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김민규님이 특별 기고해 주신 글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소개드리면 김민규님은 델리 스파이스(Deli Spice)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고, 밴드 활동 외에도 스위트피(Sweetpea)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스위트 피는 최근 솔로 음반 [결코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발표했는데, 이 음반을 발매한 문라이즈 레이블에 대해서는 http://www.moonrise.co.kr를 참고하십시오. 아, 그러니까 이제는 음반 레이블 ‘사장님’이기도 하군요.

스스로도 몇 번 밝혔듯이 마크 코즐렉은 매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의 스테픈 메릿(Stephin Merritt)과 더불어 민규님의 취향과 정서에 가장 근착해 있는 인물인 듯합니다. 아래 글은 1998년 그가 미국에 갔을 때 마크 코즐렉의 공연을 보고 쓴 글입니다. 본래는 마크 코즐렉의 음악세계에 관한 간략한 소개글을 부탁했는데, 공연 감상기라는 형식을 빌어 이야기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이 글을 보내왔습니다. 공연을 며칠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마크 코즐렉의 특이한 인간적 면모와 음악적 세계에 관한 좋은 정보가 되는 글이라고 생각되어 올려 봅니다. 바쁜 일정에도 원고를 보내준 민규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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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August 27, 1998 8:00 PM
장소: The Great American Music Hall
게스트: Sunshine Club

20000913011937-koz이번 마크 코즐렉의 공연은 매그네틱 필즈(Magnetic Fields)에 이어 [The Great American Music Hall]에서 본 두 번째 공연이다. 지난 번처럼 3시부터 미리 가서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7시 입장에 맞추어 들어가 무대의 바로 앞에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다.

오프닝으로 선샤인 클럽(Sunshine Club)이란 밴드가 나왔는데 드러머가 없이, 어린이용 교재일 법한 각종 악기들과 실로폰, 콘트라베이스, 일렉트릭 베이스를 담당하는 멤버, 어쿠스틱 기타와 보컬을 맡은 여자 멤버, 그리고 키보드와 기타를 연주하는 멤버 이렇게 3인조 구성이었다. 이들은 공연 후 마크 코즐렉이 무대 세팅을 하는 동안 무대 옆에서 CD를 12달러에 팔기도 했는데,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구입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나중에 알았는데 이들은 존 덴버 트리뷰트 앨범에 “Annie’s Song”으로 참여했다).

이 뮤직 홀은 입장 관객 수에 따라서 그리고 음악 스타일에 따라서 테이블을 놓고 공연을 하는지 지난번 매그네틱 필즈 때와는 달리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홀에는 이것저것 주문을 받기를 약간 강요(?)하는 눈치라서 맥주 한 병을 시켜놓고 맨 앞자리에 있던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한국에 레드 하우스 페인터스의 소수의 컬트 팬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는 눈치였다.

공연을 보면서 무엇보다 내가 놀란 것은 마크 코즐렉이 그렇게 웃기더라는 것이었다. 또 그는 분위기에 취하면 특별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셋 리스트에 상관없이 한 시간이나 공연 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의 개그를 보러왔다는 한 팬의 말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는데 아마도 그건 내가 사진이나 음악 등으로 일부 단절된 정보만을 접했던 것에 따른 그들과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Funny Guy? 이런 믿을 수 없는 사실은 공연이 시작되면서 괜한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주고 말았는데…

물론 나야 제대로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그가 나오자마자 청중들은 웃고 자지러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무대 위엔 의자도 없이 5대의 어쿠스틱 기타만이 자릴 잡고 있었는데 아마 2대는 변칙 튜닝인 듯(알다시피 그는 변칙 튜닝의 대가다운 면모를 앨범마다 보여주는데, 예전에 이것도 모르고 카피하느라 손가락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은 걸 생각하니 쓴 웃음이 났다) 공연 내내 기타를 이것저것 바꿔 가면서 연주해 주었다.

알 수 없는 세 곡(그 중 하나는 최근에 그의 신보를 듣고서 “Ruth Marie”라는 걸 알았다)이 지나서야 “Uncle Joe”로 이어졌다.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마크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에서부터 알이오 스피드왜건(REO Speedwagon)까지 소화할 수 있다고 말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허풍이 아니란 걸 증명해주는 시간이 있었다. 공연 중간에 신청곡을 하라는 멘트에 사람들은 아직 연주하지 않은 자기들의 페이버릿 송들을 외치기 시작했다. “Katy Song”, “Three-legged Cat”, “Rollercoaster”, “All Mixed up…” 그런데 누군가 뒤에서 “Keep on Loving You”[주 – 이른바 ‘파워 발라드’ 스타일의 알이오 스피드왜건의 1980년 히트곡]라고 말한 것을 들은 마크는 그 곡이 좋다며 “Keep on Loving You”를 연주하였는데, 가사도 코드도 모르는 채 무대 위에서 한참 코드를 연습한 뒤 즉석에서 가사를 지어내기도 하고 때론 관객들이 가르쳐 주기도 하면서 (중간에 말도 안되는 속주를 보여주기도..) 우스꽝스럽게 간신히(?) 마칠 수 있었다.

후반부에는 아예 PA의 전원을 내리고 그야말로 언플러그드의 연주를 보여 주었는데 “Have You Forgotten”을 관객들은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연주를 감상하였다. 많은 곡의 가사에 대한 기억이 스스로도 가물가물했는지 “Have You Forgotten”은 역시 2절과 3절을 바꿔 부르는 듯… ‘누구 같네’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런 것이 그 분위기를 흠집내는 것은 아니었다. 관객들 역시 ‘저 인간 원래 저래’하는 투로 받아들이는 듯했으며 이미 그런 것이 오래된 그의 소탈한 모습이란 것임을 아는지 웃을 땐 맘껏 웃다가도 연주가 시작되면 거기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집중력이 있었다. 그리고 몇몇 알 수 없는 노래들로 앵콜을 마감하는 것 같더니 두 번째 앵콜에서 “Summer Dress”를 마지막으로 연주했다. 지난번 공연은 4시간 동안이나 했다는데 오늘은 3시간 정도로 마감되었다.

모든 멘트를 다 알아들었으면 좋았겠지만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한곡 한곡 최대한 성의를 다하고 또 간간이 관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글쎄 그 자신은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에, 샌프란시스코의 Ocean Beach에 가서 사진이나 한 장 찍고 오면 성공일 것이란 나의 기대를 몇 배 이상으로 충족시켜 준 가슴 따뜻한 공연이었다. 20000909 | 김민규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