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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Furry Animals – Guerrilla – Creation/Sony, 1999

 

 

‘브릿팝 사대천왕’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은, 재기발랄한 신인 밴드의 등장 또한 드물어진 영국에서 최근 발매된 두 장의 앨범. 90년대 중반 웨일스라는 지역명을 하나의 씬으로 불리게 한 고키스 자이고틱 민치(Gorky’s Zygotic Mynci)와 수퍼 퍼리 애니멀스(Super Fury Animals)의 [Spanish Dance Trouper] 그리고 [Guerrilla]. 웨일스 씬을 98년 브릿팝 어워드 신인상의 스테레오포닉스(Stereophonics)와 카타토니아(Catanonia) 등의 활약상 뒤에 거론된 이름으로 기억하신다면 ‘웨일스’라는 명칭의 정체성에 대해 그 흔한 ‘브릿팝’과 무엇이 다를까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판단은 고키스 자이고틱 민치와 수퍼 퍼리 애니멀스의 앨범을 들은 이후로 유보해도 좋다.

지역적인 의미에서의 ‘포크’라는 정체성, 6-70년대 포크 밴드의 싸이키델리아에 대한 접근법, 그리고 펑크와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나름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기이한 팝적인 매력을 담지한 네오 싸이키델리아의 영역에 자신을 위치시킨다. 앨범 재킷과 프로모션 사진만으로는 마치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밴드의 그것처럼 보이는(멤버 중 한 명이 마법사의 아들이란 소문이 있기도) 고르키스 자이고틱 민치는 지역적 억양을 숨키지 않은 채(그러니까 우리로 치면 전라도 사투리로 노래를 하는 것?) 당대의 조류, 쿨하거나 모던한 것과는 전혀 무관하게 긴 호흡으로 연주한다(요즘 누가 바이얼린, 하먼드 오르간, 어쿠스틱 기타만으로 이루어진 기승전결 없는 10분에 가까운 연주를 들어줄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일까, 가장 대중친화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신작 [Spanish Dance Trouper]는 메이저에서 발매되지 않았다(덕분에 라이센스는 커녕 국내 수입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_-).

반면 수퍼 퍼리 애니멀스의 사운드는 무척 쿨하게 들린다. 펑크, 파워팝, 테크노, 프로그레시브적인 요소가 공존하지만 당대의 흐름에 휩쓸려 자신을 잃지 않는 수퍼 퍼리 애니멀스의 사운드적 정체성은 일상의 것을 ^^; 비일상적으로 풀어내는 그들의 가사처럼 규칙에 얶매이지 않는 것에 있다.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 오아시스(Oasis)와 같은 레이블인 크리에이션 소속인 수퍼 퍼리 애니멀스의 세번째 앨범 [Guerrilla]는 지금까지 수퍼 퍼리 애니멀스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Guerrilla]에는 라몬스(Ramones) 시절 펑크처럼 들리는 “Do Or Die”, (올드한 버전의) 테크노 “Wherever I Lay My Phone (That’s My Home)”, “The Door To This House Remains Open”, 트립합 “Some Things Come From Nothing”, 업비트의 “Night Vision”, 스트레이트한 록큰롤 “The Teacher”, 포크 “Fire In My Heart” 등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하나의 흐름으로 존재한다. 평단의 극에서 극을 오가는 평을 받고 있는 하이 리암스가 참여한 “Turning Tide”는 자비스 코커가 부르는 드림팝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리고 잠자기 전 침대에서 풍선껌을 씹지 말라고 진지하게 충고하고(“Chewing Chewing Gum”), 휴대폰이 있으니 모든 곳이 내 집이고(“Wherever I Lay My Phone (That’s My Home”), 토네이도와 토마토로 라임을 맞추는(“Do Or Die”) 등 픽시스(Pixies)에 버금가는 가사 또한 여전하다.

메인스트림의 흐름이나 청자들에 대한 배려(?)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귀를 잡아채는 팝의 튠, 이것이 바로 수퍼 퍼리 애니멀스의 쿨함의 정체가 아닐까? 19991117 | 김민규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Check It Out
2. Do Or Die
3. The Turning Tide
4. Northern Lites
5. Night Vision
6. Wherever I Lay My Phone (That’s My Home)
7. A Specific Ocean
8. Some Things Come From Nothing
9. The Door To This House Remains Open
10. The Teacher
11. Fire In My Heart
12. The Sound Of Life Today
13. Chewing Chewing Gum
14. Keep The Cosmic Trigger Happ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