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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 The Wonder Land – 난장/드림비트, 2000

 

 

한층 밴드다워진 자우림의 세 번째 음반

자우림이 1998년 11월에 발표한 2집 이후 정규 음반으로는 1년 반만에 낸 앨범이다. 물론 ‘비정규 작업’ 이후에는 7개월만인 셈이지만. [The Wonder Land]라는 제목을 가지고 또 다른 자우림으로 다가올 것을 그들은 이미 ‘비정규 작업’에서 예고했던 것일까? 처음 들었을 때 ‘자우림은 자우림 맞는데…..허~어’하는 느낌이 들었다. 선율은 분명 그들인데 사운드나 구성에서 그들은 몰라보게 발전했던 것이다.

국내 여성 로커들 중 수위를 다툴 정도로 지명도가 높은 김윤아.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기타의 이선규, 베이스의 김진만, 드럼의 구태훈은 보컬 김윤아의 강한 카리스마에 가려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3집에서는 그렇지 않다. 전작들에서는 보컬 이외의 부분이 노래 진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 외에는 다른 것이 없는 ‘심심한’ 구성을 취했다면 [The Wonder Land]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짭짤해’졌다.

첫 곡인 “미쓰코리아”를 비롯해 “www.사이버디지탈.com”은 헤비함을 물씬 풍긴다. 기타는 계속 징징거리고 이펙트도 많이 사용하며, 가사도 헤비한 사운드에 뒤지지 않는 뒤틀리고 풍자적인 내용(마치 2집 “동두천 Charlie”나 “金家萬歲”의 후속곡 같다)이다. 반면 듣는 이로 하여금 음울함에 허우적거리고 시니컬하게 만드는 “새”와 “마왕”은 어쿠스틱 기타를 제치고라도 키보드만으로 어두운 면모를 상당 부분 소화해내고 있다. 게다가 “새”는 “미안해 널 미워해” 이후 또 다시 등장하는 소재로서 ‘상처’의 이미지를 표상한다. 그리고 “헤이 헤이 헤이”와 견줄 만한, 결코 빠질 수 없는 밝고 경쾌한 (소위 대중용?) 곡들이 있다. “매직 카펫 라이드”와 “오렌지 마말레이드”가 바로 좋은 예인데, 어린 시절의 순수함에 대한 동경과 아쉬움은 자우림에게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한편 “뱀”과 “벌레”는 제목 자체가 은유적이어서 곡 전체의 느낌을 ‘생생히’ 전해주고 있다. 물론 전반적으로 연주가 차지하는 역할이 커져, “뱀”에서 이선규의 기타 연주는 끈적거리고 우울하면서도 보컬 김윤아의 목소리와 착착 감기며, “벌레”에서는 김진만의 펑키한 베이스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김윤아는 “꿈의 택배편”과 “마왕”에서 다른 창법을 구사해 앨범에 다채로움을 한층 더해준다.

이번 3집은 [The Wonder Land]라는 앨범 제목대로 자우림 그들만의 ‘놀라운’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1,2집을 청소년기에 비유한다면 3집은 장년기라고 해야 할까? 그만큼 꽉차고 여문 사운드를 만나게 된다. 소위 말하는 ‘획기적인 시도’는 아니지만, 그들은 항상 도전적인 실험 정신과는 거리가 있지 않았던가. 20000714 | 김윤정 [email protected]

7/10

수록곡
1. 미쓰코리아
2. 매직 카펫 라이드
3. 뱀
4. 새
5. 오렌지 마말레이드
6. Summerday Blues
7. www.사이버디지탈.com
8. 꿈의 택배편
9. 벌레
10. 그녀와 단둘이
11. 적루
12. 마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