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15043212-DjShadowDJ Shadow – Endtroducing….. – Mo’Wax/FFRR, 1996

 

 

비닐-샘플링 문화와 DJ 힙합의 역사적 선언문

“이 앨범은 비닐 문화의 일생을 반영한다.” 이미 너무나 유명해진 이 앨범에 대해 앨범 부클릿에 적힌 이 문구 이상을 덧붙인다는 것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작은 글씨로 이른바 ‘비닐 문화’의 계보를 이룬다고 할 만한 이름들을 나열하는 것 말고 말이다.

20대 중반의 조시 데이비스(Josh Davis, aka DJ Shadow)는 앨범 [Endtroducing…..]을 통해 자신의 음악을 미국으로 역수입해서 가져오면서 강조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했다. 디제이 섀도의 음악은 최첨단의 샘플링 음악이지만 그 역사와 뿌리는 바로 12인치 LP나 싱글 같은 비닐에 있음을 선언하고 경의를 표한다. 이름 모를 지난날의 12인치 디스크들로 가득찬 레코드 가게는 디제이 섀도 같은 이들에게는 영원한 고향과도 같다.

동시에 틀림없이 흐트러져 있었거나 특정한 형식에 꽉 매여 있었을 소울과 재즈의 가락과 훵크의 비트들은 디제이 섀도의 빈틈없는 음악 작법의 구조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따라서 디제이 섀도의 음악은 샘플링 테크놀로지의 개가이기도 하다. [Endtroducing…..]의 모든 곡들은 실제 연주 한 자락 없이 샘플러와 턴테이블로만 빚어낸 치밀하고 놀라운 축조물이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역사에 미래의 생명의 빛을 불어넣은 것은 바로 첨단 테크놀로지이다. 디제이 섀도의 연금술의 세계로 들어오면 모든 것은 몽환적인 비트가 되어 살아난다(“The Number Song” “Napalm Brain / Scatter Brain”). 한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놀라운 비트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리하여 디제이 섀도의 연금술은 올드스쿨 힙합의 블록 파티에 대한 추억담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게 된다.

지금 상황에서 디제이 섀도의 음악을 ‘트립합’이라고 부르는 이는 없겠지만, 돌이켜 보면 디제이 섀도의 음악은 ‘테크노와 힙합의 화학적 결합’ 혹은 ‘테크노적으로 해석한 힙합’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 앨범이 만약 힙합이라면 스튜디오 테크놀로지를 가장 몽환적으로 사용한 힙합일 것이며, 만약 테크노라면 샘플링을 통해 힙합의 비트를 가장 멋들어지게 만들어낸 테크노일 것이다(“Midnight In a Perfect World” “What Does Your Soul Look Like(Part 4)”).

‘어떤’ 힙합인가에 관해 또 하나의 설명을 덧붙인다면, 비닐과 샘플링, 턴테이블과 비트로 무장한 디제이 턴테이블리즘의 시대를 (열어 젖히지는 않았더라도) 앞당긴 건 디제이 섀도의 공로다. 이 앨범 이후 영국에서 건너와 다시 미국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힙합에서 ‘디제이들의 귀환’에 일익을 담당했다. 처음에는 그에게 무관심하던 골수 힙합 팬들도 그와 베이 에리어의 많은 디제이들과의 협업을 지켜보면서 왜 디제이 섀도의 음악이 진정으로 힙합이며 힙합의 혁신인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20010212 | 이정엽 [email protected]

10/10

수록곡
1. Best Foot Forward
2. Building Steam With A Grain Of Salt
3. The Number Song
4. Changeling / Transmission 1
5. What Does Your Soul Look Like (Part 4)
6.
7. Stem / Long Stem / Transmission 2
8. Mutual Slump
9. Organ Donor
10. Why Hip Hop Sucks In ’96
11. Midnight In a Perfect World
12. Napalm Brain / Scatter Brain
13. What Does Your Soul Look Like (Part 1-Blue Sky Revisit) / Transmissio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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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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