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315104139-superfurryrSuper Furry Animals – Radiator – Creation/Sony, 1997

 

 

록과 전자 음향의 기이한 팝적 결합

1993년 영국 웨일즈에서 결성된 슈퍼 퍼리 애니멀스(Super Furry Animals)는 인디 씬에서 활동하던 중 점차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과 오아시스(Oasis)의 소속사로 유명한 크리에이션(Creation) 레이블과 계약을 하게 되었다. 이들은 1996년 첫 정규 음반 [Fuzzy Logic]을 발표했는데, 이 음반은 평론가들로부터 고른 지지를 획득하였고 이들은 이 때부터 이미 포스트 브릿팝 씬을 이끌어 나갈 유망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음반 [Radiator]는 데뷔작의 성공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소위 ‘서포모어 징크스’를 극복했다는 데에 어느 정도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많은 이들이 데뷔작의 성공으로 후속 작업에 부담을 갖는 것과는 달리 이들은 언론과 대중들의 시선을 그리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데뷔 음반과 두 번째 음반 사이에 싱글로만 발매되었던 “The Man Don’t Give a Fuck”이 이런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데, 제목처럼 “그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곡의 가사가 당시 이들의 생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Radiator]의 거의 모든 곡을 통해 드러나는 사운드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일반적인 밴드의 편성에 의한 록 음악과 일렉트로니카적인 요소가 결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렉트로니카 혹은 테크노 음악을 도입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전자효과음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신서사이저로 대체 이런 소리를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 의아할 정도로 실험적인 효과음들은 때때로 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선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더구나 이들의 음악에서는 이러한 전자효과음들이 단순히 음악에 ‘첨가되는’ 것을 넘어서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구성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점 때문에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낯설거나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어떤 때는 너무나 다양하고 이질적인 소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이것이 논리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가사와 맞물리게 되면 ‘초현실적인’ 음악이 되기도 한다(그래서 혹자는 이들이 외계인으로 추정된다고도 했지만, 외계인이 아닌 ‘웨일즈인’일 뿐이다). 하지만 “The International Language of Screaming”나 “Demons” 혹은 웨일즈어로 노래한 “Torra Fy Ngwallt Yn Hir” 등을 들어보면 이들이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팝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펑크 록의 에너지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소화해낸 “Chupacabras”와 같은 곡을 들어보면 심각함보다는 ‘확 깨는’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이들의 모습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으로 인해 이들은 자신들만의 실험적인 사운드를 도모하면서도 난해해지지 않고 나름대로의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슈퍼 퍼리 애니멀스의 음악적 에너지가 어디에서 오는지는 “The International Language of Screaming”의 가사에 단적으로 나타나 있다. “내 주변을 돌아볼 때마다 모든 것이 정체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반발하고자 하는 충동을 느낀다(“Every time I look around me everything seems so stationary. It just sends me the impulse to become reactionary”).” 이 음반을 들어보면 이것이 그저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010312 | 정훈직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Furryvision
2. The Placid Casual
3. The International Language of Screaming
4. Demons
5. Short Painkiller
6. She’s Got Spies
7. Play It Cool
8. Hermann Loves Pauline
9. Chupacabras
10. Torra Fy Ngwallt Yn Hir
11. Bass Tuned to D.E.A.D.
12. Down a Different River
13. Download
14. Mountain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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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Furry Animals [Guerrilla] 리뷰 – vol.1/no.8 [19991201]
Super Furry Animals [Mwng] 리뷰 – vol.2/no.19 [20001001]

관련 사이트
슈퍼 퍼리 애니멀스의 공식 사이트
http://www.superfurry.com
슈퍼 퍼리 애니멀스의 팬 사이트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Stadium/4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