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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k – Midnite Vultures – Geffen/Universal, 1999

 

 

[Midnite Vultures]는 [Mutations]보다는 [Odelay]에 가깝다. 벡 한센(Beck Hansen)의 개인적인 뿌리인 포크보다는, ‘잡탕’ 사운드 실험에 주력한 앨범이라는 뜻이다(원래 [Mutations]는 메이저에서 ‘공식’적으로 발매하려고 하지 않았었다). 이 앨범에서 벡은 포크, 알앤비, 훵크, 디스코, 컨트리, 힙합을 뒤섞어버리는 ‘유쾌한 정신분열자’이다. 이번 앨범의 주 재료는 70년대의 잡다한 사운드다.

스택스/볼트 시절을 연상케 하는 혼 펀치로 시작하는 “Sexx Laws”는 앨범의 경향을 압축해서 들려준다. 시종 들썩들썩거리는 이 곡의 절정은 일렉트로-훵크 스타일의 신시사이저 장난과 함께 나오는 ‘정통’ 컨트리-블루그래스 스타일의 밴조-스틸 기타 소리다. 얀 코빅(Yan Kovic) 뺨치는 이 사운드를 듣고 데구르르 구르지 않는다면 아마도 ‘최신 유행 음악 감지 회로’에 문제가 생겼는지 의심해야 한다. 다른 곡들은 “Sexx Laws”나 이전 앨범에 나왔던 ‘비빔밥’에서 재료들의 양과 배치를 조금씩 다르게 한 것들이다.

“Nicotine & Gravy”는 첫 곡처럼 훅의 펀치가 강력하지만 힙합 비트와 귀에 쏙 박히는 여성 코러스를 더하여 쿨 앤 더 갱(Kool & The Gang)에 더 가까워졌다. 이 곡의 일렉트로 훵크 스타일의 ‘장난질’은, 아마도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에서 가져온 듯한 우주적인(=촌스러운) 신시사이저 소리 위에 기계적인 목소리가 얹히는 “Get Real Paid”나, 록 음악처럼 시작하다가 아프리카 밤바타(Afrika Bambaataa) 시절을 연상시키는 일렉트로 사운드의 향연을 펼친다가 잔잔한 발라드로 끝맺는 “Milk & Honey” 쯤 가면 심각한 ‘정신분열’로 이어진다.

이미 알려졌던 대로 이번 앨범에서 가장 큰 특색이라고 한다면, ‘벡 사운드 짬뽕’에서 알앤비 사운드의 비율을 높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Mixed Business”에서는 훵키한 와와 기타에 맞춰 프린스(라고 불렸던 아티스트 The Artist Formerly Known As Prince)처럼 팔세토로 노래한다. “Peaches’s Cream”은 나른한 발라드로서, 페달 스틸 기타가 심드렁하게 배경에 깔리는 가운데 역시 프린스처럼 노래하는 기괴한 광경을 연출한다. 앨범의 논란거리, 마지막 곡 “Debra”는 벡에게는 좀 무리하게 들리는 팔세토 보컬로 일관하는 몽환적인 알앤비 발라드다.

벡이 이번 앨범에서 잘했다는 거냐 망했다는 거냐 라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똑 부러지게 말 못하겠다. 좀 비겁하지만 똑 부러지는 딴 거 몇 개만 얘기하며 에둘러 대답해야겠다. 분명히 ’70년대 음악 순례’라는 외양으로 작업을 하긴 했지만, 벡의 사운드가 복고가 아니라는 것만은 똑 부러지게 확실하다. 어떤 추억이나 회상이나 존경에도 기반하지 않은 기억없는 기억, 뿌리없는 사운드라는 점에서, 예컨대 자미로콰이(Jamiroquai)와 다르다. 벡은 존경과 경의 같은 것에 그렇게 꽉 잡혀있기에는 너무 가볍다. 또 사운드나 노래 실력으로만 본다면, ‘정통’ 70년대 흑인 음악에 비해 벡 한센의 음악은 ‘장난’이라는 것도 똑 부러지게 확실하다. 그렇다. 이런 게 바로 벡의 특기이자 의도가 아닌가. [Midnite Vultures]는 세기말이니 포스트모던이니 하이브리드니 하는 ‘무거운’ 말에 대해, 벡이 못들은 척 무시하고, 가볍게, 장난처럼 제시하는 미래의 대중음악에 대한 답안지다. 19991224 | 이정엽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Sexx Laws
2. Nicotine & Gravy
3. Mixed Bizness
4. Get Real Paid
5. Hlwd. Freaks
6. Peaches & Cream
7. Broken Train
8. Milk & Honey
9. Beautiful Way
10. Pressure Zone
11. Debra / hidden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