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131044837-wallflowersWallflowers – Breach – Interscope, 2000

 

 

Shall We Dance?

앨범의 완성도를 따지기 전에 일단 월플라워스란 이름은 나에게는 특별하다. 한창 음악을 좋아하고 많이 들었던 고등학교 때 소위 음악 좀 듣는 애들은 거의 대부분이 열혈 메탈 키드 아니면, 막 떠오르던 오아시스나 블러 등의 브릿팝, 좀 나아가서는 너바나 류의 얼터너티브 록 팬들이었다. 인디팝이나 R.E.M. 등을 좋아했던 나는 그들과 거리가 있었다. 그 무렵 비디오 클립으로 본 월플라워스는 참 새로웠다. 검은 정장에 중절모, 그리고 보컬의 헤어스타일은 그야말로 쿨했고 내가 그들의 팬이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앨범 [Bringing Down the Horse](1996)의 엄청난 성공과 그래미 뮤직 어워드에서의 수상은 나를 적잖이 흥분시켰다. 이 정도의 성공이면 당연히 따를 라이브 앨범이라든지 부틀렉이 나오는 게 정상적인(상업적인) 모습인데도, 월플라워스는 다음 앨범을 준비한다며 시야에서 사라진 후 한 자선 앨범과 고질라 O.S.T.에 한 곡씩만 참여했을 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질 즈음 나온 [Breach](2000)는 무려 4년만의 신보이다. 따져보면 이들의 첫 셀프타이틀 앨범과 [Bringing Down the Horse] 사이의 간격도 역시 4년이었다.

이 밴드의 브레인이자 리더인 제이콥 딜런(Jakob Dylan)과 그의 오랜 음악 동료이자 친구인 키보디스트 래미 제피(Rami Jaffe)를 축으로, 베이스의 그렉 리칠링(Greg Richling), 기타의 마이클 워드(Michael Ward), 드럼의 마리오 칼리레(Mario Calire)로 짜여진 라인업은 지난 음반의 라인업과 변함이 없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음반 역시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그들의 음악적 특징을 보여주는데, 사운드는 더욱 풍부해진 느낌이다. 첫 싱글로 커트된 “Sleepwalker”는 가장 월플라워스다운 곡으로 친근한 멜로디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는 곡이고, 다음 곡인 “I`ve Been Delivered”는 제이콥의 그늘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월플라워스 사운드의 핵인 키보디스트 레미 재피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또한 월플라워스(제이콥 딜런)의 그 유명한 가사들은 이 음반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성공의 덧없음을 그려낸 “Witness”, 현실과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드러나는 “Some Flowers Bloom Dead”는 지난 4년간 무르익은 이들의 시각을 보여준다. 한편, 이 음반에는 그동안 이들이 들려주지 않았던 “Up From Under”와 “Birdcage” 같은 아름다운 발라드 넘버도 들어 있다. 흥겨운 로큰롤인 “Murder 101″에서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와 전 픽시즈(Pixies)의 프랭크 블랙(Frank Black)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점도 이채롭다.

처음 월플라워스의 음악을 들으면 심심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전작의 “One Headlight”나 “6th Avenue Heartache” 같은 좋은 훅(hook)을 가진 곡이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이번 음반은 그런 ‘심심함’이 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는 것이 월플라워스 음악의 특징이자 미덕이다. 처음부터 아버지(밥 딜런)의 이름에 기대지 않으려 한 제이콥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제이콥은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이제 10년이 넘어가는 그의 음악생활의 현재와 미래는 그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속에는 항상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파괴적이라든지 좋지 않은 방법으로 표현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그들(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습니다.” 20010129 | 구세준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Letters from the Wasteland
2. Hand Me Dow
3. Sleepwalker
4. I’ve Been Delivered
5. Witness
6. Some Flowers Bloom Dead
7. Mourning Train
8. Up From Under
9. Murder 101
10. Birdcage

관련 사이트
월플라워스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wallflower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