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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완 – 나무가 되는 법 – 강아지 문화예술, 1999

 

 

이 앨범은 불친절하다. 앨범이라는 것이 소신을 밝히는 정치판 유세도 아니고, 이동전화 판매대의 나레이터 모델도 아닌 한 친절해야만 할 이유는 없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낯설다는 표현을 쓸 수도 있었다. 앨범이 낯설다는 것은 부정적인 평가가 아니다. 오히려 낯섦은 새로움과 동의어가 되면서 상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등등의 행위가 궁극적으로 일상의 경험을 다소 어긋나게 함으로써 익숙함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라면, 낯설다는 것은 심지어 집착해야 할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낯설다는 것과 불친절하다는 것은 어쩐지 달라 보인다. 낯선 것은 친숙해지기 위해 존재한다. 영원히 친숙해질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희망만은 포기하지 않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듣는 이의 경험 속으로 스며들고, 이는 또 다른 낯섦의 기다림으로 이어진다. 불친절함은 그 뿐이다. 음악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기에는 그 입구가 너무도 좁고, 또 조건도 까다롭다. 그래서 주위를 서성거리다 돌아갈 뿐이다.

횡설수설하다보니 서론이 길어졌다. 그런데 이 앨범에 대해 내가 하고픈 말은 사실 다한 셈이다. 99,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의 밴드를 꾸리면서 간간이 솔로 곡들을 발표해 온 성기완의 첫 번째 독집인 [나무가 되는 법]은 내게 수수께끼 같은 물음표만을 던져주었다. 모두 동일한 제목에 숫자만 달리한 곡들은 앨범 제목처럼 나무들 마냥 그저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기타를 중심으로 컴퓨터, 아날로그 무그, 타악기 등이 사용되고 있는데, 어떤 곡은 통기타가 주는 서정성이 지배적이며, 어떤 곡은 트립합과 앰비언트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렇지만 모든 소리들이 사실 여부를 떠나 대단히 진지하게 들린다. 저마다 만만치 않은 사연을 하나둘은 갖고 있는 듯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보도자료의 표현대로 “내면 깊숙히 잠재된 고독을 일깨우는 의식”처럼 들리기도 하다. 낭만주의 시대의 예술가와 모습을 닮았다. 현실과 화해할 수 없는 개인의 내면 체험의 고해성사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앨범을 듣는다는 것은 듣는 이에게도 마찬가지의 절박함을 요구한다. 그가 들려주는 소리는 내게는 그저 멀기만 하다. 20000215 | 장호연 [email protected]

4/10

수록곡
1. 나무가 되는 법 01
2. 나무가 되는 법 02
3. 나무가 되는 법 03
4. 나무가 되는 법 04
5. 나무가 되는 법 05
6. 나무가 되는 법 06
7. 나무가 되는 법 07
8. 나무가 되는 법 08
9. 나무가 되는 법 09
10. 나무가 되는 법 10
11. 나무가 되는 법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