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231023913-wutangWu Tang Clan – The W – Loud/Sony, 2000

 

 

시대의 조류를 뒤로 한 채 원형으로 회귀한 우탱

Ghostface Killah의 [Supreme Clientele]과 Rza의 [Ghost Dog]으로 시작된 Wu-Tang Clan의 2000년은 그들에겐 새로운 희망과 도약을 위한 한 해처럼 보였다. 역설적으로, 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그들 패거리의 정규 3집 [The W]는 그래서 다시금 부풀려진 그들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발매 후 한 달이 넘어가고 있는 지금 현재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앨범은 사운드의 질감이나 편곡, 전체적인 곡의 배치, 곡에 부여하는 이미지의 측면에서 3년 전 [Wu-Tang Forever]의 막연한 답답함과 무지막지함보다는 7년 전 [Enter the Wu-Tang]의 (그 당시로서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던) ‘원형적 우탱 아우라’로의 회귀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예외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 예외적인 부분들과 이 앨범의 전체적인 틀로서의 ‘소림사 입문시기로의 회귀’ 사이의 충돌과 갈등은 현재의 평자들과 팬들의 혼란과 논란을 이해할 수 있는 키포인트가 된다.

첫 번째 예외는, 예상을 넘어서는 많은 게스트들의 등장이다. 물론 우탱들의 솔로 앨범에서는 늘상 있는 일이지만, 집단 정규앨범에서는 그들의 자존심이 웬만하면 허락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아홉 MC들(Cappadonna까지 하면 열 명이지만, ODB가 사정상 빠지면서 이번에도 여전히 아홉 명이다)의 독특한 개성에 바탕을 둔 칼날 같은 가사와 호전적 라임 대결이 그들 음악의 정수라는 점에서, 외부인사의 배제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중요한 음악적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쓴 이번의 도박은 안타깝게도 전체적으로 실패로 끝난 것 같다. 가뜩이나 맛이 간 채 꾸물거리는 ODB에다 Snoop Dogg까지 보태진 “Conditioner”는 낭비적 트랙이 되었고, Busta Rhymes는 ‘The Monument”의 단단한 사운드의 빛을 잃게 한다. Isaac Hayes의 ‘peace brother’한 감성과 우탱들의 왁자지껄한 인종주의에 대한 편집증이 부자연스럽게 중첩되는 “I Can’t Get To Sleep”은 슬픈 현악의 블루지한 감성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버린다. Junior Reid의 음울한 루츠 레게 보컬은, “One Blood Under W”, “Jah World”에서 우탱들의 주장과 달리 그들과 뭉치지 못하고 겉돈다. “Red Bull”에서의 Method Man과 Red Man의 조합은 상대적으로 무난하지만, 한두 번 해온 장사가 아닌지라 그다지 새롭지는 않다. 물론 “Let My Niggas Live”에서의 Nas의 끔직하고 처절한 슬럼 내러티브와 Rza의 아방-훵크(avant-funk)적으로 휘둘리는 비트(사실 그에게 있어서 예외적 비트이긴 하다)의 긴장감 넘치는 창조적 조합은 유일한 성과이긴 하지만.

두 번째 예외는 “Gravel Pit”나 “Protect Ya Neck”과 같은 히트 싱글에서 발견된다. 이건 Rza의 것이라기보다는 “Insane in the Brain”(Cypress Hill) 식의 음산한 흥겨움에 가깝다. 다시 얘기하겠지만, 처음 이 앨범을 들을 때 귀에 척척 감기는 이 두 곡에 비해 나머지 곡들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들의 원형적 질감의 사운드들이 더 이상 7년 전처럼 먹히지는 않는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물론 실패한 게스트 기용도 간과할 수 없지만).

이런 예외들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것처럼 전체적으로 이 앨범의 사운드는 [Enter the Wu-Tang]에서 확립된 우탱, 혹은 Rza의 트레이드마크적 요소들이 [Wu-Tang Forever] 때보다 훨씬 강조되고 있다. 물론 어느 정도 예견이 된 것이긴 하지만, Rza는 홍콩영화나 느와르의 느낌을 강조하는 현악과 관악, 어둡고 축축한 느낌의 비트, 독특한 샘플들(주로 쓸쓸한 느낌의 소울과 쿵푸 다이얼로그)의 직선적이고 적절한 배치를 통해 완벽한 영화적 편곡 능력을 과시한다. 한편으로 보다 현학적이고 과격해진 아홉 MC의 버스와 라임은 특유의 마피아적, 쿵푸적, 소수인종적 주장과 허풍이 뒤섞인 그들의 원형적 철학을 우수한 Rza의 사운드와 등가적 입장에서 결합시킨다. “Careful (Click Click)”, “Do You Really (Thang, Thang)”, “Chamber Music”은 이에 대한 현란한 과시처럼 들린다.

사실 1993년 이후 주류 힙합 시장의 랩 게임은 수 차례 변화를 거쳐왔다. 그리고 지금은 ‘포스트-팀발랜드(post-Timbaland)’의 시대이다. 사이버훵크(cyber-funk)와 마이크로 싱코페이션(micro-syncopation)의 비트 과학이 성공적인 사운드를 규정하며, 이제 드럼의 질감은 R&B의 리드 보컬, 래퍼의 래핑과 동급의 위치에서 우리의 귀를 압도한다. 현재 쏟아지고 있는 신인급 뮤지션들이 이러한 사운드로 무장하고 있는 것이야 말할 것도 없고, 기존의 고참급 스타 뮤지션들도 이러한 시대의 조류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Rza는 여전히 갈등한다. 그리고 치열한 갈등 속에 시대의 조류에 역행한 채, 원형적 우탱으로 돌아가는 쪽으로 결심을 굳힌 듯하다. 두어 곡에서 현재의 흐름을 받아들여 방송용 히트 싱글들을 만들긴 했지만, 그 이상의 전면적인 채용은 거부한다. 변화된 시대에도 살아남은 Snoop이나 Busta를 초빙하고 여타 장르의 보컬들을 불러모으긴 했지만, 사운드의 근본적인 변화는 꺼린다(따라서 양자간의 실패적 조우는 당연한 결과이다). Rza에게는 여전히, 든든하고 일관된 리듬과 영화적 편곡을 바탕으로 아홉 MC의 ‘목소리’가 전면에 나서는 우탱식 음악에 대한 고집이 있다. 문제는 이 고집을 이해 못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MC들의 목소리 또한 변한 것은 없다. 하지만 7년 전, 갱스타 랩의 그것과는 분명히 변별되는 내용이었던 문제의식들이 지금은 후자의 그것과 별반 차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비교대상(갱스타 랩)이 없어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그들은 더욱 갱스타처럼 다가온다. 여성을 성적으로 농간하는 데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마초적 감성, 무적 깡패로서의 허풍만이 눈에 보이고, 그나마 ‘왜 그들의 거리가 지금의 범죄와 자신들을 만들었는가’에 대한 현실적이고 진지한 고민은 파묻혀 버린다. 한마디로 이 앨범은 갱스타적 허풍, 말은 하되 아무 것도 전달하지 않는 그들의 목소리를 영화적인 생생함과 재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의 흐름으로 포장하고 있을 뿐이다. (우탱들이 Jay-Z의 그것보다 높은 수준의 의식에 있다고 결코 얘기할 수 없다는 평론가 Simon Reynolds의 평가는 별로 하자가 없어 보인다.)

[Enter the Wu-Tang]과 변화된 랩 게임 사이의 갈등 속에 전자를 택한 것은 충분히 환영할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여전히 우수한 우탱의 사운드는 현재의 변화에 대한 적응 실패로 보이고, 많은 이들을 황당(혹은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예상된 (상대적인) 상업적 실패 속에서, 그들의 앞으로의 솔로 작업들, 나아가 네 번째 집단 정규 작업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과연 그들은 주류 랩 게임에 또 다시 자존심으로 맞설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절충주의와 변화에 대한 유혹(이미 어느 정도의 징후가 보이긴 했지만)에 전면적으로 넘어갈 것인가? 20001226 | 양재영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Intro (Shaolin Finger Jab)
2. Chamber Music
3. Careful (Click, Click)
4. Hollow Bones
5. Redbull (featuring Redman)
6. One Blood Under W (featuring Junior Reid)
7. Conditioner (featuring Snoop Dogg)
8. Protect Ya Neck (The Jump Off)
9. Let My Niggas Live (featuring Nas)
10. I Can’t Go To Sleep (featuring Isaac Hayes)
11. Do You Really (Thang, Thang)
12. Monument, The (featuring Busta Rhymes)
13. Gravel Pit
14. Jah World (featuring Junior Re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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