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00년 5월 15일
장소: 펌프기록 사무실
인터뷰: 조아
정리: 홍상진

20001018041859-transistor2Q: 문화적인 측면에서 가장 인디적인 음악으로 국내에 확산되어 가고 있는 것이 테크노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음악을 실제로 하고 있는 뮤지션으로서 테크노(문화/음악)에 대해 한마디하자면.

A: 테크노 자체가 소수집단을 위한 음악이자 문화이다. 이제는 테크노 씬이나 댄스 씬이나 모호해졌는데 사실상 테크노 씬은 1960년대부터 계속 지켜져 왔다. 댄스 씬이 그것을 차용한 것뿐이다. 테크노 매니아도 전세계적으로는 굉장히 드문 것 같다. 그래서 언제나 그 소수에 의해서 그것이 향유되고 그 소수집단이 행하는 실험들이 후발주자들 혹은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끼쳐왔다. 단적인 예로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Autobahn]이나 [Computer World] 같은 앨범을 듣고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은 지금의 테크노 뮤지션들보다는 힙합이나 p-훵크(p-Funk) 뮤지션들이었다.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이나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언젠가 “훵크의 유래”라는 BBC의 도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저 유명한 모타운 사운드의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이 나름대로 소울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그 밴드의 베이시스트였던 조지 클린턴이 부치 콜린스(Bootsy Collins)와 같이 뭔가를 해보기 위해 만든 음악이 p-휭크였고, 그런 p-휭크의 도입 단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이 바로 크라프트베르크였다. p-훵크 계열의 뮤지션들은 크라프트베르크를 듣고 당시로서는 사운드의 수준과 그 어떤 소리의 소스들로 매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Trans-Europe Express”의 휭키한 리듬 라인과 소리질감 자체의 느낌 같은 것들이 전자악기와 맞아떨어지는 연주가 그랬는데, 아프리카 밤바타 같은 경우엔 크라프트베르크를 듣고 어떤 흑인이 만들었길래 이렇게 훵크하냐고 물었다고 한다.

Q: 테크노도 어떠한 시대에 흐름에 맞는 유행성을 띤 음악이라는 견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또 지금의 테크노 문화는?

A: 음악적인 면에서 테크노는 하나의 새로운 사운드나 포맷, 관념에 여러 가지 장르와 아이디어가 더해져 만들어지는 음악이므로 댄스 씬이나 얼터너티브 씬의 대안으로 이야기되곤 하는데, 실제로는 그저 한자리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뭔가 더 기계적이고 인간적이지 않은, 말 그대로 차가운 느낌만 미학적으로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테크노라는 것을 그러한 관점으로 따져 본다면 19세기말 ‘기계 미학’과 ‘미래주의 운동’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 흔히 볼 수 있는 만화영화나 터미네이터 같은 것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는 뭔가 기계 미학적인 감수성이 있고, 거기에 뭔가 집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접근들의 결과물이 테크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수면 위에 제대로 부상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들이 걸릴 것이고 물론 지금조차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테크노의 원류를 찾을 때 많은 이론가와 사상가들이 자신만의 이론으로 체계를 정착시키곤 하는데 그러한 것들이 테크노가 가지고 있는 순수한 이미지들을 오히려 저해하는 것 같다. 아마 이것은 음악이든 영화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Q: 음악을 하게 된 동기는?

A: 나도 무엇이 동기가 되었는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없는데, 혼자 내가 보고 들었던 것들을 표현하고 싶은 느낌이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강했다. 그러면서 어떤 설명이나 학습에 의해 음악을 만들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음악의 장점만 선별한 것이 이쪽으로 오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Q: 그러한 것들을 표현하게 된 동기는?

A: 기계와 사람 사이의 인터페이스다. 사람과 기계 간의 상호관계를 생각하다 보니까 음악이 만들어졌다. 이는 크라프트베르크의 한 멤버가 일본의 (지금은 없어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의 내 생각과 너무나 일치했었다. 전 세계적으로 소수 집단이 하나의 사상으로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하다. 그렇지만 그 소수의 사상이나 문화를 정확히 정의내리기는 매우 힘든 것 같다.

Q: 한국의 테크노는 어떠한 상황인가?

A: 우리나라는 실천보다는 담론으로 집단이 생성되고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쓴다. 주류 사회에서 행해지는 음악들은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 같고, 언더그라운드 쪽에서는 비단 테크노뿐만 아니라 하나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살아남을 길이 너무나 좁다. 그러한 상황을 이야기할 창문도 좁고… 솔직히 내 개인적 생각으로는 지금 상황에서 한국의 테크노는 전무한 상태이다.

Q: 그럼 본인의 위치나 본인의 음악의 좌표는?

A: 작년 펌프기록에서의 레이브 파티나 각 테크노 뮤지션들의 잦은 공연과 앨범 발매 등으로 인해 테크노도 어느 정도 그것을 분석하고 알아서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테크노를 비롯한 다른 비트의 음악도 이제 어느 정도는 보편성을 얻은 것 같고, 개인적으론 나만 즐길 수 있는 음악, 즉 공감대가 없는 음악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테크노는 이런 것이다, 나의 테크노는 이렇다라는 것을 알리고 싶지만, 일단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것을 내 나름대로 수습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

Q: 테크노는 무엇이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는가?

A: 기술에 기반을 둔 어떤 현상이나 물품들이 내재하고 있는 순수한 속성들을 찬양하고, 또 그러한 것들이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 몇몇의 사람들이 행하는 문화가 테크노가 아닌가 생각한다. 20000630 | 조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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