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17014358-cncr지난 2월 8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에서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문화연대에서 “한국 대중음악이 문화적인 측면에서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내실 있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중음악의 문화환경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고, 이에 필요한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며 추진하는 “한국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2001년 연중 정책포럼”의 첫 행사였다.

서강대 교수 원용진의 사회로 시작된 이 날 포럼은 먼저 강헌, 이송지혜, 최영묵, 이동연의 발제가 있은 후 토론자, 방청객들의 발언으로 끝났다.

“방송의 대중음악 순위프로그램 폐지·군림과 야합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제목으로 발제에 나선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은 현재의 가요순위프로그램은 음반이 많이 팔려서 1위가 되는 것이 아닌, 1위가 되어서 많이 팔리는 음악 풍토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하고 객관적인 음악 유통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 가요순위프로그램이 무조건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간사 이송지혜와 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 최영묵은 방송 3사 가요순위프로그램의 진행방식과 구성을 6주 동안 분석한 결과를 보여주며 순위의 공정성, 가요 장르의 편중, 음악 프로그램으로서의 정체성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가요 순위프로그램이 한국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말살하고, 청소년의 음악 취향을 획일화시킬 뿐 아니라 음반 산업을 기형화시킨다. 나아가 립싱크 가수를 양산해 시청자를 기만하고 방송사와 음반 기획사, 팬클럽의 ‘부적절한 관계’를 만들어 내는데, 결국 가수들도 희생양이 된다”고 경고했다. 이동연은 지금까지 가요순위프로그램의 폐해를 지적하고 폐지를 주장했던 사람들이 대부분 지식인과 대중음악 평론가들이었기 때문에 힘을 가지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소비자 각성을 위한 시민 운동적인 요구와 여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포럼엔 평소 신문, 잡지 등을 통해 음악 관련 기사들을 꾸준히 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할 얘기들이 거론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정작 가요순위프로그램을 어떻게 폐지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으며 대부분 폐지의 이유와 당위성을 밝히는 데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요프로그램을 폐지한다면 그 대신 무엇을 채울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 주제를 잡은 것을 생각하면 문화연대의 방향성이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음악 소비가 ‘TV 안에서 시작해서 TV 안에서 끝’나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TV 밖의 음악 소비가 가능하도록 방안을 찾아내는 일이 필요하다. 1998년 IMF다, 일본음악 개방이다, 경쟁력 약한 댄스 가요는 희망이 없다, 뭐다 해서 어부지리로(물론 자우림과 크라잉 넛의 역할도 있었다) 신촌, 홍대 인디 씬이 TV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조금 알려지긴 했지만 어쨌든 (소수) 사람들은 TV 바깥의 음악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얼마 가지 않아 수그러들었지만 이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다. TV 안에서 시작해서 TV 안에서 끝나는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현재의 한국 대중음악을 둘러싼 문제들은 풀리지 않을 것이다. 시청률, 매니저, 방송 프로듀서, 가요 팬(혹은 음반사/기획사와 방송국, 그리고 가요 팬)으로 이루어진 유통과정은 무척 단단해서 이유와 필요성을 들어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결실을 맺기는 어려워 보인다. 궁극적으로 가요순위프로그램을 없앨 수 있는 건 시청률이 낮아지는 일이다.

한편 오는 5월 24일엔 같은 장소에서 “음반산업 유통구조의 개혁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포럼이 열릴 예정이다. 20010215 | 송창훈 [email protected]

+ 프로그램 순서
사회 원용진(문화연대 매체문화개혁위원회 위원장,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개회사 정범구(민주당 국회의원)

+ 발제
방송의 대중음악 순위 프로그램 폐지·군림과 야합으로부터의 탈출 – 강헌(대중음악 평론가)
공정성·정체성 실종된 방송 3사 가요순위프로그램 – 방송 3사 가요순위프로그램 분석 – 이송지혜(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간사), 최영묵(한국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 공동발제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를 위한 시민운동의 과제 – 이동연(문화연대 사무처장)

+ 토론
김보성(민음협 사무총장)
김창남(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박해선(KBS 뮤직뱅크 주임PD)
백강(㈔한국연예제작자협회 음반저작권 담당이사)
심재권(민주당 국회의원)
신현준(웹진 [weiv] contents planner)

한국 대중음악 개혁을 위한 2001년 연중 정책포럼
제 2회 음반산업 유통구조의 개혁과 대안
일시 2001.5.24(목) 오후 2시- 5시
장소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
발제 음반유통구조 개선, 어떻게 할 것인가(이동연)
토론 송기철, 강왈모, 김종덕, 이성욱, 정희균
사회 원용진

제 3회 대중음악 제도개혁을 위한 정책방향
일시 2001.8.23(목) 오후 2시- 5시
장소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
발제 대중음악산업 관련 법률문제 검토(조광희)
저작권법과 저작권협회, 무엇이 문제인가(유영건)
대중음악 생산과 수용 과정의 제도적 개혁과제(강헌)
토론 정범구, 김보성, 정태춘, 음반심의위원회 측과 국회 게임음반과 과장 각각 1인
사회 이동연

제 4회 한국 대중음악의 문화환경,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일시 2001.11.22(목) 오후 2시- 5시
장소 국회의원 회관 소회의실
발제 문화개방과 대중음악의 경쟁력을 위한 지원방향(김보성)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한 정책제안(임진모)
인디 음악의 저변확대를 위한 과제들(성기완)
토론 성우진, 안이영노, 김민기, 한국문화정책개발원 1인
사회 이동연

관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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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시장 붕괴위기 – 문화연대
30대가 시디를 살 수 있게 하려면 – 문화연대
대중음악 희망찾기, TV 가요프로그램을 없애라 – 문화연대
[취재 및 평가] 국회 대중음악 토론회 – 딴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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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nc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