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1년 전의 시공간으로 돌아가 보자. 해마다 연말이면 의례적으로 벌어지는 영미 음악지들의 1998년 결산 차트에는 그리 ‘쿨’하거나 ‘모던’하지 않은 이름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거스 반 ‘아이다호’ 산트의 메이저 흥행작 [굿 윌 헌팅] 사운드트랙에 전격적으로 발탁되어 셀린느 ‘타이타닉’ 디온과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 오른 포틀랜드 출신의 ‘무명 가수’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의 [XO], 워크샵 과제물로 제작한 1,000장 한정판(?) 자가제작 LP를 수 백 파운드에 거래되도록 한 ’98 브릿 어워드 신인상의 주인공 스코틀랜드 출신의 대가족 밴드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의 [The Boy With Arab Strab], 케미컬 브러더스가 총애하는 트립합 디바와 어쿠스틱 기타를 맨 포키의 모습을 겸비한 베쓰 오튼(Beth Orton)의 소포모어 앨범 [Central Reservation], 미국 모던 포크의 뿌리인 우디 거스리의 유작 가사를 공동 작업한 빌리 브랙 앤 윌코(Billy Bragg & Wilco)의 [Mermaid Avenue], 웨인라이트 가의 후예 러퍼스 웨인라이트(Rufus Wainright)가 약관을 조금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원숙하게 팝의 우아함을 재현한 [Rufus Wainright], 기타 등등.

조금 더 멀리 돌아가 보자. 90년대 아메리칸 드림의 예처럼 이야기되곤 하는 아니 디프랑코(Ani DiFranco)의 98년 신보 [Little Plastic Castle]은 발매와 동시에 뉴욕 타임스에 기사가 실리는 후한(?) 대우를 받았고, 캐나다 출신의 론 섹스미스(Ron Sexsmith)의 95년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은 흥행 성적과 무관하게 내면적인 어조의 싱어송라이터의 맥을 잇는 앨범이란 평을 받았다. 그리고 4AD 레이블의 두 여걸 크리스틴 허쉬와 타냐 도넬리의 솔로 앨범 또한 포크의 범주에 가까웠으며 고메즈, 베타 밴드와 같은 영국의 주목받는 신인밴드의 데뷔 앨범에는 포크의 영역이 무게 있게 자리하고 있다.

‘얼터너티브’, ‘인더스트리얼’, ‘일렉트로니카’ 등의 이름으로 대변되는 90년대 음악판에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는 것일까? 하지만 이러한 현상을 두고 ’90년대의 포크 리바이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물론 섣부르다. ‘포크’라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한 카테고리로 묶어내기에는 이들의 감성, 태도들은 너무 차별적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들의 두각을 ‘복고적 센티멘틀리즘’에 기반한 70년대 상업적 포키들의 예와 동일한 케이스로 이야기할 수 없다.

지역적 음악이라는 의미를 가졌던 포크가 우디 거스리, 리드벨리 등을 시조로 하는 모던 포크로 진화하고 밥 딜런을 거쳐 70년대에 이르렀을 때, 싱어송라이터의 정체성에는 개인 내면으로 침잠하는 진정성과 귀에 착 감기는 이지 리스닝의 면모가 공존한다. 하지만 지금의 포키들의 음악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익숙한 감성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그래서 어덜트 컨템퍼러리라는 수식이 불가하도록 삶의 이면에 근접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의 곡에서 보이는 센티멘틀 내지 멜랑콜릭은 단순한 감상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예쁜 사운드로 가망없는 미래에 대해 노래하거나, 덤덤하게 사회주의를 이야기하는 이들의 곡을 편안하게 듣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귀에 감기는 멜로디 훅이라든가 어쿠스틱한 악기의 배치라든가 과거 선배들의 유물을 승계한 측면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으며 다양한 현재의 기류들(펑크, 훵크, 일렉트로니카 등등)과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때론 팝 아티스트로서, 때론 엔터테이너로서, 때론 진지한 어조의 뮤지션으로의 다양한 면모를 선보인다.

90년대 포키들의 태도는 80년대 유일무이한 포키로 언급되는 트레이시 채프먼, 수잔 베가 보다는 인디 록의 한자리를 차지하던(그래서 이후 ‘얼터너티브’에 의해 복권되는) 선배들인 R.E.M., 아메리칸 뮤직 클럽, 빅 스타, 스미스 등과 더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90년대 포키(또는 싱어송라이터)의 부각은 할아버지, 손자가 손 붙들고 공연을 보러갈 수 있도록 안전한 정서를 가진 ‘루츠 록’의 부각과는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미국 동부의 안티포크 무브먼트(anti-folk movement)는 당시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하지만 그 흐름에 동감했던 후예들에 의해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3회 연재분으로 준비되고 있는(물론 사정상 변경이 가능하지만^^;) ’90년대 포키들’ 기획기사는 이들을 억지로 한 카테고리로 묶어내려는 작업이 아닌 현재 시점의 한 현상으로서 부각되고 있는 이들의 가지각색의 지향과 태도, 그리고 감성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대중들과 반응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영미, 그리고 변방(국내를 포함하여)의 포크의 형성, 그리고 변화 과정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와 함께 90년대 포키들의 행적을 살펴보려 한다. 19991001 | 김민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