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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ye Wong – Only Love Strangers – Sony, 1999

 

 

“왕비가 누구지?” “누구의 왕비야?” 그게 아니라, 왕비는 ‘홍콩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국제적 아티스트’ 페이 웡에 대해 한국에서만 부르는 이름이다(물론 그녀는 작년까지 ‘魔岩10大魔王’의 하나였던 베이징의 로커 두웨이(竇唯)와 함께 살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왕비는 왕비다). 한마디로 그녀는 ‘칸토 팝(Canto pop)의 새로운 여왕’이다(칸토 팝이란 홍콩의 대중음악을 총칭한다). 그녀의 노래는 중국 여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주현미’가 떠오르지 않는 거의 유일한 케이스다. 창법은 열창(熱唱)이 아니라 냉창(冷唱)에 속한다(물론 이건 ‘말장난’이다). 중국인 특유의 성조(聲調)를 잘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영어화된 중국어처럼 들린다. 앨범 수록곡 12곡 중 10곡이 북경어이고, 두 곡은 광동어 버전이지만(“百年孤寂(외로운 백년)”은 “守望麥田(보리밭을 지키며)”의 광동어 버전이고, “郵差(우체부)”는 “胡蝶(나비)”의 광동어 버전이다), 중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큰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창법만이 아니라 페이 웡의 음악에는 ‘민족적’ 요소가 없다. 몇 곡을 제외한 대부분의 트랙은 어쿠스틱 기타와 신시사이저 중심의 악기 구성을 취하고 있어서 매우 ‘보편적’으로 다가온다. 악곡 구조나 음악 형식도 팝 음악의 다양한 스타일들을 큰 여과없이 수용하고 있다. 어쩌면 칸토 팝 자체가 이미 ‘토착화된 소프트 록 스타일의 팝 음악’이다. 이 앨범에서도 “胡蝶(나비)”같은 곡은 칸토 팝의 전형이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곡들은 중국산(産)이면서도 ‘중국 대중음악’ 특유의 느낌은 안 든다. 예를 들어 “催眠(최면)”은 아일랜드산(産)처럼 들리고, “只愛陌生人(낯선 사람만 사랑해요)”은 스웨덴산(産)같다는 느낌을 주고, “畢一聲之後(삐소리 후에)”는 스코틀랜드산(産)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느낌을 준다. 몇 곡에서는 부분적으로 잉글랜드산(産) 트립합의 텍스처도 느낄 수 있고(“百年孤寂(외로운 백년)”), 프렌치 재즈의 무드나(“只愛陌生人(낯선 사람만 사랑해요)”)나 뉴에이지 풍의 느낌(“過眼雲煙(연기처럼 사라지다)”)도 있다. 묵직한 전기 기타와 장중한 오케스트라, 그리고 효과음을 덧입힌 보컬이 어우러진 첫 트랙 “開到茶 (겨우살이풀이 되어)”나 록 스타일의 기타와 테크노 음향이 결합된 마지막 트랙 “精彩(Fantastic)”은 국제적 팝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어 보인다.

이런 여러 스타일의 절충은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낳기 쉽지만, 이 음반은 예외에 속한다고 ‘아전인수격으로’ 말하고 싶다. 이유를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스타일과 사운드가 거슬리지 않고 나름대로 일관되게 들리기 때문이다. 그건 아마도 ‘여러 스타일을 잘 소화했다’는 점이 아니라 작사 작곡이나 프로듀싱의 수준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충족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이 점이 국제적 시장에서의 성공은 아니더라도 ‘로컬 시장에서의 성공과 국제적 평단의 인정’이라는 성과를 획득하는 비결로 보인다. 물론 중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쓰는 언어’이고 중국어권 음악의 시장이 나름대로 크다는 특수성이 있겠지만. 19991025 | 신현준 [email protected]

수록곡
1. 開到茶 (겨우살이풀이 되어, The Last Blossom)
2. 當時的月亮 (그때 그 달빛, Once In a Blue Moon)
3. 催眠 (최면, Hypnotise)
4. 只愛陌生人 (낯선 사람만 사랑해요, Lovers and Strangers)
5. 百年孤寂 (외로운 백년, Hundred Years of Solitude)
6. 胡蝶 (나비, Butterfly)
7. 過眼雲煙 (연기처럼 사라지다, After All)
8. 畢一聲之後 (삐소리 후에, After the Tone)
9. 推蒜 (번복, To Push Back)
10. 精彩 (Fantastic)
11. 守望麥田 (보리밭을 지키며, Rye Catcher)
12. 郵差 (우체부, Postm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