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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Doubt – Return of Saturn – Interscope/Universal, 2000

 

 

미국에만 해도 무수히 많은 록 밴드들이 있다. 그저 심심풀이로 밴드 활동을 하는 이들부터 나름대로 사명감을 가진 이들까지 음악을 하는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밴드 활동을 하면서 세인의 주목을 끌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쩌면 실력보다 운이 더 많이 작용하는 곳이 음악 비즈니스 세계다. 노 다웃은 그 중에서도 가장 행운아인지 모른다.

1995년 말 발표한 3집 [Tragic Kingdom]이 미국 모던 록 방송국들의 열렬한 지지를 바탕으로 두 해를 넘긴 1997년 초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오르자 많은 이들은 이를 ‘벼락성공’이라고 시기했다. 여기에는 국지적인 씬에 머물던 스카에 주류 팝/록을 접목시켰다는 상업적인 의혹과, 밴드의 구심점인 그웬 스테파니(보컬)의 쇼맨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사실 밴드의 입장에서 보자면 10년이 가까운 무명 시절 동안 해체 위기를 넘기는 등 나름대로 우여곡절을 겪어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성공에는 역시 운이 많이 따랐다. 무엇보다도 1990년대 초 그런지와 갱스터랩이 주도하던 미국 대중 음악계가 자국의 경제호황을 바탕으로 뉴펑크와 10대들 중심의 팝으로 선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노 다웃의 천만장이 넘는 판매고는 이러한 이동을 상징하는 셈이었다. 또한 이들의 성공은 스카를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음악으로 올려놓았고, 서블라임(Sublime)과 마이티 마이티 보스톤스(Mighty Mighty Bosstones) 등이 잇달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이 삼년전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유행의 힘은 참으로 무섭고도 냉혹하다. 노 다웃의 신보가 나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아, 참 그런 밴드가 있었지”였으니 말이다. 예기치 못한 성공에 따른 부담감은 후속 앨범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특히 후속작 발표가 지연될수록 작업은 고되고 힘들어진다. 이미 많은 이들은 그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그들의 성공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내적 방향으로 선회하게 마련이다. 노 다웃 역시 마찬가지다.

새 앨범의 타이틀은 ‘토성의 귀환’이다. 자료에 따르면 토성의 공전 주기인 29년은 삶을 돌아보기 시작하는 나이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런데 토성이 갖고 있는 이미지는 ‘늙은이’다.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행성 중 이동 속도가 가장 느리며, 노란빛이 쓸쓸함을 안겨주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영어로 ‘saturnine’은 음울하다는 뜻이다). 또 점성학에서는 토성이 ‘늦음’을 의미한다고 한다(결혼이나 출세 등등). 어쨌든 노 다웃의 트레이드마크가 남부 캘리포니아의 밝은 햇빛을 연상케하는 밝음이라고 했을 때, 토성은 이들에게 가장 거리가 먼 이미지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그들 특유의 발랄함이 많이 퇴색하긴 했어도, 여전히 노 다웃의 전형적인 좌충우돌하는 면모를 들을 수 있다. 앨범을 시작하는 곡이자 첫 번째 싱글인 “Ex-girlfriend”은 펑크와 힙합에 라틴 음악과 서프를 뒤섞어놓은 곡으로, 변화무쌍한 변화에 따라 스테파니의 보컬 역시 말괄량이와 숙녀 사이를 오간다. 영화 [Go]의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었던 “New” 역시 사색적인 포크의 분위기로 시작하다가 질주하는 록킹한 비트로 바뀐다. R.E.M.을 연상케하는 “Simple Kind of Life”나 그런지 풍의 “Artificial Sweetener”에서도 이들의 색깔은 여전하며, 빛바랜 축음기에서 들리는 서커스단의 나팔 소리로 시작하고 끝나는 “Bathwater”는 앨범에서 가장 들을 만하다.

성공 뒤의 후속작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새 앨범을 준비하는 데만 2년 반의 긴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에 대해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봐야 소용없는 말인 줄은 알지만. 어차피 그들이 가장 잘 하는 음악은 가장 그들다운 음악이 아닐까. 그렇다면 앨범 제목을 [Return of Venus]로 붙였어야 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렇다고 음악이 바뀌는 건 아니니 [Listen Without Prejudice]라고 해야 할까… 20000407 | 장호연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Ex-girlfriend
2. Simple Kind of Life
3. Bathwater
4. Six Feet Under
5. Magics in the Makeup
6. Artificial Sweetener
7. Marry Me
8. New
9. Too Late
10. Comforting Lie
11. Suspension Without Suspense
12. Staring Problem
13. Home Now
14. Dark Blue
15. Big Distraction

관련 사이트
The Don’t Doubt No Doubt Homepage
http://www.geocities.com/SunsetStrip/4925/NoDoubt
노 다웃에 관한 충실한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