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66이상은 – She Wanted – Dream Media, 2000

 

 

여유와 기쁨이 흐르는 소리

소식에 의하면 11월 즈음 이상은의 베스트앨범이 나올 예정이며 아울러 같은 달에 일본과 한국에서 동시 발매될 정규 앨범이 준비중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올해에만 그이의 앨범이 네 장 나올 터인데, (얼마 전 국내에서도 발매된 리채 8집과 앞으로의 앨범 두 장, 더불어 이 앨범까지) 그이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러한 ‘사태’에 대해 의아해 할까.

이번에 발표되는 음악은 역수입되었던 지난 몇 장의 앨범과는 달리 국내에서 먼저 소개되었는데, 여전히 Penguins(이상은과 다께다 하찌무의 공동 프로젝트) 작업의 연장선 위에 있다. 그리고 이제는 Penguins의 음악에서 공감각적 이미지의 분리는 어려운 듯, 음악과 미술의 상보적 결합은 습작을 넘어선 완연한 형체를 드러내고 있다. 아마도 이는 박철수 감독의 새 영화 [봉자]의 사운드트랙을 겸하여 한층 더 시각적인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점에 있어서는 사운드트랙이 갖게 되는 제한적인 성격 또한 지니게 될 것이다.

먼저 앨범 커버를 살펴보면 모노크롬에 담긴 실루엣의 이상은이 있다. 아마도 그이의 전작(全作)들 중 가장 여성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꿈꾸는 듯한 표정의 그이는 조금씩 주변을 향해 눈을 돌리기 시작했는지 “그저 버티는 건 정말 사는 걸까, 그녀를 안아줬음 좋겠어. 부서지지 않도록”, “부끄러워 내 안에 갇힌 나, 나는 기뻐, 너를 만난 것이” 등의 고백을 내비친다. 여전히 화려하지 않은 구성과 어쿠스틱한 음의 색깔로 그이에게서 얻을 수 있는 편안함, (모호하지만 달리 표현할 용어가 없는) 동양적인 신비로움, 소박함 여기에 황보령의 목소리를 빌어 그루브한 느낌까지 전달한다. 전작(前作)이 비감(悲感)을 더했다면 이번에는 평화로움으로 대치되는데, 음악을 듣다가 살며시 미소지을지도 모를 그런 여유로움과 기쁨의 평화가 이 앨범에 흐르고 있다.

어느덧 그이는 양희은과 같은 연륜과 관록을 지니게 된 것일까. 목소리는 작위적인 힘을 없애고 ‘쉽지 않은’ 노래를 ‘쉽게’ 부른다. 그것은 “Mass Man”처럼 비트 있는 노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그이의 음성은 부정형의 바람을 타고 꾸밈없이, 속삭이듯, 숨쉬듯 새어나온다. 이로서 그 동안의 ‘타자화된 세계’를 뛰어넘어 그 공명의 울림을 높이 키우게 될는지. 하지만 그가 보여주려는 전경에 비하여 풍경이 모자란 듯한 아쉬움은 남는다. 수록곡의 분량은 연주곡을 제외하면 EP 수준에 가깝다. 영화음악으로서 반복되는 이미지의 고착은 피할 수 있을까. 이외에도 [공무도하가] 이후부터 꾸준히 삽입되는 보조 해설지는 이번에도 어김없는데,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이러한 것들을 떠나면 평균이상의 음악을 산출하는 그이에게 믿음이 간다. 이제 중간정도 온 것일까. 그렇다면 그 종착점은 어디일지. 여전히 행복한 마음으로 지켜볼 따름이다. 20001025 | 신주희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성녀
2. 신의 꿈
3. 마야 (vocal 황보령)
4. 튜브 – 자두
5. Brief & Cclear
6. Life Isn’t Just Box of Chocolate
7. Mass Man
8. Tube-the Theme of Jadu (inst.)
9. Couldn’t Say About Reality
10. The World Is A Dream of God (inst.)
11. A Saint (in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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