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 공유의 진행을 중단시키는 것은 비를 통제하려는 것과 같다.” – 척 디(Chuck D), 랩 그룹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의 리더이자 Rapstation.com의 설립자

지난달 말 숨가쁘게 전해졌던 외신은 냅스터(Napster)의 팬들과 음악팬들뿐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도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예상을 뒤엎고 전격적으로 내려졌던 사실상의 냅스터 서버 폐쇄 결정이 내려졌다. 냅스터 측은 몇가지 논리를 내세우며 저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한 사용'(저작물을 개인적 공적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조항), ‘베타 맥스 판결'(전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 아니라고 밝혀진 경우, 즉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거나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경우), ‘세이프 하버(safe habor) 조항'(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나 서치 엔진은 저작권 침해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과 같은 것이 그 근거논리였다.

냅스터는 마이크로소프트 독점건에 대한 재판에서 정부측 변호사로 나서 승리를 이끌어냈던 데이빗 보이스(David Boies) 변호사를 고용하여 이번 재판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메이저 음반사들이 독점권을 남용했다는 증거를 확보했으며 이에 따라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대담한 논리를 전개했다. 그러나 매릴린 파텔 판사는 “냅스터가 거의 전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며 냅스터의 디렉토리로부터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목록을 지울 것을 명령했다. 저작권 파일 목록만을 지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판결은 냅스터 폐쇄와 다름없다.

이 와중에 냅스터 이용자들은 몇몇 인터넷 싸이트를 통해 음악산업에 대한 보이콧을 준비했고, 냅스터는 냅스터를 지지하는 뮤지션의 CD를 사서 냅스터 이용자들의 ‘구매력’을 보여주자며 ‘바이콧(Buy-cott)’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냅스터를 만든 열아홉살의 숀 패닝은 “우리는 음악 팬들 간의 파일 공유가 열정적인 음악 애호가들의 보다 큰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커뮤니티를 통해 산업은 팬들에게 더 많은 음악을 팔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이용자들이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 그리고 거대한 음악 팬 그룹의 구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 우리는 이번주에 모든 이용자들이 ‘냅스터 바이콧 주간’에 참여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며칠 후 냅스터의 유예신청이 연방순회항소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져서 냅스터는 폐쇄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미국음반협회(RIAA)가 대표한 음반산업이 부른 ‘만세’를 함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냅스터 진영의 안도의 한숨소리가 나왔다. 그렇지만 만세 삼창도 안도의 한숨도 이 게임의 종료가 아니라 겨우 시작을 알리는 소리일 뿐이다.

냅스터는 사라져도 ‘냅스터 정신’은 남는다

설령 이번에 냅스터가 폐쇄되었다 하더라도, 혹은 몇 달 후 최종판결로 인해 냅스터가 폐쇄된다 하더라도, 냅스터의 2천만 냅스터 이용자는 mp3 음악파일을 검색해서 자신의 하드 디스크로 가져오는데에 약간의 불편만을 더 감수하게 될 것이다. 냅스터의 폐쇄 판결이 난 직후 폐쇄일 이전에 원하는 음악파일을 다운받으려는 이용자가 폭주하여 냅스터는 90% 이상 트래픽이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그누델라(Gnutella), 프리넷(FreeNet)처럼 이른바 피어투피어(peer2peer)로 불리는 보다 강력한 파일 공유 시스템에도 이용자가 몰려들었다. ‘자유로운 정보의 유통’이라는 인터넷의 ‘무정부적’ 이념에 의거하여 만들어졌고 오픈 소스를 통해 전세계의 프로그래머의 손에 의해 계속 개발되고 있는 그누텔라나 프리넷은 아직은 사용하기가 냅스터처럼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 사용자 친화적으로 진화한다면 냅스터보다 훨씬 무섭다. 왜냐하면 냅스터는 중앙 서버를 두고 있지만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중앙 서버 없이 연결되는 네트워크이며 암호화되기 때문에 어떤 파일이 오갔는지 알아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냅스터에게 했듯이 법에 호소하여 ‘폐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누텔라나 프리넷을 폐쇄하겠다는 것은 곧 인터넷을 폐쇄하겠다는 것과 같다. 프리넷을 만든 아일랜드 출신의 영국인 이언 클락은 “나는 사람들이 프리넷을 어떻게 사용하라고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누군가가 내 머리에 총을 들이대고 ‘이걸 폐쇄시켜’라고 말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냅스터가 폐쇄되더라도 ‘냅스터 그 자체’를 이용한 파일 교환/공유 시스템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오픈냅(OpenNap)은 말하자면 냅스터의 중앙서버를 ‘복사’하여 독자적인 서버를 구축한 시스템이다. 내피게이터(Napigator)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백여 개의 서버를 골라서 접속할 수 있다. RIAA에서 개별적으로 일일이 압력을 넣거나 소송을 걸기 전까지는 이들 서버들은 작동될 것이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음악산업이 냅스터를 제소함으로써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하다. 냅스터를 폐쇄시켰다 하더라도 음악산업에게는 승리가 아니라 더 큰 패배로 가는 첫걸음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냅스터는 열아홉살 짜리 프로그래머인 숀 패닝이 만든 일개 벤처이고 영리를 추구하는 하나의 기업일 뿐이지만, 냅스터의 정신과 이념, 나아가서는 ‘냅스터 문화’, 는 기업 냅스터에 종속되지 않는 하나의 ‘운동(movement)’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음악산업과 온라인 음악산업 간의 갈등과 타협

온라인 음악산업의 선두인 MP3.com의 CEO인 마이클 로버트슨은 이런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는 My.MP3.com 서비스를 방어하기 위해 타당한 상황논리를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서비스를 폐쇄한다면 냅스터와 같은 보다 ‘위험한’ 기술이 판을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로버트슨의 언급은 전통적인 음악산업에게 보내는 타협 촉구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 MP3.com은 My.MP3.com 금지 판결 이후 워너 뮤직, BMG와 협상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했고 EMI와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냅스터 측과 음악산업이 타협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력하다. 냅스터는 음악산업 출신의 행크 베리를 CEO로 받아들였고, 벤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냅스터를 통해 돈을 벌 것임을 명백히 한 바 있다. 타협책은, 예컨대, 냅스터는 음악팬들의 정확한 프로파일을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냅스터 측이 음악산업에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이용자로부터 받은 월정액(monthly subscription) 따위를 바탕으로 적정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날 수도 있다. 기술자문회사인 가트너(Gartner) 그룹의 스티븐 브래들리는 결국 타협만이 파국을 막는 해결책임을 주장한다. 그는 “냅스터가 폐쇄된다면 그누델라 등 분산 시스템의 유통구조를 가진 다른 사이트들은 아예 경영진이나 시설, 비즈니스 장소라는 것조차 없어 음반사들은 협상 상대조차 잃고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음악산업은 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테크놀로지의 뒤꽁무니만 쫓는가?

음악산업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점점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음악산업은 열렬한 음악 애호가이자 이미 수백 수천장의 CD를 뻥튀기된 가격에 사서 가지고 있는 냅스터 이용자를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새로운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음악산업이 하는 일이라고는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 같은 표준이나 워터마크 같은 기술을 이용한 복제방지장치를 만드는 것 말고는 별로 없다. 그렇지만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만든 복제방지체계는 중학생 해커에 의해 쉽게 풀려버리고 말 것이다. 게다가 복제방지에 들어간 돈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고 따라서 값비싼 음악파일은 더욱더 외면당할 것이다. 심지어는 소비자의 워크맨, CD플레이어까지 암호해독장치를 갖춘 신제품으로 바꿀 것을 강요할지도 모른다. 음악산업은 가장 강력한 음악의 소비자들에게 추궁을 하고 이들을 공격하고 무모한 강요를 하는 꼴이다. 이런 소모적인 숨바꼭질 같은 짓을 계속해야 할 것인가.

음악산업이 과감하게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품으로 달려들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RIAA는 냅스터를 대체할 만한 자신들의 디지틀 음악배급/판매 방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메이저 음반사들은 불법복제가 두려워서 온라인 음악유통에 뛰어드는 일을 주저주저해왔다. 냅스터가 터지고 난 후에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액제 혹은 개별곡 단위의 음악판매 등은 빨라야 올해 말부터나 가능할 것 같다. 메이저 음반사들이 음악 팬들의 바램처럼 바이러스로부터 보다 안전하고 품질이 보장된 음악파일을 제공할 수 있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게다가 메이저 음반사의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음반 도소매상의 눈치도 보아야 한다. 메이저 음반사들은 이들이 여전히 음악산업의 굳건한 밑받침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전통적인 음악산업은 이제 음악의 배급과 유통을 지금처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음악의 배급과 유통은 점차 뮤지션과 소비자의 손에 직접 넘어갈 것이다. 음악산업(전통적인 음악산업과 온라인 음악산업)은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해 이런 배급과 유통에 체계와 질서를 만들어 주고 그를 통해 생존할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아니, 이것만이 유일한 생존방법일지도 모른다. 이미 변화한 현실은 빨리 직시할수록 좋다! 20000806 | 이정엽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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