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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앤트 메리 – My Aunt Mary – 강아지 문화/예술, 1999

 

 

1999년 가을, 그제서야 마이 앤트 메리의 음반을 손에 쥐게 되었다. ‘그제서야’라고 표현한 것은 마이 앤트 메리가 경력으로 치면 신생 밴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1995년 12월, 인디 씬의 배양지였던 ‘드럭’에서부터 그들의 밴드 활동이 시작되었으니까. 그런지/펑크 일변도의 인디 씬 초창기에, 그들은 이와 다른 종류의 음악(속칭 ‘모던 록’)을 선보이긴 했지만(물론 언니네 이발관이나 델리 스파이스도 있었다), 좀 미흡한 면이 느껴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나의 그런 기억을 불식시키는 변화와 성장이 이 음반에서 느껴지길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just pop’이라고 말했는데, 확실히 그들은 간결한 가사를 가진 기타 중심의 팝을 선보이고 있다. 이 음반에 첫 번째로 실린, 살랑거리는 예쁜 선율이 흐르는 연주곡 “Greeting Song”에서도 그들의 음악적 성향이 분명하게 감지된다. 다른 곡들도 역시 영롱한 기타 소리 속에서 펼쳐지는, 흥겨운 미드 템포 혹은 서정적인 슬로 템포 사운드로 전개되고 있었다.

혹자가 이들의 음악에 대해 “일상에 대한 따뜻한 애착”이 담겨있다고 소개했던 것처럼, 이 음반에는 일상 혹은 ‘꿈’과 ‘기억’ 그리고 ‘길’에 대한 독백들이 스케치되어 있다. 회고적이고 고백적인 내용(“가족사진”, “강릉에서”)이나, 일요일의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그려낸 곡(“Sunday 그리고 Seoul”)도 담겨있다. 그 속에서 보컬은 나른하고 아련해지기도 하고(“말을 해” 등), 건조한 음색의 힘이 실려있기도 하다(“언젠가 내게” “Confess” 등).

그들의 음악이 심심하다고 느껴질 때, “선회하지 않는 길”에서 샘플링된 드럼 소리가 재미를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이 곡에서 “난 선회하지 않는 길을 가고 있어”라는 가사는 자신들의 음악적 모토를 토로라도 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들의 음악에서 무언가 결여되었다고 느껴지는건 왜일까. 그들의 이전 경력에 대한 기대치 때문일까. 예전부터 너무 오랫동안 그들의 히트 송(?) “Sunday 그리고 Seoul”이 선곡되곤 했는데, 몇 년이 흐른 지금에는 그 이상의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이전보다는 세련된 음악적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언니네 이발관이나 델리 스파이스의 모던 록에서 진일보한 무언가를 이들에게(혹은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기대했던 것도 같다. 아니면 ‘그냥 팝’이며 ‘단지 팝일 뿐’이라는 말이 또 하나의, 한국에서의 모던 록 이데올로기로 굳어진 게 아닐까 하는 씁쓸함 때문일런지. 20000114 | 최지선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Greeting Song
2. 언젠가 내게
3. 말을 해
4. 가족사진
5. Confess
6. Sunday 그리고 Seoul
7. 꿈을 꾸나요
8. 강릉에서
9. 선회하지 않는 길
10. Pray
11. Cubism에 관한 새로운 언급

관련 사이트
홈페이지
강아지 문화/예술, 1999
http://moon.interpia98.net/~nann/

강아지 문화예술 홈페이지
http://www.gangag.com/star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