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45박혜경 – O2 – 서울음반, 2000

 

 

대중적인 모던 록의 말랑말랑함

박혜경은 발랄한 소녀 같은 이미지와 맑고 깨끗한 목소리의 소유자로서는 다소 의외로 ‘깡촌 출신’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가수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뮤지컬 단역 배우로 아르바이트를 했고, ‘강변가요제’에 출전하려고 전문대에 입학했던 경력도 요즘 가요계에서는 이례적이다. ‘밴드에서 보컬을 맡다가 솔로로 독립했다’는 경력은 비교적 흔하지만 말이다.

이런 이력은 대도시에서 곱게 자란 듯한 ‘모던 록 여가수’와는 다른 톤과 창법으로 드러난다. 부서질 듯 여리면서도 ‘깡다구’가 있는 박혜경의 목소리는 바이브레이션을 많이 써서 탁하고 그런지(grunge)한 느낌이 나는 리아와도, 가는(여성적인?) 음색이지만 고음보다는 중저음에 비중을 두는 (자우림의) 김윤아와도, 발랄하면서도 목소리 톤이 두꺼운 (주주 클럽의) 주다인과도 다르다. 바이브레이션이 거의 없는 투명한 음색, 그리고 고음 처리에 강한 그녀의 목소리는 이들 중에서 가장 ‘인위적’이지 않다. 그녀의 노래를 들으면서 도시의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조금의 여유를 갖게 된다면 이런 점이 적잖이 작용할 듯하다. 솔로 1집에 실려서 라디오 애청곡이 된 “고백”이 평이한 사랑노래 같으면서도 무언가 새로운 느낌이 있었다면 그것도 이 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2집에 임하는 본인의 변은 다음과 같다. “솔로 1집은 그룹 더 더에서 독립해 처음 내는 것이어서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크로스오버를 많이 했고 팝적인 느낌을 많이 줬다. 하지만 이번에는 록에 더 가깝게 갔고, 솔로지만 밴드의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그녀의 말을 존중한다면 이번 음반에서 유심히 들을 곡은 “길”과 “애원”같은 더 더 시절과 유사한 곡들보다는 “I Can”과 “비밀” 같은 자작곡들이다. 직접 작사, 작곡했다는 의미 외에도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인 맑고 고운 음색과 파워를 사용하지 않고 나른한 리듬에 어울리게 나직이 읊조리는 보컬은 끈적거리면서 때로는 유혹적이기도 하다. 고음에 강한 그녀가 중저음역대에서도 매력적인 소리를 낸다는 점은 앞으로 재지(jazzy)하고 블루지(bluesy)한 스타일과 접목한 퓨전 계열의 록 음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 두 곡만으로 앞으로 그녀가 ‘싱어 송라이터’로도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힘들다. 그러기에는 ‘여성’을 앞세운 한국의 ‘주류 모던 록’의 음반제작 관행이 강력해 보인다. 별 말이 아니라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이 진부하기 짝이 없는 “하루”이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어차피 이 곡만 듣고 나머지 곡들에는 관심 없을 테니 말이다. 이 대목에서 밴드가 아닌 솔로를 선호하고, 밴드의 합주보다는 세션맨의 ‘반주’를 선호하는 뿌리깊은 관행을 문제삼는다면 좀 ‘오버’이려나. 20010206 | 정소현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길
2. 하늘
3. 우정 그 이상의 사랑
4. Wish
5. I Can
6. 하루
7. 애원
8. 비밀
9.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10. 별

관련 글
박혜경 [+01] 리뷰 – vol.2/no.3 [2000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