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18052551-triportLogo1그래,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슬픈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 국내 최초의 대규모 페스티벌이 열릴 지도 모른다는 뜬소문이 현실로 드러났을 때 2년 전 후지 록처럼 되면 어떻하나 입방정을 떨었더니 작년에 이어 연달아 경기도 북부를 초토화시킨 폭우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페스티벌,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간단하게 제압해 버렸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든)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준비 과정에서의 무성했던 말들이 반영하는 것처럼 뮤지션, 팬, 기획자 모두에게 지금까지 결여되었던 경험을 제공할 좋은 기회였다. 전성기가 한참 지난 해외 뮤지션의 방문에도 난리법석을 떨어야 할 정도의 갈증,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시공간의 결여, 그래서 평가할 여지도 없이 반쪽이도 못되게 마무리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그리 유쾌하지가 않다.

여러 해외 뮤지션의 공연을 기획했던 예스컴에서 처음 페스티벌 개최 의향을 밝혔을 때 대부분 반신반의 했다. 그 이유는 과연 수지타산이 맞는 공연이 가능할 것이냐는 것과 그 동안의 공연에서 본 진행상의 헛점들이 연상시키는 안전사고의 우려 때문이었다. 그리고 퀄리티를 보증할 수 있는 라인업의 구성, 유연한 연출 기타 등등. 지금까지의 해외 공연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도저히 안심할 수 있는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개별 공연의 스케치는 각설하고 공연 기획 단계에서 결산까지의 과정을 거칠게나마 살펴보자.

해외공연을 유치하는 기획사로는 꽤 관록이 있는 한 기획사에서 뜬 소문으로 나돌던 대규모 록 페스티벌 계획을 발표하자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것은 과연 어떤 라인업으로 어디에서개최할 것인가였다. (물론 입장권이 얼마일까가 제일 궁금했지만…)

우선 라인업. 공연 일정이 확정될 때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라인업은 첫째 날 서브 헤드라이너였던 홀이 드림 씨어터로 교체된 것을 제외하곤 계획대로 진행되었다(애쉬의 불참서른 결국 낭설이었다). 하지만 당해의 흐름을 반영하기보다는 신구와 사운드의 차이를 무시하고 감싸않으려는 기획사의 전략은 다수의 관객을 유치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그대로 드러난 듯했고, 국내 뮤지션의 참여 또한 그리 유쾌하지 않은 감정을 유발시켰다. (가요계의 양 김씨를 중용한 것은 과연 무슨 의도일까?)

다음으로 장소. 처음 후보로 언급되었던 잠실 야외 잔디마당(산타나와 스팅이 공연을 했던)은 주변 주민들의 민원 덕에 일찌감치 무산되고 결국 서울에서 가까운 인천의 송도 유원지가 낙찰되었다. 이미 캠프장과 주차 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송도 유원지는 폭우만 아니었다면 공연 장소로 그럴싸했다. 식수와 화장실 등 부대시설의 미비를 얘기하자면, 해외의 유수 페스티벌의 사정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18만원이라는 입장권(양일권 기준). 30만원을 넘어서는 후지 록 페스티벌과 비교해서 아주 무리한 가격 책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보다 낮은 예매율 때문인지 뒤늦게 남발한 할인권과 초대권이었다. 예매 관객의 권리를 무시한 할인권의 남발은 페스티벌 공식 사이트의 게시판을 항의의 목소리로 뒤덮었고, 공연 취소에 따른 환불의 문제에 이르러서 풀기 어려운 감정의 골을 만들었다. 그리고 평소 꿈에 그리던 뮤지션을 만나기 위해 주최 측의 여전한 운영력 부족을 감수하더라도 이미 한참 전에 예견된 폭우에 대한 대비가 전무했다는 것은 기획사에게도 관객에게도 모두 재앙이었다.

공연 기획이 발표된 직후부터 라인업 선정, 입장권 판매까지 부드럽게 진행된 것이 하나도 없는, 그래서 16억원의 적자를 낸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을 공연 기획의 헛점을 그대로 드러낸 기획사 무능의 결과로 일축하는 것은 일면 타당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면 우리가 이러한 대규모 페스티벌을 다시 만날 확률은 무척 희박해진다. 우린 왜 록 페스티벌과 같은 이벤트를 원하는 것일까? 지금 우리는 뒤늦게나마 록 페스티벌이라는 포맷의 대규모 공연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를 해야한다. 그 후에야 세세한 공연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9990815 | 김민규 [email protected]

관련 사이트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홈페이지
http://www.rock-festival.com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비상대책위원회
http://www.damnyes.ros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