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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Orbit – Pieces In a Modern Style – WEA, 2000

 

 

지금도 신촌거리를 거닐며 들었던 “Cavalleria Rusticana”의 울림이 남아있는 듯하다.

더 많은 사람과 있을수록 좀 더 혼자인 곳, 그것이 도시의 이미지다. 어쩌면 오늘 소개할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의 음악은 도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일 것 같다. 디지틀 사운드와 아날로그 서정의 공존, 앰비언트와 클래식의 만남은 도시의 역설적 이미지와 문득 연결된다.

사운드 마스터(Sound Master), 앰비언트 파이오니어(Ambient Pioneer)… 윌리엄 오빗을 설명하는 수식어들이다. 어떻게 해야 ‘마스터’니 ‘파이오니어’니 하는 말들을 자신의 이름에 붙일 수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의 경력도 시작은 신스팝이었다. 1980년대 토치 송(Torch Song)이라는 밴드에서 시작해 이레이저(Erasure), 큐어(Cure) 등 당대의 밴드들의 음악을 리믹스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그는 라틴 음악적 색채와 앰비언트의 조화로 평론가들의 찬사를 이끈 [Strange Cargo] 시리즈(I, II, III)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운드 마스터, 앰비언트 파이오니어라는 수식어를 달게 된다. 그러던 그가 씰(Seal), 피터 가브리엘(Peter Gabriel), 디페시 모드(Depeche Mode)같은 메이저 아티스트들의 프로듀서를 거쳐 결국 마돈나의 [Ray of Light](프로듀서란 신인가수나 발굴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대변해주는 그런 앨범이다)을 프로듀스함으로써 세상을 뒤흔들게 된다. 뒤이은 블러(Blur)의 [13] 프로듀서로 성공. 이제 그는 세상에서 가장 고급스런 프로듀서라는 위치를 갖게 된다. 바로 그가 새천년에 들고 나온 화두는 클래식이었다.

“Adagio For Strings”(‘플래툰’의 영화음악으로 유명한 “현을 위한 아다지오”), “In a Landscape”(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의 동명앨범 타이틀곡), “Ogive Number 1″(뒤늦게 재평가되고 있는 에릭 사티의 다다이즘 성향이 깃든 음악), “Cavalleria Rusticana”(‘대부 3편’ 마지막 장면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곡), “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맞다, 바로 그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L’lnverno”(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로 잘 알려진 비발디의 “겨울” 중 2악장), “Triple Concerto”(베토벤의 협주곡), “Xerxes”(헨델의 라르고), “Piece in the Old Style 1, 3″(폴란드 작곡가 고레츠키의 “옛 양식으로 된 세 개의 작품” 중 1번과 3번), “Opus 132″(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15번)

한곡한곡씩의 곡 해설은 제목을 나열하는 만큼이나 힘든 여정이니 생략하자. 전체적인 소감은 어느 곳에서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앰비언트이며, 지루하게 서정적이기만 한 수많은 인스트루먼틀 음악들에 비해 누가 들어도 교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음악이라는 느낌이다. 스트링의 서정성을 실제보다 더 잘 살린 듯한 완벽한 스트링 사운드메이킹, 은은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의 신서사이징, “Cavalleria Rusticana”에서 대표되는 아득한 서정성, 앨범 속지의 모던함은 부록이다. 윌리엄 오빗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많은 사람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만한 앨범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앨범 전체의 호흡이 너무 길어 한번에 감상하기 힘들다든지(물론 배경음악으로는 절대 무리없다), 새로운 음악적 실험에 기대를 가졌던 팬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는 지극히 단순·모던·쿨한 음들(앰비언트라기보다는 클래식에 가까운 태교 음악?). 하지만 형식의 변화만이 혁신이 아니라면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분명히 한 단계 나아갔다.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것은 ‘다음은 누구일까’이다. 스팅과 윌리엄 오빗의 만남은 어떨까. 가장 고급스런 팝 가수와 프로듀서의 만남? 아무튼, 이런 기대를 할 수 있게 하는 시장이 조금은 부럽다.

사족 한마디 더. ‘프로듀서의 역할은 무엇이고 어디까지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감상이었다는… 20000617 | 박정용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Adagio for Strings
2. In a Landscape
3. Ogive Number 1
4. Cavalleria Rusticana
5. Pavane pour une Infante Defunte
6. L’lnverno
7. Triple Concerto
8. Xerxes
9. Piece in the Old Style 1
10. Piece in the Old Style 3
11. Opus 132

관련 사이트
윌리엄 오빗 공식 홈페이지
http://williamorbit.com
인터뷰, 리뷰, 디스코그래피, 비디오/오디오 등 오빗에 대한 풍부한 자료를 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