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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에서 방송되는 ‘뮤직타워’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해외 팝 뮤직 비디오를 전문적으로 틀어주는 프로로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서 좋은 평가를 얻었고 PC통신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며 시청자 모임을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몇년전 위성방송으로 시작했을 무렵부터 시청 가능한 일부 팝 팬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으나 지상파 방송으로 자리를 확대한 이후에는 그 반응이 더욱 거세다. 물론 ‘허준’에 비하면 시청률은 보잘것없으나 10대가 음악 프로그램의 주시청층인데다가 늦은 시간에 편성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대단’하고 ‘특별’한 무엇가를 찾으려는 시도는 실패한다. 그저 뮤직 비디오를 틀어주는 것뿐이다. 쇼·오락 프로그램이 끝나면 어김없이 요즘 잘 나가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준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하루 종일 뮤직 비디오가 나가고 위성 안테나를 통해 들어오는 해외방송에서의 현란한 영상도 이젠 익숙해져 있다. 그렇다면 ‘고작’ 외국의 뮤직 비디오를 틀어주는 프로그램은 따분하지 않을까?

지상파 방송에서 본다면 80년대 후반 ‘쇼 비디오쟈키’나 90년대 초반 ‘지구촌 영상음악’이란 프로그램에서 뮤직 비디오를 틀어준 적이 있었다. ‘뮤직 타워’는 말하자면 끊어져버렸던 지상파 방송의 팝 뮤직 비디오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간 셈이다. 그렇지만 과거의 프로그램과 ‘뮤직 타워’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예전의 프로에서 뮤직 비디오는 곁가지에 불과했다.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는 시간까지 시청자의 눈을 확보하려는 수단이거나 ‘동물의 왕국’에서 심형래의 개그에 웃다 지친(혹은 썰렁함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잠시 휴식을 제공해 주는 정도였다. 90년대 초반 방송되었던 ‘지구촌 영상음악’은 본격적으로 해외 팝 음악을 방송한다는 모토 아래 방송 초반 인기를 얻으며 잡지로도 발행됐으나, ‘연예가 중계’ 식의 잡다한 연예 뉴스와 게스트들간의 입담으로 가득찬 단순한 오락 프로그램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언뜻보면 특별할 것없는 프로그램

‘공영방송’인 KBS에서 매주 일요일 밤(정확히는 월요일 새벽) 방송되는 평범해 보이는 프로그램 ‘뮤직타워’가 인기를 끄는 데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듯하다. 우선 기존의 음악 프로그램을 생각해보자. 흔히 음악 프로그램이라 하면 10대 댄스음악 위주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나 인기가수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고 나선 뻔한 얘기와 농담을 주고받는 쇼·오락 프로그램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뮤직타워’에서는 그 흔한 팝 스타들의 가십거리도 진행자들의 재미난 유머도 없다(아주 가끔 박은석씨의 썰렁한 유머만 있을 뿐). 그 대신 외국 음악 장르의 연도별 분석과 아티스트별 음악적 특성과 변화, 아티스트의 활동상황과 그들에 의한 사회적 이슈, 곡 해석 등을 곁들여 가며 외국 아티스트들의 비디오 클립을 보여줄 뿐이다. 이렇듯 언뜻 지루하게 보일 수 있는 내용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프로그램의 구성을 보자. 우선 전문성을 살린다는 취지로 진행에 팝 칼럼리스트인 박은석씨를 전면 배치하고 요즘 잘나간다는 손미나 아나운서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선곡에 있어서도 팝과 록뿐만 아니라 힙합, 일렉트로니카, 하드코어를 아우르면서 대형 팝 스타위 주의 방송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개해 준다. 코너 구성은 우선 해외 음악계의 동향을 알리는 ‘Pops Now’는 연예 가십거리를 탈피해 음악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 뮤지션들의 공연 소식 등을 소개하며, 우리에게 신선한 뉴스를 제공하며 이어지는 ‘Theme Planet’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각종 ‘○○스페셜’ 류의 다큐 프로그램과 선거방송에서 톡톡한 재미를 보았던 3D 가상스튜디오를 동원해 시각적 재미를 안겨준다. 매주 특정 주제를 정하여 그와 관련된 음악계의 흐름, 아티스트의 면면을 살며보는 코너로 ‘뮤직타워’의 메인 코너이기도 하다. 지난해 방송됐던 20세기 록의 역사를 정리하는 ‘밀레니엄 팝스-타임오디세이’ 기획코너는 20세기 베스트를 정리하는 것이 유행이던 상황 속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명예의 전당’ 코너를 통해 반가운 추억의 그 얼굴들을 만날 수 있으며 이어지는 ‘Spotlight’는 최근 인기있는 뮤지션이나 신인들을 소개받을 수 있다.

20~30대로부터 인기 얻어

확실히 기존의 10대 댄스가요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음악 프로그램이나 대형 팝 스타 위주의 음악에 식상해 있던 이들에겐 ‘뮤직타워’가 반가운 프로임에는 틀림없다. 어쨌든 간에 기존 음악 프로그램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있던 20대 후반~30대 계층과 취향이 남다른 매니아 층으로부터 인기가 높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사실 80년대 가요보다 팝 음악을 더 듣고 자란 20~30대 층과 90년대 들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음악 애호가들의 넓어진 기호를 충족시켜 줄만한 프로는 이제까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뮤직타워’는 이러한 틈새를 파고들면서 시청률에 프로그램의 성사가 좌우되는 방송계에서 낮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면서 지금까지 면면히 유지해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역대 그래미상 수상작이나 옛날의 빌보드 차트를 살펴보는 코너는 과거의 팝과 록에 대해 안이한 접근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과 ‘차트’는 당대의 의미있고 역사적인 팝과 록의 사건이나 음악과 일치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접근은 모 DJ가 지겹게 얘기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가까운 것도 아니라서 당대에 한국인들이 즐겨들었던 음악과도 거리가 있다.

90년대 들어와 대중문화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기호가 높아지면서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그러한 흐름에 편승하여 저마다 색다른 문화기획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MBC의 ‘ 미 깊은 물’은 국악에 대한 관심의 증가와 더불어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고(최근 새롭게 시작된 ‘퓨전 콘서트’는 이런 맥을 잇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영화정보를 가벼운 터치로 전달하며 대중의 취향에 접근해가는 ‘출발비디오 여행’은 지금도 인기 리에 방송되고 있다.

갑자기 엉뚱해보이는 듯한 얘기를 꺼낸 것은 ‘뮤직 타워’가 편성된 시간대 탓이다. ‘뮤직 타워’는 심야에 문화관련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시간에 편성되어 있다. 다시 말한다면 ‘뮤직 타워’는 (적어도 방송국 내에서는) 오락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문화교양 프로그램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음악 프로그램이 오락적인 측면에서 머물렀던 것에 비추어본다면 ‘뮤직 타워’가 차지하는 위치는 소중하다. ‘교양 음악 프로그램’이라는 ‘뮤직 타워’의 위치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영어공부용 교양/교육 프로그램?

여기서 가요는 오락이고 팝송은 교양이냐라는 도발적인 질문은 던지지 말자. 오락과 교양의 경계가 무너지는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프로그램의 시대니까. 문제는 프로그램의 장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을 채우는 구체적인 내용일테니까. 따라서 ‘뮤직 타워’가 본격적인 교양이라고 보기에도, 철저한 오락이라고 보기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은 장점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교양’이라는 말이 참 우스꽝스럽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뮤직 타워’에서는 노래의 가사를 자막으로 내보낸다. 그냥 들으면 아무 것도 아닌데 자막으로 가사를 보면 말도 안되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닌데도 이걸 가지고 영어 공부에 활용하는 학교가 있단다(그리고 이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이걸 가끔 자랑하기도 한다). 음악 프로그램은 그저 순수한 재미를 위한 오락 프로그램, 그렇지만 생방송 인기가요류의 판에 박힌 오락 프로그램이 아닌 또다른 오락 프로그램이 되면 안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뮤직타워’가 시작한지도 2년이 넘어갔다. 시청률에 따라 하루가 다르게 프로가 바뀌는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존속해 왔다는 것만으로도 기적같은 일이다. 그런데 ‘교양 프로그램'(나아가서는 ‘교육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조금만 더 자유롭다고 해서 이 프로그램의 수명에 지장이 있을까? 어쨌거나 이 프로그램은 유일무이한 프로그램이니까. 20000530 | 김승익 [email protected]

관련 사이트
뮤직 타워: 로큰롤 이야기
http://mail.posdata.co.kr:8080/~kimgyver/musictower1.htm
지난해 방송됐던 타임 오딧세이 코너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뮤직 타워: KBS & Shinbiro
http://www.shinbiro.com/@mtower/home.htm0
방송 선곡과 간단한 곡 해설을 볼 수 있으며 곡 신청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