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103060407-20001101010220-bbkingB.B. King & Eric Clapton – Riding With The King – Reprise, 2000

 

 

기타의 신, 블루스의 왕을 만나다

흔히 노장으로 분류되는 경우, 해당 작품들을 연대기순으로 배열하여 음악의 변화 과정을 주목하는 것이 나름대로 그 뮤지션이나 음악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때가 있다. 단, 앨범 하나하나가 도저히 몇 가지 경향으로 묶어낼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경우나 그 자신만의 아우라로 표현될 수밖에 없는 경우(예를 들어 탐 웨이츠), 혹은 반대로 오랜 음악 역정이 너무나 일관되어 이런 노력 자체가 의미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후자가 바로 비비 킹(B.B. King)이다. 비비 킹은 블루스이고 블루스는 비비 킹이며, 이 말은 90%이상 진실이다. 거기에다 야드버즈(Yardbirds), 크림(Cream) 등 70년대 블루스 록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지금까지도 블루스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는 젊은(비비 킹에 비하면) 거장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이 만났으니 답은 하나, 블루스였다.

이번 앨범 [Riding With The King]은 [From The Cradle] 같은 에릭 클랩튼의 도회적이고 정제된 모던(?) 블루스와는 달리 비비 킹의 색깔이 훨씬 강한 전통적이고 투박한 초기 블루스를 들려준다. 프로듀서를 맡은 에릭 클랩튼의 노력이 더 들어갔지만, 애초 비비 킹 트리뷰트 앨범으로 기획되었기에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다. 앨범을 들어본 결론은 수많은 평론의 호평과 존경 어린 찬사에 비해 ‘1+1은 2 이상’이 될 만한 시너지 효과를 찾기 힘든, 조금은 김빠진 앨범이라는 느낌이다. 몇 번을 들어봐도 호평과 찬사의 근거가 될 만한 요소를 발견하긴 힘들었다. 크게 흠잡을 데 없이 꽉찬 사운드와 연주로 채워져 있지만, 서로를 과하게 배려한 나머지 너무 일반적인 교과서 같은 음악이 되어 버렸다. 최소한 비비 킹과 에릭 클랩튼의 만남이라면 무언가 다른 음악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물론 범작을 넘어설 만한 다양한 요소들이 블루스라는 장르 안에 잘 녹아 있기는 하다. “Ten Years Long”에서 보이는 전형적인 초기 블루스, “Hold On I’m Coming” 같은 소울의 느낌, “Marry You”의 도회적인 펑키함, “Worried Life Blues” 같이 의외로 상큼한 어쿠스틱 넘버에서 “Come Rain Or Come Shine” 같은 재즈 스탠더드의 블루스적 해석까지 블루스라는 요리법으로 다양한 재료들을 잘 요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속칭 귀를 확 잡아채는 훅도, 듣는 이를 수긍하게 만들 혁신적인 요소도 찾기 힘들었다. 과한 찬사에는 부족한 무난한 앨범 정도의 수준이라는 것이 솔직한 느낌이다. 이 부분은 또 하나의 거장 산타나(Santana)의 [Supernatural]과 비교해보면 좀 더 분명해진다. 자신의 음악을 즐기면서도 동시대의 대중들에게 새로운 만족을 주는 변화를 실현해 낸 산타나의 성공에 비하면 좀더 근거있는 설명이 된다. 애초 자신들의 음악을 즐기기 위해서 만든 앨범이라면 할말 없겠지만…

여하튼, 이 앨범은 발매되자마자 에미넘(Eminem)과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에 이어 빌보드 앨범 차트 3위에 랭크되었다. 비유하자면 신중현이 서태지와 엄정화를 제친 모습이다. 이렇게 TV광고나 다큐멘터리 속에서의 전설이 아니라 살아있는 전설이 가능한 그네들의 모습에서 전통에 집착하는 보수적인 완고함을 읽는 것은 과도한 트집이다. 자신이 즐겨듣는 뮤지션을 이렇게 ‘대중 예술인’으로 인정해주고 실제로 앨범을 구매해줄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문화적 자산이며, 그것은 부러워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하긴, 그래서 이 앨범이 더 맘에 안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20001031 | 박정용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Riding With The King
2. Ten Years Long
3. Key To The Highway
4. Marry You
5. Three O’clock Blues
6. Help The Poor
7. I Wanna Be
8. Worried Life Blues
9. Days Of Old
10. When my Heart Beats Like A Hammer
11. Hold On I’m Coming
12. Come Rain Or Come S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