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서울 트라이포트 홀에서 [Shock 2 da MP] 공연이 있었다. 이보다 이틀 전인 22일엔 기자회견이 있었는데 이번 공연이 마스터플랜과 Future Shock가 서로의 해외진출과 협력을 약속하는 조인식을 기념하고, 먼저 일본 힙합을 한국에 소개하는 목적으로 열리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24일 공연 시간인 5시를 맞춰 트라이포트 홀에 도착했을 때 놀랍게도 수 백명이 한 블록을 둘러싸고 줄지어 있었다. 몇 백 미터를 걸어 줄의 끝에 서서 약 1시간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상한 눈빛(으…싫어)을 받고 있다가 입장했다. 나중에 알게된 건데 공연 시간이 1시간 여 늦어진 건 DJ 턴테이블 셋팅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한다. 또 입장권 예매 확인에도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20010228113041-shock1처음 나를 반긴 것은 DJ 렉스가 만들어내는 아주 무거운 저음의 힙합 리듬이었다. 렉스는 모든 입장객을 맞이하고 몇 분간 더 디제잉을 선보이다 데킬라 에딕티드에게 무대를 넘겼다. 이후, Future Shock 측과 마스터플랜 측이 번갈아 가며 나왔고 그렇게 공연은 11시 30분까지 5시간 30분 동안 펼쳐졌다.

공연을 보며 당연히 나의 관심은 Future Shock에게 집중되었다. 처음으로 접해보는 일본 힙합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외국 힙합 뮤지션의 공연이 처음이기도 했다(‘Contact 2000’에서 M-flo의 공연은 제대로 된 힙합 공연은 아니었다). 일단 Future Shock의 사운드는 일본 특유의 지역성을 갖고 있진 않는 것 같았다. ‘한국에 있는’ 힙합 사운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는 그리 쉽지 않았다.

20010228105454-shock2이유는 처음 들어보는 일본어 랩 때문이었다. 사실 한국어 랩이라해도 라이브에선 못 알아듣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일본어 랩을 라이브로 접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아무래도 눈과 귀를 무대로 향할 수밖에 없는 라이브에서 무슨 얘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려니 종종 답답해지기도 했다. 만일 그 순간이 영어를 쓰는 힙합 뮤지션의 공연이었다면 난 어떤 기분이었을까 하는 생각도 스쳐갔다. 분위기도 Future Shock의 공연보다는 마스터플랜 측의 공연 때 더 좋았다. 하지만 이내 분위기는 활기차게 뒤집혔다. 공연 중반 주석과 사이드 비가 나와서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힙합은 느끼는 거고 우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말을 하고, 무대 위에서 직접 통역까지 해가며 Future Shock과 마스터플랜, 청중을 하나로 묶으려 애썼는데 결과는 좋은 편이었다. Future Shock도 곡 사이사이에 준비해온 한국어 멘트와 영어 멘트, “쎄이 호오!”, “호오!”를 주고받는 등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려고 애썼고 관객들 역시 그에 화답했다.

의사소통 문제로 찜찜함도 있었지만 공연은 멋지게 끝났다. 끊임없는 흘러나온 그루브감 넘치는 리듬과 그 위에 얹어진 디제잉, 사운드로서의 래핑, 관객과 함께 소리칠 수 있는 특정 구호나 코러스가 잘 어우러진 공연이었다(음반으로 들을 때와 달리 라이브에서 가사에 담긴 뜻보다는 라임이나 래핑의 플로우, 자극적인 언어가 중시된다). 초대권을 받아가긴 했지만 2만원을 내고 갔더라도 돈 아까웠단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공연의 열기도 대단했다. 일본어의 낯설음 때문이었을까 잠깐 주춤거리기도 했으나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시간의 길이는 힙합 잡지나 마스터플랜 쪽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 일본 힙합이 낯설지 않도록 정보와 접촉의 기회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지만 말이다. 단지 넓은 시장에서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별 필요 없겠지만, 그들이 무대에서 “Korea One! Japan One! Hiphop One!”이라고 외친대로 가려면 의사소통 해결은 절실하다.

20010228112941-shock3한가지 더. 힙합 라이브에서 가사를 알아듣기란 불가능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공연에서도 한글 가사 알아듣기는 정말 쉽지 않았다. 물론 라임을 중시하는 랩에선 우리말의 호흡이 대부분 무시되고, 종이에 쓰여진 가사도 바로 뜻을 알기 힘들게 되었고 공연장 자체의 울림도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가사를 못 알아듣고 분위기와 리듬만으로 즐겨야하는 라이브는 나같이 말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불편하다.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프리 스타일 시간에 랩을 못 알아듣는 문제는 심각하다. 다만 Future Shock의 사운드는 괜찮은 편이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전문 엔지니어가 있는 외국의 현실이 부럽다. 1층 관객 플로어에 바닥 높이까지 올려놓고 찍고, 플로어 한가운데를 ‘뻐엉’ 뚫어놓고 그 넓은 공간을 혼자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 카메라 3대로 찍어간(취재진들에게만 제공된 2, 3층에도 카메라는 몇 대 더 있었을 것이다) N-TV 녹화 방송에는 소리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수십 명 이상을 피곤하게 만들면서 찍어간 건데 잘 안나오면 어쩌나…

이후 마스터플랜은 Future Shock의 앨범을 라이센스하고, 홍콩, 대만, 싱가폴,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공연 전 수 백명의 줄을 보고서 신촌의 한 작은 클럽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다니 하며 놀라기도 했는데 계속 이슈를 만들어 간다면 힙합 매니아 수는 더욱 늘어갈 것 같다. 단지 시장이 넓어지는 효과 외에도 늘어난 힙합 팬과 아시아 힙합(세계화 시대의 힙합 블록화?)이 만나 ‘정서 공동체’를 만들어내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이를 위해선 서로의 언어 장벽 해소가 우선이다). 그리고 문화 산업이 돈 벌려고 힙합을 한국에 들여오는 과정에서 생겨난 ‘비싼 한국 힙합’에도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일시: 2001년 2월 24일 6시 – 11시 30분 (공연 후 파라오에서 DJ Party가 25일 새벽 3시까지)
+장소: 트라이포트 홀
+입장료: 예매 20000원, 현매 25000원
+출연진 :
Future Shock – Zeebra, DJ Ken-bo, Soul Scream, Ozrosaurus, Word Swingaz, UZI the 9mm, DJ Dai, OJ Flow, Sentence
마스터플랜 – 가리온, Da Crew, 주석, Side-B, DJ Wreckx, MC 성천, One Sun, DJ Soulscape, Ill Skillz, Daggaz, K-Ryders, 45rpm, Tequila Addicted

관련 글
마스터플랜에 세계의 유명 DJ들이 온다 – vol.2/no.8 [20000416] http://www.weiv.co.kr/news_view.html?code=news&num=282

관련 사이트
마스터플랜 사이트
http://www.mphiphop.com
Future Shock 사이트
http://www.futureshock.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