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215034623-omaraOmara Portuondo – Buena Vista Social Club Presents Omara Portuondo – World Circuit/Nonesuch/Warner Music Korea, 2000/2001

 

 

‘감정의 피앙세’의 볼레로 가락의 익숙한 감동

앨범 타이틀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음반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국제적 성공 이후 나오는 시리즈 음반이다. 루벤 곤잘레스(Ruben Gonzalez), 이브라임 페레르(Ibrahim Ferrer)에 이어 세 번째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그녀가 이브라임 페레르와 함께 “Silencio”를 부르는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정원에 있는 꽃들이 그녀의 슬픔을 본다면, 꽃들은 틀림없이 죽어갈 거야”라는 노래를 부르고 페레르가 손수건을 꺼내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오마라 뽀르뚜온도를 “쿠바의 에디뜨 삐아프”라고 부른다는 점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후진국’ 음악인을 선진국의 아무개와 비교해야만 의사소통이 된다는 게 좀 XX하지만). 앨범을 여는 트랙 “La Sitiera”를 들으면 이 표현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과히라(guajira)라고 불리는 장르에 속하는 이 곡은 장조의 전주가 나오다가 단조로 반전되면서 애가(哀歌)가 나온다. 제목이 ‘가난한 소작인’이라는 뜻이라는 정도밖에 모르지만 가사의 뜻을 모르더라도 노래가 흐느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모른 척하기는 힘들다.

이 곡과 정반대의 트랙을 꼽으라면 세 번째인 “Donde Estabas Tu”이다. 이 곡에서 만년에 접어든 여인은 무도장에서 뭇 남자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아가씨처럼 (무례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도발적이고 관능적으로 노래한다. 색서폰들의 협주와 합주 사이로 카우벨(cowbell: 퍼커션의 하나)은 마치 광우병 걸린 소처럼 스타카토를 찍어댄다. 마치 ‘춤추지 않을 사람은 여기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써 붙인 것 같다.

나머지 트랙들은 손(son)과 맘보(mambo)도 있지만 대부분은 볼레로(bolero)라는 장르로 아울러도 될 것이다. 볼레로에 대해서는 느린 템포의 쿠바식 ‘에레지'(= 한국형 뽕 발라드의 ‘원형질’) 정도로 설명하고 넘어가야 하겠지만, 비슷한 스타일이 이어지다 보니 간혹 축 처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사운드트랙에도 실려있는 “Ella y Yo”와 “Veinte Anos”에서 남자 목소리와의 듀엣이 분위기를 바꿔주기는 하지만, 그리고 루벤 곤잘레스의 피아노, 꼼빠이 세군도(Compay Segundo)와 엘리아스 오초아(Elias Ochoa)의 기타 그리고 풀 오케스트라의 능숙한 연주가 받쳐주기는 하지만, 간혹 “옛날 우리 오마니가 즐겨 듣던 ‘아무개 악단 경음악’과 뭐가 크게 다르지?”라는 말이 나오게 한다. 대세가 대세니만큼 이 정도로 그쳐야겠지만 사운드의 질감이 고풍스러운 것까지는 좋은데 ‘너무 익숙하다’는 이야기는 해야겠다. ‘쎄자리아 에보라와 비르지니아 로드리게스는 좋지만 오마라 뽀르뚜온도는 별로다’라고 말하면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셈인지는 따져봐야겠지만.

그래서 괜히 궁금해진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 수많은 쿠바의 음악인들이 미국으로 망명해서 활동했지만 왜 ‘부에나 비스타 관련 인물들’만 뒤늦게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일까. 한국 팬의 경우 ‘오래된 신파가락’이라도 이미자와 심수봉의 트로트는 천박하다고 멸시하고 북한의 “반갑습니다”와 “휘파람”은 ‘순박한 맛이 있네’라고 느끼는 취향의 변덕과는 아무 관련 없는 것일까. 그 변덕이 또 한번 조화를 부리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 오랫동안 꿋꿋이 연주해 왔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관련 음악인들에게 또 한번 무례를 저지르는 것일텐데.

사족: 알고 보니 오마라 뽀르뚜온도에게는 쿠바 혁명과 관련된 또 하나의 아픈 사연이 있다. 1960년대 초 이른바 ‘쿠바 미사일 위기’를 맞이하여 미국과 쿠바 사이에 일촉즉발의 상황이 초래되었을 때 언니인 하이디(Haydee)와 생이별을 하게 된 것이다. 마이애미의 호텔에서 ‘아이다 4중창단(Cuarteto Las L’Aida)’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노래부르던 두 자매 중 오마라는 쿠바로 급거 귀국했던 반면 언니는 마이애미에 남기로 결심했던 일이다. 쿠바판 ‘이산가족’이었던 셈이다. ‘감정의 피앙세(Fiance of Feeling)’라는 그녀의 또 하나의 별칭은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긴, 나도 4반세기 전, 아니 5반세기 전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을 들으면서 눈물을 찔끔 흘렸던 기억이 있다. 20010213 | 신현준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La Sitiera
2. He Perdido Contigo
3. Donde Estabas Tu
4. Mariposita de Primavera
5. Canta Lo Sentimental
6. Ella y Yo
7. No Me Vayas a Enganar
8. No Me Llores Mas
9. Veinte Anos
10. Hombre Que Yo Ame (The Man I Love)
11. Siempre en Mi Cor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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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사회주의 나라에서 온 음악 – vol.1/no.5 [19991016]

관련 사이트
오마라 뽀르뚜온도를 포함한 비스따 소셜 클럽 관련 음악인들의 상세한 정보를 모아놓은 웹페이지
http://www.afrocubaweb.com/Portuondo.htm
오마라 뽀르뚜온도에 대한 IMN(국제음악네트워크)의 바이오그래피
http://www.imnworld.com/omara.html
오마라 뽀르뚜온도와의 인터뷰 기사
http://www.findarticles.com/m1285/9_30/64993860/p1/article.j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