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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le & Sebastian – If You’re Feeling Sinister – Enclave/Capitol, 1996

 

 

몇 년 전부터 소수 매니아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벨 앤 세바스찬이 라이센스를 통해 공식적으로 한국에 소개되었다. 이번에 발매되는 2집 [If you’re feeling sinister] 뿐만 아니라 3집과 데뷔 앨범도 곧 발매될 예정이라 한다. 보통 외국의 밴드가 소개되는 방법은 현지에서의 떠들썩한 반응에 힘입어 해당 레이블의 막강한 홍보를 등에 업고 소개되거나 아니면 영화나 TV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예기치 못했던 반응을 얻은 결과 소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벨 앤 세바스찬의 경우 소수 팬들의 입소문과 몇몇 잡지에서 보인 관심이 중심이 되어 공식 발매로 이어졌다. (아 참 99년 브릿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던 경력도 한몫 했을까…) 여기에 문학적이고 호기심 자아내는 밴드 이름과 스코틀랜드 출신이라는 배경, 8인조 편성이라는 점, 또 언론에 비호의적인 태도 등도 일조했다.

벨 앤 세바스찬의 음악은 보컬과 멜로디 중심의 전형적인 노래 구조로 되어 있다. 보컬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동일한 창법과 톤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이즈와 인공음을 배제한 반실험주의와 반사이키델릭 경향이 지배적이며,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중심이다. 특히 이들 음악은 매체에 의해 ‘챔버 팝 무브먼트’의 일원으로 소개되었다. 챔버 팝은 90년대 인디 음악에서 지배적인 방법론이었던 저예산 제작 방식과 대조적으로 다채로운 악기 편성과 편곡을 바탕으로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멜로디를 추구하는 스타일을 의미한다. 이들 음악에서도 기타, 베이스, 드럼의 정규 록 밴드 편성에 다양한 관악기, 현악기에 오르간, 피아노, 하모니카 등이 사용된다. 하지만 개별 악기의 음색을 강조하기보다는 악기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포근한 분위기가 중요하며, 때문에 현란하거나 화려하다는 느낌은 별로 주지 않는다. 또한 대개는 보컬의 표현력을 넘어서는 법이 없다. 예외가 있다면 “Me and the Major” 정도가 될까.

이들은 포크적인 감수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특히 코드 운용에 있어서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코드는 텐션을 거의 주지 않고 기본 3음만을 사용하여 명료한 음색을 들려준다. 대신 “Seeing Other People”이나 “Get Me Away from Here, I’m Dying”에서 보듯 코드 변화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물론 복잡한 코드는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코드 진행 또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하지만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듀싱을 많이 거치지 않은(underproduced)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애수를 띤 듯 하면서도 명랑한, 수줍은 듯면서도 확신에 차 보이는 이들 음악은 마치 비오는 날에 환하게 떠 있는 태양처럼 모순적이다. 여기에 위트와 신랄한 냉소를 담고 있는 시적 가사와 사춘기의 예민한 감성까지. 그런데 왠지 이런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코드로 정착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새로운 트렌드와 무관하게 언제나 있어왔고 앞으로 계속 존재할 것 같은 그런 음악, 언제 나온 음악이라고 하든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 같은 그럼 음악 말이다. 하지만 새로울 것 없는 재료로 이처럼 매력적인 음악을 만들어내는 재능(특히 작곡솜씨)은 놀라울 따름이다. 19991230 | 장호연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The Stars of Track and Field
2. Seeing Other People
3. Me and the Major
4. Like Dylan in the Movies
5. The Fox in the Snow
6. Get Me Away from Here, I’m Dying
7. If You’re Feeling Sinister
8. Mayfly
9. The Boy Done Wrong Again
10. Judy and the Dream of Hor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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