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메일은 US 통신원 중 한 명인 양재영이 ‘미국에서 라틴 음악은 어떤 것인가’라는 나의 편지에 대한 답장으로 보내온 것이다. 불행히도 보관상의 실수로 질문을 했던 메일이 남아 있지 않아서 답변만을 옮겨 본다. 질문 내용은 두 라틴 계열의 그룹인 뉴요리컨 소울과 오조마틀리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여, 라틴(라티노), 히스패닉, 캐러비언, 치카노, 멕시컨, 뉴요리컨 등의 다양한 형용사들이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가로 이어졌다. 잘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곳의 상황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라 사소한 교정만을 본 채 여기에 옮겨본다. (신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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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신 메일 잘 받았습니다. 형이 언급하신 오조마틀리(Ozomatli)는 굉장히 인기 있습니다. 멤버들이 히스패닉 계통의 애들(일본 혼혈애도 있어요)인데, 기본적으로는 힙합에다 살사랑 재즈를 섞은 것 같더군요. 덕분에, 히스패닉 애들에게 특히 인기있는 ‘힙합’ 그룹이고, 한편으로는 요즘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캘리포니아 언더그라운드 힙합 계보에 포함해서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특히 멤버 중에 Cut Chemist는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턴테이블리스트 중에 하나입니다. 디제이 섀도가 넘버원이라고 치켜세우면서 공연 때마다 게스트로 데리고 다닙니다).

‘NuYorican’이란 단어는 형의 추측(‘뉴욕에 거주하는 푸에르토 리컨’)이 정확하네요. 뉴요리컨 소울(Nuyorican Soul)은 요즘 뉴욕 클럽에서 많이 틀어대는 음악 중의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뉴욕의 클럽 씬은 기본적으로 살사를 비롯한 라틴 음악의 영향이 역사적으로 워낙 강합니다(이는 뉴욕처럼 히스패닉 이민자 혹은 불법 이민자들이 떼거지로 살고 있는 마이애미도 마찬가지구요). 덕분에 뉴욕 하우스는 1980년대부터 소위 ‘라틴 프리스타일’이랑 디스코가 짬뽕이 된 약간 흥청망청 스타일이라서, 시카고 하우스랑 많이 다르고, 이런 흐름이 요즘도 여전한 것 같습니다. 뭐, 뉴요리컨 소울은 재즈랑 R&B 같은 흑인 음악의 영향도 상당히 강합니다.

맨하탄에서는 할렘에서 약간 이웃한 동네가 ‘히스패닉 할렘’이라고 불립니다. 이 동네는 주로 푸에르토 리컨이 몰려 삽니다. 히스패닉마다 몰려 사는 동네가 따로 있는 편인데, 푸에르토 리컨들은 맨하탄 남쪽에 정착했다가 1970년대 이후에 이 동네로 옮겨갔습니다(도미니칸들은 여기보다 더 위쪽인 워싱턴 하이츠라는 동네에 정착했구요, 또 파나마나 자메이카 애들은 브롱스, 부룩클린 등에 모여들 삽니다). 사실 일반적인 평판으로는 이 동네가 할렘보다 무섭다고들 소문이 나있습니다. 할렘에서는 ‘돈 내놔라’해서 돈 없다고 그러면 몇 대 패서 보내주지만, 이 동네에서는 돈 없다고 하면 칼로 푹 찌른다는 식의 낭설이 있지요. 제가 작년에 이 동네의 술 가게(liquor store)에서 잠시 일해본 경험으로는, 그다지 무섭지는 않고 며칠에 한번씩 밤마다 가벼운(?) 소란이 있는 정도입니다.

이 동네에서 들리는 음악과 클럽에서 틀어주는 음악은 사실 많이 다릅니다. 동네에서는 글쎄요, 리키 마틴 류의 음악이나 살사, 진짜 라틴 아메리카나 히스패닉 캐러비언 지역에서 바로 들어온 음악들, 그리고 힙합이 자주 들립니다. 클럽이야 역시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어차피 뉴욕 하우스의 주된 흐름이 흑인 음악과 라틴 음악의 짬뽕이라서 어느 동네나 맨하탄의 이른바 나이트클럽들에서는 비슷한 음악들을 듣게 됩니다(물론 한국 나이트들은 예외구요). 힙합, 하우스, 테크노를 고르게 틀어주는 곳이 많고, 어느 한 쪽이 특화된 클럽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실 라틴, 히스패닉, 멕시칸 하는 표현들은 굉장히 헷갈리는 표현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하고 신중한 구분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라틴이라 함은 주로 중앙 아메리카 이남의 라틴 아메리카 지역이라는 의미로 쓰입니다. 반면 히스패닉은 이 지역과 중앙아메리카 위의 히스패닉 캐러비언 지역과 멕시코까지 포괄하는, 즉 ‘스패니쉬를 사용하는 모든 미국 이남지역’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형이 언급하신 멕시칸, 치카노, 에스파뇰 같은 것은 특정 국가, 인종적 범주 등에 따라 언급되는 보다 하위의 개념들입니다). 그리고 캐러비언 지역은 매우 조그마한 동네이지만 식민지 시절, 미국, 프랑스, 스페인이 삼등분했던 까닭에, 지금은 영어 비슷한 말을 쓰는 자메이카, 브리티쉬 기아나 같은 나라들(잉글리쉬 캐러비언), 불어를 쓰는 아이티(프렌치 캐러비언), 그리고 스패니쉬를 쓰는 쿠바, 도미니카, 푸에르토 리코 등(히스패닉 캐러비언)으로 나누어집니다. 아프로 캐러비언(정확히 그 정도를 잘라서 얘기할 수 없지만 아프리카쪽 뿌리가 자신의 인종적 아이덴티티를 결정할 때 지배적인 경향인 사람들)이라 함은 세 지역 어디에나 혼재하지만, 자메이카나 아이티 같은 나라들은 특히 이들이 다수이고, 헤게모니를 잡고 있습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리키 마틴의 음악은 ‘라틴 음악’이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리키 마틴은 히스패닉 캐러비언입니다(푸에르토 리코 출신이므로). 라틴 음악이라 함은 보통 라틴 아메리카 지역과 히스패닉 캐러비언 지역의 음악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실제로 두 지역간의 음악적 색깔의 구별도 안 되구요). 반면 라틴과 히스패닉이라는 단어는 지역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분명한 구분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기본적으로 잉글리쉬 캐러비언 지역이 레게나 칼립소 같은 리듬이 전통적으로 지배해 왔다면, 히스패닉 캐러비언과 라틴 아메리카는 살사 같은 리듬이 지배를 해 왔습니다. 물론 둘 다 아프리카에서 들어왔다가,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정착과정에서 다른 형태로 발전한 것이지요(후자는 당연히 유럽,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남부 유럽의 전통적 리듬의 영향이 훨씬 강합니다). 물론 앞서 이야기한 뉴요리컨 소울이나 오조마틀리의 음악에서처럼 지금은 다시 짬뽕이 되고 있고(물론 미국에서 발전해온 힙합 같은 리듬들까지 결합되고)…

라틴 아메리카나 캐러비언 모두 마찬가지지만, 이 지역은 인종적 아이덴티티의 구분이 굉장히 복잡합니다. 워낙 오리지날 원주민이라는 개념의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고, 온갖 종류의 인간들이 몰려와서 살아왔기 때문에 조상에서부터 이어지는 피의 조합에 따라 민간인의 인식 차원에서는 나라에 따라(특히 브라질!) 수백, 수천 종류의 인종적 분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지역 출신 이민들이 미국에 와서 당황하고 곤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지요. 미국사회는 흑, 백, 황이라는 3색 분류의 인종적 개념에 따라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여기 와서 처음에 멸시받으면서 굉장히 혼란스러워 합니다. 가령 약간 하얗게 검은 사람들은 자기 나라에서는 색깔 분류에 따라 굉장히 밝은 쪽에 있으므로 인종적으로 우월한 범주에서 살아왔지만, 미국에 오면 뭉뚱그려져서 그냥 검둥이가 되는 것이지요.

어쨌든 이런 문제들은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고 너무 길어집니다. 그냥 기본적인 것만 이 정도로 말씀드리고, 언제든지 물어보시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대답해 드릴께요. 20000313 | 양재영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