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16125930-placeboPlacebo – Without You I’m Nothing – Virgin, 1998

 

 

겨울 바다 같은 쓸쓸함의 세계

국내에서 플라시보는 영화로 더 많이 알려졌다. [벨벳 골드마인]이나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서 삽입곡으로, 그리고 [텔 미 썸딩]에서는 노래뿐만 아니라 앨범 재킷까지 나온다. 어쨌든 이들은 처음엔 음악 자체보다는 브라이언 몰코(Brian Molko: 보컬, 기타)와 스테판 올스달(Stefan Olsdal: 베이스)의 성 정체성을 비롯한 외적인 요소로 주목을 받은 밴드였다. 그리고 2집 [Without You I’m Nothing]에서 같이 작업한 데이빗 보위(David Bowie)와의 친밀한 관계 또한 이들을 언론의 수면 위로 부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더욱 짙어진 자신들의 고유한 색을 가진 채 말이다. 자전적인 가사를 많이 쓰는 브라이언은 여기서 자신의 아픔을 토해내고 있다. 바로 거기에 그가 말하고자하는 진실이 있다. 우리는 감히 뱉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철저히 삶의 바닥까지 드러낸다. 그 방황이 언젠가 끝이 있길 바라며…

그렇게 드러난 바닥은 “The Crawl”과 “My Sweet Prince”에서 우울하게 흐른다. 구성상 큰 변화 없이 평평하지만 듣다보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Summer’s Gone”은 고요한 가운데 기타가 등장하면서 싱그러움과 희미한 설렘을 주며, “Ask for Answers”는 서정적이고도 잔잔하면서 몽환적이다. 그리고 이 앨범 중에서 단연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트랙인 “Pure Morning”과 “Without You I’m Nothing”은 베이스와 드럼의 리듬감이 듣는 이를 어두운 구석으로 몰아넣는다. 한편 디스토션이 잔뜩 들어간 노이지한 기타에 드럼까지 속도를 붙이면서 중성적인 보컬의 목소리와 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Brick Shithouse”도 매력적이며, “You Don’t Care About Us”나 “Every You Every Me”는 적극적인 사운드 진행에 냉소적인 가사를 실어 한층 그 매력을 더한다. 마지막 트랙인 “Burger Queen”은 보컬의 음성과 에코가 들어간 기타가 서로 맑고 영롱하게 교차되면서 그 동안의 고백(?)을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그 6분간의 모호한 고백 끝엔 9분간의 휴식이 있으며, 곧 정체 모를 기계음의 목소리와 혼란으로 가득한 히든트랙이 이어진다.

앨범 내내 지속되는 겨울 바다 같은 휑함은 그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쓸쓸한 위안으로, 또 그것을 싫어하는 이들에게는 그저 ‘휑함’으로만 다가올 것이다. 이 앨범에는 결코 기쁨과 행복은 들어있지 않다. 고통과 어두움, 절망, 방황,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모든 것의 진공상태만이 있을 뿐이다. 플라시보의 앞날에 이것들을 인정하고 이겨낼 의연함은 언제쯤 찾아올까. 20001114 | 김윤정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Pure Morning
2. Brick Shithouse
3. You Don’t Care About Us
4. Ask for Answers
5. Without You I’m Nothing
6. Allergic (To Thoughts of Mother Earth)
7. Crawl
8. Every You Every Me
9. My Sweet Prince
10. Summer’s Gone
11. Scared of Girls
12. Burger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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