miss Me (feat. Kok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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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Dre [2001] 리뷰 – vol.2/no.1 [20000101]

관련 사이트
[Tha Last Meal] 공식 사이트
http://www.thalastmeal.com
Death Row Records
http://www.deathrowrecords20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