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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헤드 – Housology – 팔레트, 2000

 

 

적어도 한국에서 ‘인디’라는 말은 테크노 씬에 가장 어울리는 것 같다. 펑크의 DIY 에토스는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통 개인이 모든 작업을 책임지며 제작 또한 개인의 몫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안(alternative)이라는 개념도 여기에 잘 들어맞는다. 그들만의 세계와 공간이 있다. 스타 시스템과도 거리가 멀다. 트랜지스터헤드의 데뷔 앨범 [Housology]는 바로 이런 한국 ‘언더그라운드’ 테크노의 전형을 보여준다.

잠깐 트랜지스터헤드를 소개해보자. 트랜지스터헤드(본명: 민성기)는 PC통신 동호회 ’21세기 그루브’와 ‘홍대앞 클럽’이라는 두 공간을 발판으로 삼아 1998년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달파란 등과 함께 ‘펌프기록’이라는 기획사를 만들어 국내 테크노 보급에 힘쓰는 한편, 여기서 개최한 ‘문스트럭 99’와 ‘아우라소마’ 등 레이브 파티의 주재자로 서서히 인기를 모았다. 또 인디 컴필레이션 [Open the Door]에 노이즈가든의 “혹성탈출”을 리믹스한 곡을 올려놓았으며, 같은 해 가을에 발표된 한국 최초의 테크노 컴필레이션 [[email protected]]에 “T.R”이란 곡으로 참여한 바 있다. PC통신 동호회와 테크노 전문 기획사, 레이브 파티, 컴필레이션 등 한국 테크노의 모든 장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의 데뷔 앨범은 이런 그의 경력에서 첫번째 정류장인 셈이다. .

데이트리퍼와 더불어 실험적이고 지성적인(intelligent) 테크노의 전형을 보여주는 트랜지스터헤드는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테크노 매니아들 사이에서 커다란 기대를 모았다. 과연, 데뷔 앨범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노련하고 능숙한 솜씨를 뽐낸다. 첫 곡 “First Time I See the Dance”부터 강렬한 에너지로 듣는 사람을 압도한다. 4박자로 펼쳐지는 숨막힐 듯한 비트 속에 섬세하고 다채로운 라인들이 교차되면서 청자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Complex Audio Signal”은 주술적인 의식의 냄새를 풍기며, “Cam”은 기계장치의 엄밀함을 표상한 곡이다. 앨범에서 가장 밝고 대중적인 트랙은 “A-4″로,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 소리의 풍경은 일체의 감정이입도 허용치 않는다. 이어지는 타이틀곡 “Bull”은 브레이크비트와 일그러진 기계음, 목소리를 통해 앨범 중에서 가장 극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테크노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전자적인 수단으로 만들어내는 인공음에 있다. 이는 결국 현재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욕망과 맞닿아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로 볼 때 테크노 뮤지션은 새로운 소리를 찾아 나서는 모험가이자 연구자의 이미지를 갖는다(앨범제목도 하우스學이지 않은가). 하지만 그의 무기는 따분한 설교가 아니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체험하는 비트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세속적인 감정이 배제되고 즉물적인 느낌과 인상만이 남는다(추상화를 보는 느낌이 이와 비슷하다). 가사도 없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없다. 일체의 외적 관심사를 배제하고 음악 자체에만 몰입할 때 비로소 소통의 말문이 열린다. 그런 의미에서 테크노 뮤지션은 종종 현대의 주술사에 비견되곤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트랜지스터헤드의 앨범은 몰입을 전제로 한다. 음악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 아무런 감흥도 받지 못할 것이다. 쿵쾅거리는 비트의 의미 없는 나열만 들릴 뿐이다. 그런데 몰입은 부족함을 자각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한국에서 테크노 보급에 앞장서는 이들은 사운드의 퀄러티뿐만 아니라 부족함에 대한 자각 또한 일깨워줘야 한다. 익숙치 않은 것과의 만남은 이래저래 준비가 많이 필요한 법이다. 20000415 | 장호연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First Time I See the Dance
2. A-1
3. A-D1
4. Complex Audio Signal
5. Cam
6. T.R (Original Version)
7. A-4
8. Bull
9. A-3
10. Ou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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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protected]] 리뷰 – vol.1/no.5 [19991016]

관련 사이트
dmsTrax의 트랜지스터헤드 소개글
http://www.dmstrax.com/artists/artist_tran.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