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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olent Femmes – Freak Magnet – Beyond Music, 2000

 

 

노장 밴드가 들려주는 능숙하고 신나는 펑크 록

1980년대 초 미국 언더그라운드 록 음악의 역사를 지나다 보면 삭막하고 황량한 사운드 사이로 화사한 밴드 하나를 만나게 된다. 화사하다고 표현은 했지만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벨 앤 세바스찬(Belle & Sebastian) 같은 사운드는 아니고 골이 난 10대 마냥 사춘기의 투정으로 가득한 귀여운 밴드다. 바로 위스콘신 출신 3인조 밴드 바이얼런트 팜므(Violent Femmes) 얘기다.

이들은 젊은이들의 욕구 불만을 어쿠스틱한 사운드에 담아 컬리지 록 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는데, 특히 기타와 보컬을 맡은 고든 가노(Gordon Gano)의 목소리는 단연 주목의 대상이었다. 신경질적이고 빈정거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예민한 젊은이들의 불안감을 생생하게 포착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에 대한 평가는 사춘기의 변덕스러움 같아서 단 한번도 데뷔 앨범 [Violent Femmes](1982)의 성과를 넘어서지 못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들의 데뷔 앨범은 무려 백만 장 이상이나 팔렸다고 한다.)

[Freak Magnet]은 바이얼런트 팜므의 일곱 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밴드 결성 거의 20년 만에 발표한 이번 앨범은 이들이 영원히 성숙할 것 같지 않은 음악을 내세운다는 점과 그간 비평적으로나 대중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결과를 말하자면 실망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음반도 아니다. 간결한 훅과 기막힌 선율, 냉소적인 보컬은 여전하지만 날카로운 감각은 세월의 풍파에 다소 무디어진 듯하고 어쿠스틱 사운드는 상당부분 일렉트릭으로 전화하여 평범한 펑크 록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그린 데이(Green Day) 류의 뉴 펑크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첫 곡 “Hollywood Is High”는 쓰리 코드의 경쾌한 펑크 록이지만 절이 반복될 때 박을 늘려 긴장감을 준다거나 옥타브를 높인 애들립을 구사함으로써 단조로운 구성에 적절한 변화를 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Sleepwalkin'” 역시 중간에 이질적인 6마디를 추가하여 신선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외에도 앨범에 한두 곡씩 넣곤 하는 이들의 애절한 발라드(“All I Want”)와 12마디 구조의 신나는 로큰롤 넘버(“New Generation”), 개척시대 미국을 연상케하는 빠른 템포의 가스펠(“Rejoice and Be Happy”) 등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베테랑 밴드가 누릴 수 있는 여유에 가깝다. 이 앨범은 바이얼런트 팜므의 옛 명성을 생각하며 들을 때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지는 앨범이다. 앨범 자체만으로는 그저 흥분할 것도 새로운 것도 없다. 물론 음악을 음악만으로 듣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또 가끔씩 내비치는 세월의 흔적에 미소를 지을지 얼굴을 찌푸릴지는 전적으로 듣는 사람이 판단할 일이지만. (언젠가 이 앨범이 라이센스로 나왔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매장에서 보기가 왜 이리 힘든지.) 20000712 | 장호연 [email protected]

5/10

수록곡
1. Hollywood Is High
2. Freak Magnet
3. Sleepwalkin’
4. All I Want
5. New Generation
6. In the Dark
7. Rejoice and Be Happy
8. Mosh Pit
9. Forbidden
10. When You Died
11. At Your Feet
12. I Danced
13. I’m Bad
14. Happiness Is
15. Story

관련 사이트
바이얼런트 팜므 공식 홈페이지
http://www.vfem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