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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가, 그리고 20세기가 지나갔다. 밀레니엄이니 와이투케이니 하는 난장판과 헛소동을 치르며 그 골치아팠던 한 10년이 또 지났다. 돌아보건대 ’90년대’를 상징할 팝 음악은 ‘얼터너티브 록’이라 할 수 있을까? 글쎄, 그게 정확히 뭘가 리키든 간에. 그런 맥락에서 내게 지난 10년간 가장 인상적이었던 두 밴드만 꼽으라면 서슴지 않고 니르바나(Nirvana)와 서블라임(Sublime)을 들겠다. 그러고보니 다른 공통점들을 제외하더라도 얘네들의 이름이 각기 동서양 철학의 고상한 개념들로부터 따온 거라는 점도 특이하다.

내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90년대 주류로 부상했던 소위 미국 엑스세대의 기타 록은 니르바나에서 시작해서 서블라임으로 끝난다 — 헤로인에 취한 기타 영웅들의 죽음이 이 우울한 이야기의 전말을 장식하는 것이다. 그래도 살아남은 자들의 비즈니스는 계속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건 소설이 아니라 삶이기 때문이다. 하여 서블라임의 남은 두 멤버, 에릭 윌슨(Eric Wilson)과 버드 고(Bud Gaugh)는롱 비치 덥 올스타스라는 프로젝트 밴드를 결성하여 그들의 첫 LP 이름마냥 곧바로 되돌아온다 ([Right Back]).

또한편 90년대의 대중음악 산업은 죽은 자를 착취하는데 비상한 재능을 선보였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몇 장의 유작앨범 혹은 추모곡을 쥐어짜내고 나서야 지하에 묻힌 뮤지션들을 편안하게 놔둘 건가. 이점에서는 서블라임도 그다지 예외는 아니라는 점은 미리 밝혀야만 하겠다.

하지만 이들 돌아온 서블라임 베테랑들은 고 브래들리 노웰이 절정의 경지로 승화시킨 스카-레게-펑크-팝의 융합을 그저 답습하지만은 않는다. 대신 이들은 자메이카에서 캘리포니아 롱비치 해변으로 직수입된 레게-덥의 뿌리로 좀더 가까이 접근해간다. 앨범의 첫번째 포문을 여는 “Righteous Dub”은 이들의 프로젝트가 뭘 지향하는지 한눈에 잘 보여준다. 느리고 무거운 베이스와 깔짝거리는 기타, 그리고 노련한 싱어 배링턴 레비(Barrington Levy)의 자메이칸 억양에 덥 특유의 에코와 리버브가 잔뜩 걸린 사운드. 이런게 지나치게 이국적이라고 느껴지는 분들에겐 이들이 공식 웹 페이지에 맛뵈기 mp3로 올려놓은 “Trailer RAS”같은 곡들이 친근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들에겐 96년의 서블라임같은 ‘대박’은 다시 오지 않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미국 팝 음악에 깊은 뿌리를 내린 자메이카 음악의 영향력은 새로운 10년 내에 다시 또다른 형태로, 또다른 뮤지션들에 의해 발휘될 것임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 결국 팝 음악이란 재생과 재활용의 싸이클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니까. 20000114 | 김필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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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틀 시대의 ‘월드 뮤직’ (1) – 인트로 – vol.2/no.2 [20000116]

관련 사이트
스컹크 레이블 LBDAS 페이지
http://skunk.com/LBDAS/

The Dubsmith’s Pad (Sublime & LBDAS 오디오 파일)
http://tinpan.fortunecity.com/parliament/628/

LBDAS Stylee 비공식 팬 페이지
http://www.geocities.com/Baja/Dunes/7598/hom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