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44배리어스 아티스트 – 인디 파워 2001 – Rock, 2001

 

 

인디 밴드의 리메이크는 좀 다를까?

이제 리메이크는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 10여 년간 대중음악계의 주요 현상 가운데 하나로 리메이크와 트리뷰트의 ‘범람’을 지목할 수 있는데, 이런 현상은 특히 가요계의 경우 최근으로 올수록 두드러진다. 볼륨 수를 늘려가고 있는 히트곡 편집 앨범과 리믹스 앨범 포맷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규 앨범에 한 곡쯤 리메이크 곡을 삽입하는 건 이제 관례화된 일이라는 느낌을 줄 정도다. 익숙함을 이용하려는 음반 기획사의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창작력의 고갈로 단정짓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안이하다거나 지겹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뒤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리메이크는 원곡의 대중성에 기댈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생각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다. 제대로 된 리메이크를 하고자 한다면.

[인디 파워 2001]은 인디 밴드의 가요 리메이크 컴필레이션 [인디 파워 1999]의 후속 앨범이다. [인디 파워 1999]는 레이니 선, 언니네 이발관, 위퍼, 리얼 쌍놈스 등의 인디 밴드들이 발라드(“꿈에”)부터 트로트(“아빠의 청춘”), 댄스 가요(“루비”)까지 여러 히트 가요들을 하드코어, 하드록, 기타팝, 스카 펑크 등 다양한 스타일로 리메이크한 걸 컴필레이션으로 묶은 것이었는데, 위퍼의 “향기로운 추억”이 마이너 히트를 하며 인디 쪽 앨범으로서는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렸다. 이번 앨범 또한 방법론에 있어서 전작과 비슷하다. 대상으로 삼은 원곡들은 발라드(“그녀의 웃음소리뿐”), 댄스 가요(“작은 기다림”), 트로트(“소양강 처녀”), 록(“매일매일 기다려”) 등 장르를 가리지 않으며, 참여 밴드들 역시 베테랑급부터 신인급까지 두루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경우 세밀한 차이를 무시한다면 리메이크의 성향이 대체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전작과 다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메탈 성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앨범의 처음을 장식하는 크래쉬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부터 두드러진다. 록과 일렉트로니카를 뒤섞었던 모노크롬(신해철)의 원곡은 안흥찬의 압도적인 보컬이 주도하는 크래쉬의 강력한 금속성 사운드로 인해 한결 시원시원하고 꽉 죄는 느낌이다. 가사가 약간 노골적으로 바뀐 것도 요인 중 하나이다(“그 나이를 퍼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그 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물론 크래쉬는 최근작에서 보여준 것처럼 샘플링을 적절히 사용하여 일렉트로니카와 인더스트리얼의 느낌을 적절히 첨가했다.

꼭 크래쉬의 트랙이 아니더라도, 앨범의 주재료가 ‘쎈’ 기타 사운드와 감초처럼 들어가는 랩이라는 걸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즉 메탈과 랩/힙합의 교배는 앨범의 지배적인 사운드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되고 있다. 닥터코어 911의 “현진영 Go 진영 Go”, 피아의 “말해줘” 등은 랩 메탈 혹은 얼터너티브 메탈(이른바 하드코어) 스타일로 리메이크되었고, 소울 테이크의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와 엑스 맨 클럽의 “해뜰날”도 메탈 풍 기타와 랩을 뒤섞고 있다. 로튼 애플의 “그녀의 웃음소리뿐”과 소울 에이지의 “작은 기다림”은 메탈과 얼터너티브/그런지의 느낌을 교차시키는가 하면, 푸펑충의 “매일매일 기다려”는 메탈과 펑크의 분위기를 동시에 발산한다. 힙 포켓은 평소의 메탈 지향의 크로스오버 스타일에서 메탈 풍 기타는 절제하고 댄스 리듬을 강화하여 색다른 느낌의 혼합물을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트랙이 기타가 추동하는 강한 사운드와 랩의 결합을 도모하다보니, 불독맨션의 “춘천 가는 기차”와 ?(퀘스천 마크)의 “소양강 처녀” 같은 예외적인 트랙은 이질적으로 들린다. 앨범의 중간에 자리한 불독맨션의 연주는 원곡에 충실한 편곡에다 훵키한 리듬감을 살짝 입혀 편안한 느낌을 주며, 마지막 트랙인 ?의 연주는 신서사이저 연주와 샘플링이 주도하는 테크노 댄스에 랩을 가미해 트로트 고전인 원곡의 애상적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다. 전자는 딱히 이 앨범을 들을 때가 아니더라도 여행과 관련해 단아한 향취를 주는 배경 음악이 될 것 같으며, 후자는 나이트 클럽의 분위기 전환용으로도 어울릴 듯하다.

그런데 트로트의 고전이 테크노 댄스곡으로 바뀌고, 댄스 가요가 얼터너티브 메탈로 바뀌는 식의 리메이크는 별로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다. [인디 파워 1999]에서 이미 사용된 방법론이고, 비단 이 앨범이 아니더라도 그런 예는 많다. 평소 이런저런 리메이크 곡들을 들으면서 느끼는 점은 원곡의 완성도나 대중성이 리메이크의 완성도나 대중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것, 그래서 결국 리메이크의 성패는 리메이크 연주자의 발상과 표현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원곡의 에토스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좀더 강렬한 이미지를 부여한 크래쉬의 연주, 송대관의 원곡과 (이와 유사한 부분으로 예전에 논란이 되었던) 제이 가일스 밴드(J Geils Band)의 “Centerfold”를 아예 뒤섞어 버린 엑스 맨 클럽의 아이디어, 원곡에 충실하지만 리듬 강화로 경쾌한 느낌을 주는 불독맨션의 연주, 이른바 퓨전 성향의 곡을 (현재의 트렌드인 각종 장르 혼합이라는) 말 그대로의 퓨전 개념으로 연주한 힙 포켓의 발상 정도가 재밌다는 느낌을 주거나 원곡의 존재를 잊게 만든다. 그 외 대부분의 트랙은 다소간의 상이함을 보이고 또 천편일률까지는 아니지만, 예상가능한 리메이크에 머물고 있는 듯하다.

선곡이나 밴드 선정에 관해 원칙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나, 완성도와 구성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별로 개의치 않을 것 같다. 음반사로서는 이 앨범의 기획이 어차피 큰 이익을 기대하진 않지만 해볼 만한 아이템이고, 밴드로서는 한번쯤 참여해서 연주해볼 만한 기회일 테니까. 그런데 전작과 유사한 판매고는 올리겠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각 곡의 편차는 전작보다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획의 두 번째 결과물이고 또 음반의 판매/구입은 다른 차원의 문제니까. 20010213 | 이용우 [email protected]

4/10

수록곡
1.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 Crash
2. 현진영 Go 진영 Go – 닥터코어 911
3. 말해줘 – 피아
4. 그녀의 웃음소리뿐 – 로튼애플
5. 해뜰날 – X-Man Club
6. 춘천 가는 기차 – 불독맨션
7. 작은 기다림 – Soul Age
8.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 Soul Take
9. 매일매일 기다려 – 푸펑충
10. 내게 다시 – Saint
11. 샴푸의 요정 – Hip Pocket
12. 소양강 처녀 – ? (Question M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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