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802102309-anthonyMarc Anthony – Desde Un Principio: From The Beginning – RMM/universal, 1999

 

 

팝이라는 대중 음악과 살사라는 민속 음악 사이의 줄다리기

요즘 ‘출근 시간대’에 라디오를 들으면 “You Sang to Me”라는 곡을 가끔 들을 수 있다.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도 상위를 점하는 이 곡의 주인공이 바로 마크 앤서니(Marc Anthony)다. 영어 가사의 평범한(이른바 ‘interchangeable’한) 발라드지만 앤서니는 리키 마틴, 제니퍼 로페즈와 더불어 라틴 팝의 스타에 속한다. 마틴, 로페즈와 함께 푸에르토 리코계이고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다소의 차이가 있다면 앤서니는 팝 엔터테이너일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이른바 살세로(Salsero)로 대우받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1980년대 중, 후반까지 살사가 ‘푸에르토 리코계 노동 계급의 정체성’과 긴밀한 음악이었다면, 앤서니는 1990년대 이후 살사가 ‘팝’에 동화되는 과정에서도 ‘진정성’을 이어간 인물이다. (앤서니는 종종 공연 중에 푸에르토 리코의 국기를 몸에 두르고 노래한다. 그냥 해보는 말이지만 ‘살사계의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You Sang to Me”가 수록되어 있는 영어 앨범 [Marc Anthony](1999)는 앤서니의 면모와는 달리 평이한 발라드 중심으로 채워져 있었다. 라틴 팝의 신성으로 급부상한 리키 마틴의 [Ricky Martin]의 인기에 편승해 ‘크로스오버 히트’를 노리기 위해 급조되었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한때 리키 마틴이 멤버로 있었던 틴아이돌 그룹 메누도(Menudo)에게 곡을 써주었던 앤서니의 경력을 생각하면 안타까움 비슷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앤서니의 진면모를 보기 위해서는 지금 들어볼 앨범이 훨씬 나을 듯하다. 다행히도 최근 정식 수입되어 대형매장에 전시되어 있다(물론 한국의 음반매장의 라틴 팝 코너에는 한국 취향의 ‘라틴 발라드’가 대부분이다).

이 음반은 제목이 말해주듯 ‘그레이티스트 히츠 앨범’에 해당된다. 이런 앨범의 적절한 감상법은 구성의 완성도보다는 개별 곡의 수준에 주목하는 것이다. 구성에 대해 언급할 것이 있다면 첫 트랙과 마지막 트랙을 제외하고는 연대기순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2번 트랙부터 5번 트랙까지는 1집 [Otra Nota](1993), 6번 트랙부터 9번 트랙까지는 2집 [Todo A Su Tiempo](1995), 10번 트랙부터 13번 트랙까지는 3집 [Contra La Corriente](1997)에 수록된 곡들이다. 정규 앨범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좋은 서비스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개별 곡마다 상세한 해설을 하기에는 살사 및 라틴 음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언어 장벽까지 가로놓여 있지만 대략 앤서니의 음악적 발전 흐름을 추적할 수는 있다. 1집 수록곡들에서는 앤서니의 순박한 열정을 담은 보컬과 살사의 즉흥감 있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앤서니를 스타덤으로 도약시킨 2집 수록곡들은 다소 세련된 편곡에, 정통 살사에 가까운 것부터 팝적인 발라드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되어 있다. 반면 3집 수록곡들은 대부분 ‘사랑 노래’들이고 편곡과 연주는 보다 계산되어 있다. 피아노(10번), 신서사이저(11번), 어쿠스틱 기타(12번) 등 살사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악기(혹은 주법)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앨범의 최고 트랙들은 수미쌍관으로 배치되어 있다. 맨 앞에 있는 제니퍼 로페즈와의 듀엣곡 “No Me Ames”은 유별난 취향의 소유자라도 막상 들으면 싫어하기 힘든 감미로운 발라드로 1999년의 라틴 팝의 폭발을 달군 곡이다(이 곡의 뮤직 비디오 CD는 한때 S모 음반 유통업체에서 무상으로 배포한 적이 있다). ‘살사의 공주(Princess of Salsa)’ 인디아(La India)와의 듀엣곡 “Vivir Lo Nuestro”(이 곡은 본래 인디아의 앨범 [Dicen Que Soy](1994)에 수록되어 있다)은 음악을 감상함과 동시에 춤을 출 수 있는 라틴 음악 특유의 장점을 유감 없이 발휘한 곡이다. 이 트랙은 라이브 버전인데 후반부의 즉흥 보컬은 ‘생생함’을 더한다.

2000년 중반인 지금 라틴 ‘음악’ 돌풍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제는 ‘실전용’ 댄스 문화가 한국 땅에 뿌리내리는 일만 남은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서 라틴 음반에 대한 수요도 라틴 팝 스타들의 히트 음반 아니면 실전용 사운드트랙 둘 중 하나다. 앤서니의 음반은 (영미) 팝이라는 대중 음악과 살사라는 민속 음악 사이의 멋진 줄다리기다. 20000730 | 신현준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No Me Ames
2. Si Tu No Te Fueras
3. Necesito Amarte
4. Hasta Que Te Conoci
5. El Ultimo Beso
6. Te Conozco Bien
7. Nadie Como Ella
8. Te Amare
9. Hasta Ayer
10. Y Hubo Alguien
11. Contra la Corriente
12. No Me Conoces
13. No Sabes Como Duele
14. Preciosa
15. Vivir Lo Nuestro

관련 글
라틴 음악은 없다 – vol.2/no.8 [20000416]

관련 사이트
마크 앤서니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marcanthonyonline.com

‘푸에르토 리코의 긍지’ 마크 앤서니의 홈페이지
http://www1.50megs.com/salsafix/marcant.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