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16013258-indie김종휘, 문석, 신현준, 안이영노, 성기완 – 날아라 밴드 뛰어라 인디 – 해냄, 2000

지난해 개인적으로 주변에서 많이 떠돌았던 질문은 핌프 록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 과연 핌프록이 무엇이냐.” 그러면 곁눈질 반을 하며 “응, 그건 메탈 음악에 백인이 하는 랩이야” 라는 둥의 얼기설기한 답변으로 넘어가곤 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유독 용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생각해보니 몇 년 전 이와 비슷한 난감한 질문이 있었던 거 같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인디 음악이 무엇이냐”였는데 뭐라고 대답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때도 아마 신통치 않은 대답으로 얼버무렸나 보다.

그렇다면 지금 펼쳐져 있는 이 책, [날아라 밴드 뛰어라 인디]를 당신에게 건네주며 “진정 인디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는 책”이라고 한다면 믿겠는가. 아니, 눈길이나 머무를까. 하지만 ‘인디’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없을뿐더러 대중의 관심도 이미 소진한 상태라는 점은 저자들도 진작에 고백하고 있다. 이를테면 ‘후일담’과 같은 회상으로.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기록적인 논문이기보다는 생활적인 산문에 가깝다. 그런 만큼 쉽게 읽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데, 아마도 철지난 이야기에 자기 반성적 고백을 담은 이유는 절차탁마하여 다시 ‘날 수 있는’ 밴드와 ‘뛸 수 있는’ 인디를 희망하기 때문은 아닐는지. 그리고 그런 일의 가능 여부는 당신이 이 책을 펼쳐 볼 것인지 아닌지에 달려있다고 한다면, 이 말은 또한 믿을 수 있겠는가.

여하튼 당신이 믿건 안 믿건 간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분사하고자 이 책은 인디의 ‘노하우’를 담기 위해 노력한다. 그 동안 조금이나마 인디에 관심이 있던 사람이라면 짐작할 터인데, 다섯 명의 저자는 안팎으로 인디 음악과 관계 맺던 인물들이며, 레이 아웃이나 글씨체를 보면 만화가 빠져있는 [팬진 공](혹은 [팬덤 공])과도 같고, 공연 장면을 담은 칼라 사진과 앨범 커버는 넉넉히 채워져 있다.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 [팬진 공]처럼 ‘급진적’이며 ‘가학적’이지는 않다. 이러한 편향성에서 벗어나고 전체적인 중심을 잡기 위하여 음반 제작자, 기자, 평론가 그리고 인디 뮤지션 등 각계의 인사들이 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저널리즘적이며 평가적인 어투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는 1, 2장보다는 3장과 4장에 눈길이 간다. 그것은 직접 인디 밴드에서 활동하는 필자들이 직설적이고 내면적이며 실제적인 상황들을 적고 있는 덕택이다. 특히 3장 ‘인디 키드 리포트’의 경우 인디 매니아, 인디 음반 제작자, 인디 뮤지션, 클럽 사장 등과의 대담을 담고 있는데, 그 대상의 다양함과 솔직함으로 여러 모로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아마도 인디의 실제적인 참여자가 갖게 되는 정체성과 불확실한 미래를 들춰냄으로서, 지난날의 성과와 반성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시스템이나 뮤지션에게만 맹목적으로 ‘인디’를 강요하는 현실의 반증 탓이 아닐까. 이 장에 다다르면 비로소 저자와 독자는 하나가 되어 함께 문제를 고민하는 동시에 진지한 해법을 모색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이제 몇 가지 시비를 걸어보자. 먼저 시시콜콜한 이유이긴 하지만 책값이 비싼 게 흠이랄까. 새로울 것 없이 알려진 내용이 많은 지면을 채우고 있는 데다가, 중복되는 내용도 꽤 많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다. 의아한 것은 ‘책’으로서의 일관성이다. 저자들 간에 인디의 개념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어수선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책의 서문에는 ‘인디’, ‘비주류’, ‘언더그라운드’ 개념을 구분하지만 다음 장에 가면 이와는 무관하게 ‘인디’가 ‘비주류’의 동의어로 쓰이거나 다시 ‘언더’로 대치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필자의 재량이지만 ‘책’으로 기획하는 경우에는 따로 해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들의 갖고 있는 진실성으로 그 내용이 후반부로 갈수록 절박해지며, 때로는 과격해지기도 하지만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낸다. 과연 인디가 ‘댄스 가요계’의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언론의 노리개로 남을 것인가, 이대로 소멸할 것인가. 책을 덮으면 은밀한 비밀일기를 본 듯한 느낌은 아마 그래서인가보다. 책의 구절대로, 문제는 대박이 아니라 ‘지속성’이다. 20010213 | 신주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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