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18104932-tracyTracy Chapman – Telling Stories – Electra/Warner, 2000

 

 

트레이시 채프먼의 새 앨범에 대해 분명히 “별로 달라진 것 없이 그게 그거네”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트레이시 채프먼이 처음 데뷔했던 1988년, 그녀의 음악은 1970년대 포크 록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없었다. 그녀의 성공은 그야말로 예기치 않은 것이었고, 의도하지도 만들어지지도 않은 상황적인 것이었다. 조그만 더 생각해보면 이런 음악은 급진적인 변화를 통해 ‘극찬’을 얻기보다는 원래 스타일에 충실하면서 지지자들에게 지속적인 내면의 울림을 전해주는 음악이라는 데 동의할 것이다. 이 앨범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포크 기타(+ 포크 풍으로 연주하는 전기 기타) 중심으로 오르건과 다른 몇몇 악기가 보태지는 전형적인 포크 록 스타일의 편성이 이 앨범 전반부를 지배한다. 곡의 구조도 포크 팝의 기본에서 벗어나는 곡은 없다. ‘진부하다’ 혹은 ‘안이하다’는 트집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르건 리프가 흥겹고 기타 연주가 아기자기한 타이틀 곡이나 “Less Than Strangers”처럼 전형적인 곡들은 여전히 좋은 인상을 준다.

특징적인 곡이라면 유이리언 파이프(Uillean Pipes)라는 악기가 나오는 “Paper and Ink”라는 곡과 서스텐션이 짧은 현악기가 동양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The Only One”이다. 특히 뒤의 곡은 컨트리 팝 여가수의 맏언니쯤 되며 코러스 가수로서는 언제나 최고인 에밀루 해리스(Emmylou Harris)와 함께 불렀는데, 이 앨범에서 마지막 곡 “First Try”와 함께 앨범 후반부의 평온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대표한다.

가사의 측면에서 보면 “Fast Car”나 “Subcity”같은 노래처럼 직접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진실, 진실한 관계, 진실한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하는 노래말은 여전하다. (마음의) 평화를 바라는 노래말이 많다는 점이 조금의 변화라면 변화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에 불과해서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지금까지 트레이시 채프먼의 다섯 앨범을 들으면 점점 긴장감이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특별히 곡의 질이 떨어졌다거나 따분해졌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지난 앨범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열두마디 블루스 곡 “Give Me One Reason”같은 곡에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이가 들고 돈도 벌고 (예컨대 동양적인 것에 대한 관심처럼) 평온한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까? 1980년대 포크 록의 주인공들인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를 들을 때와 비슷한, 수잔 베가(Suzanne Vega)를 들을 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같은 음악이더라도 만들어지는 상황과 듣는 상황에 따라 전혀 맥락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교과서’에 나오는 말을 떠올려본다. 20000416 | 이정엽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Telling Stories
2. Less Than Strangers
3. Speak The Word
4. It’s OK
5. Wedding Song
6. Unsung Psalm
7. Nothing Yet
8. Paper And Ink
9. Devotion
10. The Only One
11. First Try

관련 사이트
비공식 사이트 A Living Legend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Palms/9541/
트레이시 채프먼의 ‘모든’ 것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팬 사이트.

일렉트라 레코드 공식 사이트
http://www.elektra.com/alternative_club/chapman/chapman.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