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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head | The Bends | EMI, 1995

 

깊고 풍성해진 내면의 독백

이 음반을 들으려고 할 때 떠오르는 용어가 있다면, ‘소포모어 징크스’일 것이다. 어떤 가수(혹은 그룹)의 데뷔 앨범이 마음이 들면 새로운 앨범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징크스는 더해진다. 라디오헤드가 이 경우에 속한다. 데뷔 앨범 [Pablo Honey]에 수록된 “Creep” (백수건달?)이 뜻하지 않게 국제적인 ‘얼터너티브 히트곡’이 되면서, 이들이 이번 앨범을 제작하면서 겪었을 정신적 부담감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자칫하면 ‘원 히트 원더’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말이다. 그런지(grunge)한 기타 사운드 위에서 “너무도 특별한(so fucking special)” 여자를 바라보면서 좌절하다가 “나는 이 세계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I don’t belong here)”라는 독백으로 끝난 뒤는 무엇일까?

2집의 음악적 컨셉트는 1집과 그렇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가사는 여전히 ‘낙오자의 정서’를 담고 있다. 하지만 직설적 표현은 줄어든 대신 내면의 심리의 묘사는 강해진다. “나는 죽음을 느낄 수 있어… 죽음의 작고 반짝이는 동그란 눈을 느낄 수 있어”(“Street Spirit”)라고 말하는 화자는 환각에 빠진 듯하다. 사운드도 보다 ‘사이키델릭’해졌다. 톰 요크(Thom Yorke)의 보컬은 더욱 야들야들해지고 세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텍스처는 조밀해졌고, 여기저기서 몽롱한 효과음이 들려온다. 싱글로도 발표된 “Fake Plastic Trees”나 “Just” 등의 알딸딸한 분위기는 마치 횡설수설하는 정신분열자의 정서 같다.

무료하게 술집에 죽치고 앉아 있다가 ‘무슨 일이라도 좀 일어났으면 좋겠다’ (“The Bends”)라고 소망하지만, 소망이 실현될 수 없음은 자신이 더 잘 아는 듯하다. ‘1990년대적’이다. “지금이 1960년대였으면 좋겠어”(“The Bends”)는 넋두리 혹은 블랙 유머일 뿐이다. “당신의 영혼을 사랑 속에 빠뜨려요”(“Street Spirit”)라는 ‘1960년대식’ 슬로건은 “나의 사랑은 플라스틱 같은 모조품”(“Fake Plastic Trees”)이라는 독백보다도 추상적이고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졸작은 아니지만 수작이라고 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이는 범작(凡作)에 가깝다. 그렇지만 ‘그저 그렇다’기보다는 ‘그래도 괜찮은’ 것에 가깝다. “Creep” 같이 선명한 훅(hook)이 있는 곡은 없지만 그렇다고 그저 범상하지도 않으며, 노래 하나에 승부를 걸었던 1집에 비하면 앨범으로서의 일관성도 확보하고 있다. 더군다나 1995년의 이른바 ‘브릿팝의 여름’의 상황에서 나온 음반임을 고려한다면 이 음반은 일관성 외에 ‘희소성’이라는 프리미엄도 가진다. | 신현준 [email protected]

 

Rating: 7/10

 

수록곡
1. Planet Telex
2. The Bends
3. High and Dry
4. Fake Plastic Trees
5. Bones
6. Nice Dream
7. Just
8. My Iron Lung
9. Bullet Proof.. I Wish I Was
10. Black Star
11. Sulk
12. Street Spirit (Fade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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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이트
Radiohead 공식 사이트
http://www.radiohead.com

 


“Fake Plastic Tre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