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 안티포크 무브먼트

빌리 브랙(Billy Bragg)과 미셸 쇼크트(Michelle Shocked)의 연결고리는 무엇인가. ‘안티포크 무브먼트’라 불렸던, 1980년대 중반 미국 동부의 맨해튼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전개된 ‘씬’이 바로 그것이다. 안티포크 무브먼트는 펑크의 영향을 받아 주류 포크에 반대한 젊은 싱어송라이터들에 의해 창조되었으며, 1987년 문을 연 포트(Fort; 구로자와 아끼라의 [숨겨진 성채(The Hidden Fortress)]에서 따온 이름)라는 클럽이 그들의 거점 중 하나였다. 이 클럽을 세운 주인 래치(Lach, 일명 Latch)를 비롯하여, 브렌다 칸(Brenda Kahn), 신디 리 베리힐(Cindy Lee Berryhill), 페일페이스(Paleface), 만화가 데이비드 첼시(David Chelsea), 킹 미사일의 존 에스 홀(King Missile’s John S Hall) 등이 이곳에서 활동했다. 1989년 경찰의 폐쇄로 몇 블록 이동하여 소피스(Sophie’s)로, 현재는 사이드워크 카페(the Sidewalk Cafe)로 정착했으며, 안티포크의 이름을 내걸고 연주하는, 때로는 음반도 제작하는 ‘숨겨진 성채’가 되었다. 이러한 전설에는 밥 딜런이 깜짝 출연했다는 일화도 더해졌다. 이 무대에 섰던 벡(Beck)이나, 펑크 옷을 입은 포키, 아니 디프랑코(Ani Difranco)도 안티포크 무브먼트의 후예이며, 우리가 여기서 살펴보게 될 미셸 쇼크트, 영국 출신의 빌리 브랙도 이 운동과 연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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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 사회주의자, 빌리 브랙
그러나 사실 1980년대 혹은 1990년대 현재까지 안티포크 씬이 지대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세상에 잘 알려진 몇몇 뮤지션들이 자신들의 음악적 출신 성분을 명백히 표명함으로써 역추적되고 사후조명되었다고 할까. 단순하게 말하면, 1980년 중반 이후, 이 씬을 어번 포크(urban folk) 계보로 포섭시키는 듯하다. 물론 현재 이 씬의 종적이 묘연한 것은 아니다. 올해 6월과 8월 사이드워크 카페에서 열린 ’99 안티포크 페스티발 소식은 면면히 안티포크 전통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안티포크는 전통적인 포크의 음악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주류의 생산 및 유통 방식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인디에 주목했다. 1980년대 수잔 베가나 트레이시 채프먼이 이지리스닝 음악으로서 ‘주류’에 위치한다면, 그리고 이들이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노래를 했던 1970년대 제임스 테일러와 같은 싱어송라이터 전통에 더 가깝다면, 미셸 쇼크트와 빌리 브랙은 밥 딜런 류의 프로테스트 포크를 계승했다. 무엇보다도 펑크의 태도와 친화적이기 때문에, 이들은 얼터너티브/인디 록과 비슷한 맥락에 놓일 수 있다.

빌리 브랙이 처음 기타를 잡고 밴드를 결성했던 것도 펑크에 의해 고무된 것이었다. 그리고 미셸 쇼크트가 머큐리 레코드사와 불화가 생겼을 때 독자적으로 음반을 만들어 라이브 공연에서 음반을 팔았던 행위들도 펑크 DIY 정신과 연결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안티포크 무브먼트는 어쿠스틱 (기타) 포크와 펑크 정신의 퓨전이라는 느슨한 개념이다.

나이 사십이 된(혹은 되어가는) 1990년대에 들어서도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 과거와 현재의 포크 록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 미셸 쇼크트와 빌리 브랙은 안티포크 씬의 주도적 인물이었다. 이들은 서로 도움을 주기도 했는데, 빌리 브랙의 [Workers Playtime](Elektra, 1988)에서 미셸 쇼크트가 백보컬을 담당하기도 했다.

빌리 브랙
“I’ve got socialism of the heart” (“upfield”)

펑크 록의 정의에 찬 분노, 그리고 우디 거스리와 밥 딜런의 사회의식적 포크 전통에 서 있는 빌리 브랙은 뮤지션으로서 첫발을 디딘 펑크 밴드 리프 래프(Riff Raff) 해체 후 군대에 자원 입대함으로써 그의 기묘한 경력을 이었다. 이후 레코드점에서 일하면서 혼자서 포크와 펑크의 저항 전통에 있는 노래들을 불렀다. 그는 영국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미국에서 그를 따르는 추종 집단을 만들었다.

EP [Life’s a Riot with Spy vs Spy](Go! Discs, 1983) 발매를 시작으로 [Brewing up with Billy Bragg](Go! Discs, 1984) 앨범을 발표, 일렉트릭 기타와 자연스런 목소리를 담아냈다. 좀더 다양한 악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Talking with the Taxman about Poetry](Go! Discs/Elektra, 1986)는 그의 정치적, 개인적 내면 풍경을 성공적으로 담아낸 앨범으로 평가된다. 이 앨범은 그의 음악적 배경을 확장시켰을 뿐 아니라, 무역 통합주의에서부터 젊은이의 결혼에 대한 압박감에 이르는, 새롭고 날카로운 가사들을 보여주었다. 그는 또한 사회주의 경향을 지닌 뮤지션들의 조직인 ‘레드 웨지(Red Wedge)’를 만들기도 했다.

그의 음악에 변화가 생긴 것은 닉 드레이크, R.E.M.을 프로듀스한 조 보이드(Joe Boyd)를 만나면서부터이다. 이 때부터 밴드 체제로 녹음을 시작했다. ‘자본주의가 음악을 죽인다’는 메시지를 담아낸 앨범 [Workers Playtime]에서는 정치적 요소가 극소화되어 있으면서 솔직하고 아름다운 사랑 노래들로 채워져 있다. 다음 앨범 [Don’t Try This at Home](Go! Discs/Elektra, 1991)은 R.E.M.의 마이클 스타이프와 피터 벅이 게스트로 참가한 곡 “You Woke up my Neighbourhood”, 조니 마(Johnny Marr)의 경쾌한 기타가 이색적인 히트 싱글 곡 “Sexuality” 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 앨범은 ‘팝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어 발표된 [William Bloke](Elektra, 1996)는 아버지가 된 빌리 브랙의 부성(fatherhood)과 음악적 성숙함이 반영되어 있는데, 관악기 사운드가 씩씩한 “Upfield”라던가, 감미로운 목소리가 흐르는 “Sugardaddy”같은 따뜻하고 멜로딕한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그의 프로젝트의 특징은 [Mermaid Avenue](Elektra/Asylum, 1998)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포크의 아버지 우디 거스리가 남긴 가사에 곡을 붙여 달라는 그의 딸 노라 거스리의 청탁으로, 빌리 브랙은 얼터너티브 컨트리 밴드 윌코(Wilco)와 공동으로 작업하였다. 빌리 브랙이 포크 록의 전통적인 감수성을 유지시켰다면, 윌코는 1990년대적인 스타일로 변모시켰다. 빌리 브랙, 윌코, 우디 거스리의 삼자간의 만남을 통해 빌리 브랙은 자신의 태생과 현 위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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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쇼크트
“What’s it like to be a skateboard punk rocker” (“Anchorage”)
“Swing is feeling, and everything else is just style… it’s the swing feeling in music that attract us. That’s why I can love hardcore and rap and blues and folk.”

미셸 쇼크트를 처음 접하는 청중은 그녀를 ‘수잔 베가의 펑크 버전’ 정도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그녀는 수잔 베가나 트레이시 채프먼 같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보다는 밥 딜런, 필 오크스 같은 뮤지션과 맥이 닿아 있는 정치적인 싱어송라이터이다(이 점은 빌리 브랙과도 공통적이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펑크 언더그라운드와 만나고, 뉴욕에서 안티포크 씬이라는, 서부 빌리지(village) 포크 씬의 대안을 추구하는 공동체와 조우하면서 음악적 색깔을 형성했다.

그녀의 삶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미셸 쇼크트는 텍사스의 댈러스에서 태어나 그 주변 군부대에서 돈을 벌다가 히피 아버지와 살기 위해 근본주의자 어머니로부터 도주하기도 했다. 그녀의 정신 상태를 지칭하는듯, 탄환 충격증(shell-shocked)으로부터 지은 자신의 예명처럼, 홈리스였고 한때 정신병자였으며 정치적 무브먼트에 참여하기도 했던 그녀의 이력은 “골수(knee-jerk) 아나키스트”라고 호칭을 선사(?)받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격렬한/철저한 포크” 혹은 “하드코어 포크”라고 불렀다.

1986년 ‘커리빌 포크 페스티발(Kerrivile Folk Festival)’에 참가한 그녀의 노래를 들은 한 영국인 프로듀서가 워크맨으로 녹음해 알려진 [The Texas Campfire Tapes](Mercury)는 영국 차트에 오르고 인디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히트를 기록했으며, 이 성공으로 말미암아 머큐리 레코드사와 계약하게 된다. 첫 앨범에서 나타난 전통에 뿌리를 둔 포크가 포스트모던 페미니스트적 시각 및 펑크 에토스와 만나, 두 번째 앨범 [Short Sharp Shocked](Mercury, 1988)를 발매하기에 이른다. 한 집회에서 경찰에 잡혀가는 그녀의 모습이 인상적인 자켓이 실린 이 앨범으로 얼터너티브 공동체 및 비평가들에게 그녀의 명성을 알렸다. 이 앨범은 명실공히 블루그래스와 컨트리에서부터, 블루스, 로커빌리, 스윙 그리고 펑크에 이르기까지 미국 음악의 실질적인 카탈로그이다. 이후 그녀가 ‘1940년대의 스윙, 빅 밴드 스타일의 [Captain Swing](1989)을 발표하자 대개 뜻밖이라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녀는 ‘루츠’라는 단어를 포크와 동일한 것으로 치부하였고 이에 따라 Arkansas Traveler](Mercury, 1992)는 미국 남부의 루럴(rural) 블루스와 컨트리 같은 아메리카 루츠 음악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조화롭지 못하다는 평가와 더불어, 불행히도 음반 판매 실적이 저조한데도, 그녀가 가스펠 앨범을 제작하려 하자 머큐리 레코드사는 이후 앨범 발매작업을 거부했다. 미디어 친화성과는 적대적이었던 쇼크트는 머큐리에 소송을 걸어 승리했다.

이후 현재까지 그녀는 [Kind Hearted Woman](no label, 1994; Private Music, 1996 재발매), [Artist Make Lousy Slaves](independent, 1996), [Good News](Mood Swing, 1998)을 독자 제작 및 판매하는 수공업적 방식은 앞서 지적했듯, 인디 정신과 조우한 것이다.

남겨진 문제들

그들의 음악에는 고성의 외침이라든가 변형되고 왜곡된 사운드가 없다. 기타 사운드를 배경으로, 돌출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목소리가 발산된다. 기타 중심의 악기 편성이면서도 관악기, 건반 악기 등이 그들의 음악에 결합되곤 한다. 그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대체로 다양한 악기와, 세련된 편곡이 가미된 음악을 선보인다. 하지만 목소리 대신 악기가 전면에 부상하는 일은 없다. 악기들은 보컬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아니 보컬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연주된다. 가사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이든 혹은 개인 내면적이든 가사는 투명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빌리 브랙과 미셸 쇼크트 음악의 특징은 포크 록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프로테스트의 전통에 서있는 그들답게 가사 또한 정치적이라는 이야기는 두말할 필요 없다(빌리 브랙의 “There Is a Union Power”, “Ideology” 같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는 보통 사람의 일상적인 삶을 투영한 노래들이나, 개인적인 심정을 토로한 노래들과도 연결된다(미셸 쇼크트의 곡 “Graffiti Limbo”는 수감된 죄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Memories of Texas”나 “Anchorage”는 어린 시절의 회상,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독백을 담아내고 있다). 이들의 가사는 그 지방 사람에게 친근함을 느끼게 하지만(예를 들어 그 지역의 지명과 이름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그 지방 사람이 아닌 이들과는 소통하기 난감한 측면도 존재한다. 이와 같은 이들의 음악적 특징은 포크가 국지적, 정서적 공동체에서 소통되는 음악임을 잘 드러내준다. 원칙적으로 포크 음악은 특정 사회집단 내부에서 생산되고 소통되며, 대량 유통되지는 않으므로 그 집단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소통되지 않는 특성을 지니는 것이다.

1980년대의 ‘포크 스타들’은 1960년대의 그것과 비슷한 경로에 휘말려 들었던 것 같다. ‘신실함(sincerity)’을 추구했지만, 오히려 주류 시스템으로 편입되는 결과를 낳은 것. 이것은 이들이 포크 음악을 지배하는 산업적 맥락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탓이기도 했다.

안티포크 뮤지션들은 주류 시스템에 대해 통찰함으로써, 상업화의 덫을 피해나간 것 같다. 하지만 일렉트로니카 시대에 전형적인 포크 음악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나, 밋밋하고 덤덤한, 그래서 때로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감성을 표출하는 점은 숙제로 남겨졌다. 그렇다면 전자의 해답은 일렉트로니카와의 결합을 시도한 벡, 베스 오튼과 같은 뮤지션이, 후자와 같은 낙인은 엘리엇 스미스나 벨 앤 세바스찬과 같은 포키들이 풀어낸 게 아닐까. 19991001 | 최지선 [email protected]

빌리 브랙 디스코그래피(앨범)
Brewing up with Billy Bragg (Go! Discs, 1983)
Talking with the Taxman about Poetry (Go! Discs/Elektra, 1986)
Workers Playtime (Go! Discs/Elektra, 1988)
Don’t Try This at Home (Go! Discs/Elektra, 1991)
William Bloke (Elektra, 1996)
Mermaid Avenue (Elektra/Asylum, 1998)
Reaching to the Converted (Rhino, 1999)

미셸 쇼크트 디스코그래피(앨범)
The Texas Campfire Tapes (Mercury, 1986)
Short Sharp Shocked (Mercury, 1988)
Captain Swing (Mercury, 1989)
Arkansas Traveler (Mercury, 1992)
Kind Hearted Woman (no label, 1994 / Private Music, 1996 재발매)
Artist Make Lousy Slaves (independent, 1996)
Good News (Mood Swing, 1998)

관련 사이트
안티포크 포트(The Fort)
http://www.members.aol.com/foikbro/fortweek.html

사이드워크 카페(Sidewalk Cafe)
http://newyork.ciysearch.com/E/V/NYCNY/0011/4833

얼트 컬쳐 안티포크 항목
http://www.altculture.com/.index/aenties/a/antixfolk.htm

빌리 브랙 공식 홈페이지
http://www.billybragg.co.uk

비공식 홈페이지
http://www.livjm.ac.uk/~eassrode/bragg
http://www.interlong.com/~miacroix/bragg
http://home.clara/rlang

미셸 쇼크트 비공식 홈페이지
http://www.members.xoom.com/g_lim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