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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스 아티스트 – 검은 소리 blex vol.2 – 강아지 문화예술, 1999

 

 

PC 통신 하이텔의 흑인음악 동호회에서 내놓은 두 번째 앨범. 이렇게 소개하면 무슨 기념으로 만든 ‘습작 모음’이라 쉽게 생각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검은 소리]는 힙합에 대한 당신의 통념에 도전한다. 화려하고 뻔질뻔질한 주류 댄스가요에 지친 당신의 귀에 해독제를 제공해준다.

이 ‘아마추어’적인 음반의 ‘수준’이 의심스럽다면 우선 이 집담의 리더 격인 가리온의 “거짓(META rmx)”을 들어보라. 독특한 강세와 힘있는 랩, 그리고 지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재즈 샘플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재즈 한토막을 무조건 집어넣는다고 지적이거나 ‘분위기’가 있게 되는 건 아니다. 귀에 익은 멜로디 한 자락없이 당신의 귀를, 당신의 의식을 장악할 수 있다면, 당신은 마땅히 감탄을 해야 한다.

인트로에 이어나오는 첫곡. 때로는 떠들썩하고 때로는 감정이 풍부하게 실린 랩과 시종 둥둥거리는 피아노는 무언가를 뚫고 나오는 듯한 존재의 팽창하는 박동감을 훌륭하게 묘사해낸다. 이 곡은 이 음반의 주제곡이자 1999년 한국의 힙합 세대의 주제가다. Da Real의 리더인 JOOSUC의 “내가 누구지?”는 리듬이 만들어내는 훵키함과 자아인식(자아망각?)에 대한 가사가 서로 긴장감을 상승시키는 곡이다.

여성 래퍼 듀오 파이(破異)의 곡에서는 보다 섬세한 가사를 들을 수 있다. 선언이거나 뻔한 말들의 나열이 아닌 감수성 넘치는 랩. 파이의 랩에서는 경계에서 살고 있는 주변부 한국의 젊은이들의 삶의 위태로움이 잘 드러난다.

다섯 장짜리 씨디 체인저에서 다음 음반으로 넘어간다. [Planet Rap: A Sample of the World]. 프랑스 래퍼 엠씨 솔라르(Mc Solaar)의 물흐르는 듯한 시적인 프랑스어 랩을 듣는다. “바람에 씨를 뿌리는 자가 시간을 얻는다…” 이탈리아 힙합 그룹 아르티콜로 31(Articolo 31)의 결의에 찬 정치적인 선언에 몸을 맡긴다. 아일랜드 힙합 그룹 스카리예이레(Scaryeire)의 아일랜드의 목가적 정취를 맡는다.

이제 랩/힙합은 미국 흑인들의 음악과 문화만은 아니다. 랩/힙합은 (록 음악을 대체하는) 전세계 젊은이들의 공통언어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미 랩/힙합을 받아들여 자기네 ‘사투리’로 바꾸고 자신들이 살아가는 얘기들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삼고 있다.

[검은 소리]에서 한국적 랩/힙합(corean rap/hiphop)의 미래를 듣는다. 이들은 한국어와 씨름한다는 점에서 영어 잘한다고 뻐기는(그러나 실제로는 한국 가요의 관습을 답습하는) 여느 ‘힙합’ 그룹들과는 다르다. [검은 소리]는 한국의 가요에 대한, 나아가서는 ‘한국’ 자체에 대한 당신의 상식을 비웃는다. [검은 소리]가 아마추어적이라고? 오히려 내 귀에는 아마추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19990815 | 이정엽 [email protected]

[weiv plus] 이영우: “숨가쁜 국어수업, 진지한 음악수업… 땡땡이 치고 노는 건 어때?”

6/10

수록곡 (* = 추천곡)
1. 들어가며
2. 내가 누구지? *
3. 제 3행성의 문제
4. 거짓 *
5. 누가 잘못했는데?
6. 그들의 세상
7. 가끔 비가 오면
8. 음성 확인
9. BLAZIN`
10. 자유
11. 발아
12. 하루
13. 토사구팽
14. 틈
15. 길거리
16. M.C.
17. 왜냐면
18. 나오며

관련 사이트
강아지 문화 예술의 홈페이지
http://www.gangag.com
가리온의 “거짓”을 리얼오디오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