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과 겸손의 미덕으로 읽어낸 ‘인디’: [오프 더 레코드, 인디록 파일]

20001116115333-cover“[오프 더 레코드, 인디록 파일]은 홍대 앞 라이브클럽으로 상징되는 1990년대 인디 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인디 씬은 TV와 소극장, 라디오와 음반 등과 구별되는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어, 라이브 클럽, PC통신, 인디 레이블, 팬진 등의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이를 통해 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감수성과 경험을 담아냈다. 이 책은 그들만의 고유한 음악 스타일과 태도 그리고 수용맥락을 이야기함으로써 록의 다양한 모습과 가능성을 자유롭게 발산해내는 한국 인디 씬의 현장 속으로 우리를 안내해준다.” [오프 더 레코드, 인디 록 파일](1999년 8월)

1999년 8월 ‘인디’는 화두였다. 4000억원이 넘는(밖에 안되는?) 대중음악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로는 부끄러운 수준이겠지만, 고정화된 대중음악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는 점, ‘장르’를 넘어서는 문화/사회적 ‘현상’으로서의 의미나 ‘대안’이라는 가능성으로든, 그해 여름 ‘인디’는 충분히 화두였다. 허나, 지금은 어떤가? ‘유행’은 지나고, ‘거품’은 걷힌 후 언론의 호들갑도 평단의 부유함도 사라졌지만, 애당초 ‘인디’라는 담론에 집착했던 저널리즘의 뿌리가 빈약한 것이였다면 오히려 반가운 징조라 하겠다.

[오프 더 레코드, 인디 록 파일]은 ‘인디’가 가장 뜨거웠던 그해 여름, 나온 책이다. 이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는 당위와 함께 줄타기라는 오해도 받을 수 있는 소지를 애초부터 안고 있었다. 하지만, 곰곰히 살펴보면 ‘인디’를 하나의 트렌드로 포착했던 주류매체들의 관점과는 확연히 틀린 관점을 전하고 있다. 그건 ‘인디’라는 ‘담론’에서 출발한 접근이 아닌,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와 흐름 안에 위치한 나름의 음악 스타일을 읽어내는 가운데 ‘인디 씬’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먼저, 이 책은 1999년 8월의 인디 씬을 생동감있고 성실하게 전달하려는데 많은 목표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1부 펑크로 만든 예술, 예술이 뭉갠 펑크, 2부 타는 클럽의 연대기, 3부 모던 록 제너레이션. 이렇게 크게 3단락으로 나뉘어 묘사된 인디 씬의 모습은 기존의 음악잡지나 언론에 수없이 실린 ‘인디’ 특집과는 다른 일관된 관점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인디의 자양분이라 할 수 있는 펑크의 개념과 그걸 설명해줄 수 있는 밴드들에 대한 인상적인 소개, 인디 씬의 최전선에 서있는 클럽에 대한 섬세한 리포트와 또 하나의 경향으로서 모던 록에 대한 설명까지, 일관되게 음악이라는 ‘스타일’ 안에 담겨진 인디라는 ‘담론’을 읽어내려는 노력이다. 이러한 방법론은 ‘담론’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식보다 오히려 ‘인디’의 개념과 영향을 설득력있게 설명해내는 장점을 가진다.

하지만, 구멍도 많다. 논리적인 입장과 인디 씬에 대한 일관된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애써 그걸 감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건 논문처럼 논리적이다 돌연 잡지 특집처럼 변하기도 하고, 바이오그래피에서 앨범 리뷰 사이를 종횡하는 모습으로 드러난다. 이를 인디 씬의 현재진행형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해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이면서 혼란스럽게 읽힐 수 있다는 단점의 가능성을 공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궁금한 것은 ‘흐름에 대한 서술’ 이 갖는 장점만큼이나 ‘입장에 대한 논증’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것이며, 그건 이책이 쓰였던 시점보다 현재가 더하지 않은가라는 질문이다. 여전히 공고한 일반인들의 인디에 대한 ‘편견’과 더 굳어지고 있는 시장으로부터의 ‘배제’라는 현실에 맞닥뜨린다면 말이다.

저널리즘의 과도한 관심과 비뚤어진 집착이라는 그해 여름에는 이책과 같은 접근이 충분히 긍정적이었지만, 요즈음은 그 반대의 접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바램이며, 그건 저자들에 대한 근거있는 기대이기도 하다.

덧붙여, 일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책은 한국 대중음악에서 인디가 걸었던 여정을 보여주는데 있어서 가장 유익한 자료 중에 하나이다. 거기다 1부 펑크로 만든 예술, 예술이 뭉갠 펑크 같은 부분은 지적 유희를 느낄만큼 읽는 재미도 짭짤하니, 뒤늦은 구매도 고민해볼 만하다. 20001114 | 박정용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