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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est Mouse – The Moon & Antarctica – Epic/Sony, 2000

 

 

메이저 음반사로부터 인디 음악 지키기

머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의 새 앨범 [The Moon & Antarctica]는 지난 몇 주간 미국과 캐나다의 ‘얼터너티브’ 라디오 방송국으로부터 집계되는 CMJ 차트의 정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그게 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단 말인가?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1위를 했다고 해서, 혹은 대한민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길보드 차트’에서 1등 먹었다고 해서 모두 좋은 음악은 아니다. (여기서 좋은 음악이란 물론 청자들의 기준에 따라 다르다.) 차트 1위라고 해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체 어떤 음악이길래? 그럼 우선, 머디스트 마우스란 이름을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로 시작하자.

시애틀 근교 이사콰(Issaquah) 출신의 3인조 밴드 머디스트 마우스는 결코 하루아침에 인디 씬의 유명세를 타게 된 밴드는 아니다. 이들은 1992년 당시 17세였던 아이작 브록(Isaac Brock, 보컬/기타)을 주축으로 결성되었으며, 1996년에 인디 레이블인 업(Up) 레코드사를 통해 첫 정규 앨범인 [This Is a Long Drive for Someone with Nothing to Think About]을 발매하였다. 그리고 이어 발표된 1997년작 [The Lonesome Crowded West]가 인디 씬에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밴드는 메이저 음반사들의 스카웃 표적이 되었다. [The Moon & Antarctica]는 소니(Sony) 산하의 에픽(Epic) 레이블과 계약을 한 후 발표한 이들의 메이저 데뷔작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들이 이미 인디 시절부터 픽시스(The Pixies)나 초기 페이브먼트(Pavement) 등과 비교되면서 음악적인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는 것이다.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의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이들의 열렬한 지지자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다.

앨범을 들으면 가장 먼저 발견되는 특징은 바로 아이작 브록의 보컬 스타일이다. 본래 특이한 목소리인 그는 일정한 음에 맞춰서 노래를 ‘부른다’기 보다 마치 짜증을 내는 듯 쥐어짜는 스타일의 보컬을 구사한다. 결코 듣기 편한 목소리는 아니어서 듣는 이를 짜증나게 하기도 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징징대는 기타 소리를 비롯한 전체적인 음악 분위기와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앨범을 지배하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무거우며, 사운드나 가사를 통해 상실감과 외로움(“Perfect Disguise”, “Alone Down There”) 때로는 자학적인 분노를 발견할 수 있는데(“Dark Center of the Universe”), 밴드 멤버가 모두 20대 중반 정도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젊은 나이에 너무나 많은 것을 겪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또 다른 특징은 한 곡 내에서 느릿느릿하게 나아가다 어느 순간 휘몰아치고 다시 느릿하게, 그리고 또 휘몰아치는 구성을 즐겨 사용한다는 점이다(“A Different City”, “The Stars Are Projectors”). 특히 이와 같은 곡 구성은 9분에 육박하는 “The Stars Are Projectors”의 경우에 오랫동안 몇 번씩 반복되는 바람에 조금 지루한 느낌마저 주지만, 대체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그만큼 음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지만, 반복해서 들으면서 흐름을 잡아가는 재미도 있다.

머디스트 마우스의 새 앨범에 주목이 가는 이유는 인정받은 인디 뮤지션이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한 이후에도 달콤하고 말랑말랑한 ‘상업적 사운드’와 타협하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완성도 높은 인디 음악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언젠가는 히트 곡이나 히트 앨범을 만들어서 더 이상 대학가나 인디 씬의 우상이 아닌 주류의 스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조만간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진 않다. 아이작 브록은 메이저 음반사와 계약하기 전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상업적인 록 음악은 일반적으로 재수 없지만(shitty) 꼭 그래야 된다는 법은 없죠. 우린 메이저 음반사 소속이 된 이후에도 레이다망에 잡히지 않으면서 날아다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과연 영원히 레이다망에 잡히지 않은 채로 날아다닐 수 있을까? 20000829 | 정훈직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3rd Planet
2. Gravity Rides Everything
3. Dark Center of the Universe
4. Perfect Disguise
5. Tiny Cities Made of Ashes
6. A Different City
7. The Cold Part
8. Alone Down There
9. The Stars Are Projectors
10. Wild Packs of Family Dogs
11. Paper Thin Walls
12. I Came as a Rat
13. Lives
14. Life Like Weeds
15. What People Are Made Of

관련 영상

“Paper Thin Walls”

관련 사이트
머디스트 마우스 비공식 팬 사이트
http://www.crystal-night.com/~bwillen/ModestMouse.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