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64이성문 – 이성문의 불만 – 카바레, 1998

 

 

소박하고 초라한 로파이 포크의 투덜거림

보통의 씨디 케이스가 아니라 비닐 케이스에 담겨있는 단촐한 차림. 재킷 역할을 하는 것도 누런 서류 봉투 재질의 종이이고, 거기에는 화려한 그림이나 사진이 아닌, 기타를 들고 있는 주인공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을 뿐. 게다가 20분도 채 안 되는 수록 시간까지.

조촐한(그러나 왠지 호기심이 가게 하는) 이 음반의 주인공은 이성문이라는 자칭 ‘소심한’ 사람. 인디 레이블에 관심있는 사람은 다 알 만한 ‘카바레’ 레이블의 사장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레이블이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 원하듯, 카바레 레이블 또한 그런 포부가 실려 있었고, 이를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이것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겠지만. 지루박을 끌어들인 이색적인 볼빨간의 음반을 냈으며, 최근에는 은희의 노을, 코코어, 곤충스님윤키의 음반을 냈다.) 그리고 이 앨범 역시 저예산 레이블의 음반답게 500장만을 찍어 (재킷에는 그 넘버가 찍혀있다)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이 음반에 다섯 곡만 실렸다고 해서 그의 색깔을 느끼기에 부족하지는 않다. 그는 이 음반에서 작사, 작곡 및 연주와 녹음까지 거의 혼자 했다. 그래서(그렇지만) 음향과 연주기술적인 측면이 뛰어난 건 아니다. 대체로 미묘하게 맞지 않는 음정에, 게으르게 들리는 느린 목소리, 조율이 덜 된 듯 조악하고 초라한 음향이 들린다. 그런데 바로 그 곳에서 매력도 발산되는 것 같다. 이는 냉소적인 분위기의 첫 곡 “노래 1″만 들어봐도 단박에 느껴진다. 단순한 색소폰(동생이 연주했다고 한다)의 울림과, 간단한 드럼과 기타 스트로크, 간주에서 간간이 울리는 하모니카가 전부이지만, 이것들이 묘한 훅을 만들어낸다.

그러한 소리 풍경 가운데 흘러나오는 이야기들. ‘초라한 옷차림에 구부정한 어깨 낡은 구두 끝을 바라보고 걷는'(“소심한 나”) ‘소심한’ 그이지만, ‘헛짓거리’라는 단어를 의미심장하게 내뱉기도 한다(물론 여자친구의 가슴이나 만지라는 이야기가 먼저 들릴지도 모르지만). ‘몇 년 동안 우울함이 너희들 헛짓거리에 더욱 더욱 더욱 짙어져. 우리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몸 한 번 일으켜 보려는데(…) 너희들 (…) 그 폼나는 짓거리에 우리는 죽어간다'(“노래 1”). 추상적이지만 이것이 ‘이성문의 불만’이랄까. 불만이 있다고 화려한 언술에 높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커버곡도 있다. 두 곡(이나). 루 리드(Lou Reed)의 “스텝파니 세이”, 바셀린(Vaseline)의 “유 띵크 유어 어 맨”이 실려있다(곡명의 한글 표기가 눈에 띈다). 하지만 이것도 이성문 식으로 노래되고 연주되어 커버곡이 주는 일반적인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소박한(!) 연주와 녹음에 의한 포크적 감수성이 다섯 곡 모두에서 새록새록 발산된다.

그런데 이보다 더 많은 곡이 있었다면 오히려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궁금증도 생긴다. (본래) 할 수 없는 것일까. (일부러) 안하는 것일까. 그래서 ‘이게 뭐야’라고 불평을 터트릴 여지도 많은 음반이다. 20001114 | 최지선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노래 1
2. 오오
3. 스텝파니 세이
4. 유 띵크 유어 어 맨
5. 소심한 나

관련 사이트
카바레 레이블 홈페이지
http://www.cavar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