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12030833-brettandersonBrett Anderson – Brett Anderson – Drowned In Sound, 2007

 

 

이보 후퇴 후의 일보 전진

이미 티어스(The Tears)의 앨범 [Here Come The Tears](2005)를 만드는 과정에서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은 그의 첫 솔로앨범 작업에 대해 얘기했다. 버나드 버틀러(Bernard Butler)와 함께 티어스의 앨범을 만들어가면서 틈틈히 솔로앨범도 상당부분 녹음을 끝내놓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티어스와 브렛 앤더슨의 앨범 작업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앨범 내용에 커다란 차이가 있을지 의구심도 생길 수 있지만 내용이 다르다. 티어스 앨범의 경우, 빨리 회춘하고 싶은 욕망에 후기 스웨이드(Suede)의 곡들과 버나드 버틀러(Bernard Butler)의 솔로앨범에 들어갈 만한 곡들을 그저 덕지덕지 붙여 만들었다는 인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반면, 브렛 앤더슨의 솔로 앨범은 스웨이드의 영향권에서 어느 정도 분리된 음악으로 자기 정체성을 가지는 데 성공했다.

스스로 브렛느와르(Brett-Noir)라고 명명한 이 앨범은 예고대로 단출한 어쿠스틱 사운드로 녹음되었고 어두운 느낌이다. 고딕로망보다는 흑백영화를 보는 듯한 감상에 젖게 만든다. [Coming Up](1996)의 스웨이드나 버나드 버틀러가 제적하던 시기 스웨이드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다. 그보다 애잔한 느낌으로 감성을 자극했던 스웨이드의 비사이드(b-side)들과 닮은 것 같다. 스웨이드의 팬들은 이 앨범에 만족할 것이다. 아니면 관심이 전혀 없거나.

장중한 선율의 현악으로 시작되는 “Love Is Dead”는 앨범의 첫 곡이자 첫 싱글로 발매된 곡이기도 한데, 티어스 시절 그가 쓴 ‘암울한 시대라도 사랑만은 믿겠다’는 가사(“Refugees”)와는 달리 군중들 속에 홀로 버려진 소외된 사람의 뒤틀린 감정을 격앙되게 노래하고 있다. 다음 곡인 “One Lazy Morning”의 느슨한 진행에 비해 세 번째 곡인 “Dust And Rain”는 앨범 내에서 가장 스웨이드스런 사운드를 들려준다. 뒤의 곡들도 이 세 곡의 사운드 범위 안에 속해 있다. 스웨이드의 [A New Morning](2002) 때 만큼은 아니지만, 앨범의 초반부는 완성도나 사운드, 작곡에 있어 나쁘지 않지만 호소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티어스 때도 그랬지만 간절하게 노래하고는 있는데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다음 곡으로 넘어갈수록 점점 나아진다.

“To The Winter”부터 “The More We Possess The Less We Own Of Ourselves”까지 감성이 풍부한 곡들이 이어진다. 앨범의 가장 핵심적인 곡들이다. 스미쓰(The Smiths)의 싱글 비사이드가 주는 미학에 항상 감탄했던 앤더슨은 “Asda Town”같은 곡들로 팬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는데, [Brett Anderson]은 이런 곡들로 채워져 있다. 때문에 묘한 감수성으로 앨범 초반부의 의구심을 날려버린다. [Head Music](1999)의 “Indian Strings”에서 예시되었던 몽롱한 느낌을 주는 앤더슨의 목소리는 비밀스럽거나 내성적이지는 않지만 접하기 편하며 꾸미지 않은 매력이 있다. 그의 무뚝뚝한 표정에는 이것이 더 어울린다. 이렇게 얘기하면 뭐하지만 중년의 우아함이 배어나온다. 앨범 내에서 청자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이미지가 바로 이것인데 앤더슨은 항상 이런 우아함을 가지고 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여자 속옷을 입고서 “오, 아빠. 이 여자애가 날 미치게 만들어요. 이리 와서 우리가 그 짓 하는 걸 좀 봐요”(“Metal Mickey”)라고 외치던 탕아 시절에도 은근히 드러났고 [Dog Man Star](1994)때에는 노골적으로 강하게 느껴지다가 그 이후에는 스트레이트한 팝사운드와 모던함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렇게 애잔한 여운이 많이 남는 곡들을 지나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을 거두고 가볍게 찰랑거리는 전기기타를 들려주는 “Ebony”에서 잠시 분위기를 환기시킨 후, 죽은 그의 아버지를 위한 송가 “Song For My Father”의 담담하지만 씁쓸한 감성으로 앨범은 마무리된다.

앤더슨은 음악적인 실험이나 변화를 추구해온 뮤지션이 아니다. 변화가 있었다면 오직 단 한번, [Coming Up]에서 당시 유럽팝 음악 동향에 반응해 순수한 팝으로의 열정을 드러냈을 뿐이다. 그 이후에 소극적으로 사운드실험을 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주로 자기반복일 뿐이었다. 때문에 앤더슨의 첫 솔로 앨범은 변화와 정체성 확립을 모두 이뤄냈다는 점에서 [Coming Up] 이후 오랜만에 발표한 수작이다. 물론 앤더슨에 대한 기대치가 티어스에서 한번 꺾어진 이점도 있을 수 있지만 이 앨범에는 자기복제가 지나쳤던 [A New Morning]에서 결여되었던, 심미적으로 섬세하게 어필하는 감성이 되살아나 있다. 요란한 장식들을 거두고 내적인 매력을 나타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은 크게 평가 받을 만하다. 그는 확실히 좋은 뮤지션이다. 이 앨범도 그렇다. 20070503 | 프시초 [email protected]

8/10

수록곡
1. Love Is Dead
2. One Lazy Morning
3. Dust And Rain
4. Initimacy
5. To The Winter
6. Scorpio Rising
7. Inifinite Kiss
8. Colour Of The Night
9. The More We Possess The Less We Own OF Ourselves
10. Ebony
11. Song For My Father

관련 글
Suede [Head Music] 리뷰 – vol.1/no.2 [19990901]
Suede [A New Morning] 리뷰 – vol.4/no.21 [20021101]

관련 영상

“Love Is Dead”

관련 사이트
브렛 앤더슨의 공식 사이트
http://brettanderson.co.uk”
스웨이드의 공식 사이트
“http://www.suede.net”
스웨이드의 국내 팬사이트
“http://www.suede.co.kr”