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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스파이스 – 슬프지만 진실… – 뮤직디자인, 2000

 

 

새 천년의 문을 연 ‘인디’ 앨범은 델리 스파이스의 3집이었다. 아래로부터의 착실한 경력을 바탕으로 세상에 선보인 데뷔 앨범,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보여준 2집에 이어, 좀더 자기 세계가 분명해진 3집으로 돌아온 델리스 파이스는 모범생다운 사운드만큼이나 모범적인 궤도를 착실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2집이 마치 1집의 팬들을 파티에 초대하여 이것저것 보여주려 한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은 차분히 파티에 대한 품평회를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좀더 응축되고 간결해진 사운드로 드러난다. 단적으로 앨범의 제목을 비교해 보라. [Welcome to the Delihouse]와 [슬프지만 진실…]이라.

앨범의 전체적인 인상은 수평적이라기보다 수직적이다. 평균적인 수준의 곡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파노라마처럼 연결되었다기보다 곡의 편차가 다소 심하다는 말이기도 한데, 각도를 달리한다면 앨범의 간판 격인 노래의 특징이 선명히 부각되어 대중적인 호소력은 더욱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

“챠우챠우” 이후 이들의 가장 대표곡이 될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은 고양이 시체를 마주한 아이와 부모의 엇갈린 상황을 그리고 있다. John Lee(미국 인디 록 밴드 Seam의 기타리스트)가 세션으로 참여한 곡으로, 인상적인 기타 선율과 The Beatles를 연상케 하는 키보드 간주, 여기에 영화에서 따온 듯한 어지러운 대화(소리)들이 이어져 한층 성숙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음악적으로 가장 야심에 찬 곡은 아홉 번째 트랙인 “누가 울새를 죽였나?”이다. 8마디의 장대한 기타 인트로로 시작하는 이 곡은 건조하면서도 어딘지 유머가 느껴지는 그루브로 이어지고, 이어 언니네 이발관의 보컬을 연상시키는 감성적인 보컬, 여기에 어지러운 샘플과 소프라노의 허밍이 더해진다. 분위기가 급격히 전환되면서 그 전개양상을 예측하기가 힘든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탄탄한 짜임새가 있다. 마지막에 기타의 날카로운 톤이 피아노로 바뀌면서 또 한번의 분위기 전환이 있고 이어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외침으로 끝난다.

그 외에도 Seam의 또 다른 멤버 박수영이 참가한 “워터멜론”, Carpenters에 바치는 “30”(이 곡은 30번 버스와 나이 서른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은 듯하다), 드러머 최재혁이 수줍게 자기 세계를 표현하기 시작한 “거울 II”, 프랑스의 공기가 느껴지는 “나랑 산책할래요?” 등 개성이 뚜렷한 곡들이 많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이 곡들간의 편차가 다소 느껴지며, 인트로 격인 “Spice Production”과 히든 트랙 “Moon River”는 그 존재 이유를 잘 모르겠다.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시작했던 언니네 이발관이나 노이즈가든이 여러 이유로 주춤거리고 있는 것과 달리 순조로운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이들은 겉으로 보이는 순조로움만큼이나 스스로에 열심인 것 같아 믿음이 간다. 다만 이들처럼 자기 세계를 지키면서 음악 활동을 지속해가는 다른 밴드가 갈수록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아 아쉬울 뿐이다. 20000318 | 장호연 [email protected]

6/10

수록곡
1. Spice Production
2. 워터멜론
3.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radio edit)
4. 이어폰 세상
5. 1231
6. 30
7. 거울 II
8. 나랑 산책할래요?(vietato fumare)
9. 누가 울새를 죽였나?
10. 고양이와 새에 관한 진실(or 허구, original version)
11. Moon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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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스파이스 [Welcome To The Delihouse] 리뷰 – vol.1/no.1 [19990816]

관련 사이트
델리 스파이스 비공식 사이트
http://hello.to/delisp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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